BlogHide Resteemschul7 (12)in kr-mindfulness • 6 years ago손무덤올 어린이날만은 안사람과 아들놈 손목 잡고 어린이 대공원에라도 가야겠다며 은하수를 빨며 웃던 정형의 손목이 날아갔다. 작업복을 입었다고 사장님 그라나다 승용차도 공장장님 로얄살롱도 부장님 스텔라도 태워 주지 않아 한참 피를 흘린 후에 타이탄 짐칸에 앉아 병원을 갔다. 기계 사이에 끼어 아직 팔딱거리는 손을 기름먹은 장갑 속에서…chul7 (12)in kr-poem • 6 years ago검은 봉지꾹 참던 것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한번 입을 열자 잠자코 있던 것들까지 줄줄이 줄줄이 내장을 뽑아 올린다 그 속에 가격표가 붙은 나도 있다 불록한 배를 다 내주고 나니 뒤뚱뒤뚱 지고 온 것들이 모두 남이다 여기저기 서로 뛰쳐나가려고 쑥숙 머리를 디밀다가 꾹꾹 안으로 숨다가 뒤죽박죽 한꺼번에 엎어진 것들 내팽개쳐진 광활한 사막이다 쭈글쭈글…chul7 (12)in kr-mindfulness • 6 years ago와사등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 있다. 내 홀로 어델 가라는 슬픈 신호 냐. 긴―여름 해 황망히 나래를 접고 늘어선 고층 창백한 묘석 같이 황혼에 젖어 찬란한 야경 무성한 잡초 인 양 헝크러진 채 사념 의 벙어리 되어 입을 다문다. 피부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 낯설은 거리의 아우성 소리 까닭도 없이 눈물겹고나. 공허 한 군중 의…chul7 (12)in kr-mindfulness • 6 years ago피아노피아노에 앉은 여자의 두 손에서는 끊임없이 열 마리씩 스무 마리씩 신선한 물고기가 튀는 빛의 꼬리를 물고 쏟아진다. 나는 바다로 가서 가장 신나게 시퍼런 파도의 칼날 하나를 집어 들었다.chul7 (12)in kr-mindfulness • 6 years ago초록 기쁨 - 봄 숲에서해는 출렁거리는 빛으로 내려오며 제 빛에 겨워 흘러 넘친다. 모든 초록, 모든 꽃들이 왕관이 되어 자기의 왕관인 초록과 꽃들에게 웃는다. 비유의 아버지답게 초록의 샘답게 하늘의 푸른 넓이를 다해 웃는다. 하늘 전체가 그냥 기쁨이며 신전이다. 해여, 푸른 하늘이여. 그 빛에, 그 공기에 취해 찰랑대는 자기의 즙에 겨운, 공중에 뜬…chul7 (12)in kr-mindfulness • 6 years ago발효부패해 가는 마음 안의 거대한 저수지를 나는 발효시키려 한다. 나는 충분히 썩으면서 살아 왔다. 묵은 관료들은 숙변을 내게 들이부었고 나는 낮은 자로서 치욕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 땅에서 냄새나지 않는 자가 누구인가 수렁 바닥에서 멍든 얼굴이 썩고 있을 때나 흐린 물 위로 떠오를 때에도 나는 침묵했고 그 슬픔을 나의 것으로…chul7 (12)in kr-poem • 6 years ago고층 빌딩 유리창닦이의 편지저녁엔 해가 뜨고 아침엔 해가 집니다. 해가 지는 아침에 유리산을 오르며 나는 바라봅니다. 깊고 깊은 산 아래 계곡에 햇살이 퍼지는 광경을. 해가 뜨는 저녁엔 유리산을 내려오며 나는 또 바라봅니다. 깊고 깊은 저 아래 계곡에 해가 지고 석양에 물든 소녀가 붉은 얼굴을 쳐드는 것을. 이윽고 두 개의 밤이 오면 나는 한 마리…chul7 (12)in kr-poem • 6 years ago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群)을 이루며 갈대 숲을 이륙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chul7 (12)in kr-poem • 6 years ago사랑스럽거나, 사랑하거나사랑스럽거나, 사랑하거나. 그런 것들에 서툴러지는 중이다. 누군가의 사랑스러운 애인이었고, 누군가를 무모할만큼 사랑하는데에 자신이 있었던 불과 작년 이맘때쯤의 나. 그런 무모함이 바보같다며 무감각해지는데에 온신경을 집중했던 내가 우습게도, 사랑에 빠져있던 그때의 내가 사랑스럽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 것에도 서툴러진 내가…chul7 (12)in kr-poetry • 6 years ago장롱 이야기나는 장롱 속에서 깜박 잠이 들곤 했다. 장에서는 항상 학이 날아갔다. 가마를 타고 죽은 할머니가 죽산에서 시집오고 있었다. 물 위의 집을 스치듯 ― 뻗는 학의 다리가 밤새워 데려다 주곤 했다. 신방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오동나무 장롱처럼, 할머니는 ― 잎들이 자개붙이에 비로소 처음의 물소리로 빛을 흔들었고, 차곡차곡 할아버지의 손길을 개어…chul7 (12)in kr-poem • 6 years ago거짓 이별당신과 나와 이별한 때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가령 우리가 좋을 대로 말하는 것과 같이, 거짓 이별이라 할지라도 나의 입술이 당신의 입술에 닿지 못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거짓 이별은 언제나 우리에게서 떠날 것인가요. 한 해 두 해 가는 것이 얼마 아니 된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시들어가는 두 볼의 도화(桃花)가 무정한 봄바람에 몇 번이나 스쳐서…chul7 (12)in kr-poem • 6 years ago네가 나를 찾아서 돌아다니는 장소들이 궁금해네가 나를 찾아서 돌아다니는 장소들이 궁금해. 너는 어디에 있는 나를 기억할까. 너의 상상력은 나를 어디까지, 어디까지 데려갈 수 있을까. 나를 상상하는 너를 상상하면 너는 내 품으로 걸어 들어올 수 있을까. 너는 나를 물끄러미 들여다본 적이 있었다, 한참을. 그리고 모르는 사람이라고 중얼거렸지. 미안합니다, 너는 사람을 잘못 봤다고 몹시…chul7 (12)in kr-poem • 6 years ago진달래 꽃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chul7 (12)in kr-poem • 6 years ago갈대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나란히 소리 없이 서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안타까움을 달래며 서로 애터지게 바라보았다.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눈물에 젖어 있었다.chul7 (12)in kr-poem • 6 years ago내가 만일 하늘이라면내가 만일 하늘이라면 그대 얼굴에 물들고 싶어 붉게 물든 저녁 저 노을처럼 나 그대 뺨에 물들고 싶어 내가 만일 시인이라면 그댈 위해 노래하겠어 엄마 품에 안긴 어린아이처럼 나 행복하게 노래하고 싶어 세상에 그 무엇이라도 그댈 위해 되고 싶어 오늘처럼 우리 함께 있음이 내겐 얼마나 큰 기쁨인지 사랑하는 나의 사람아 너는 아니 워~…chul7 (12)in kr-poem • 6 years ago연인나의 고독이 너의 고독과 만나 나의 슬픔이 너의 오래된 쓸쓸함과 눈이 맞아 나의 자유가 너의 자유와 손을 잡고 나의 저녁이 너의 저녁과 합해져 너의 욕망이 나의 밤을 뒤흔들고 뜨거움이 차가움을 밀어내고 나란히 누운, 우리는 같이 있으면 잠을 못 자 곁에 없으면 잠이 안 와chul7 (12)in kr-poem • 6 years ago숲속을 빠르게 달리는 중이야숲속을 빠르게 달리는 중이야 빛에 지워지지 않을 만큼 나는 네개의 빛 나의 생각을 쥐고있는 머리 나를 이끌어주는 몸 이누이트로, 인디언으로 살고 있는 나의 자아 모래커피와, 꽃밥을 만들고 있는 나의 본능 나는 숲속을 달리고 있었고 빽빽한 나무들 틈을 지나고 있었어 나무를 만졌는데 나무가 나무인거야 아니, 이게 믿겨져? 나무가…chul7 (12)in kr-poem • 6 years ago너는 내게 요즘날의 마음에 대해 물었다너는 내게 요즘날의 마음에 대해 물었다 바쁜 마음이야 물을 뿌리다 미끄러졌고 북소리에 맞춰 페달을 밟았어 자면서도 손가락을 움직였고 그건 누군가의 언어였어, 분명 뼈가 부러진 것 같아 이리저리 찾아보았는데 그건 내 마음이 부러진 거였더라고 붓지않은 다리 누군가를 찾는 경적소리가 들린다, 그지 아니 어쩌면 나를 알리는 소리였을까? 꽝꽝…chul7 (12)in kr-poem • 6 years ago이렇게 살아서 달라지는게 있을까이렇게 살아서 달라지는게 있을까. 당장의 월세, 당장의 식비, 당장의 교통비를 해결하기에 급급한 인생인데, 이렇게 한 푼 벌이에 애쓴다고 달라지는게 있을까. 어쩌다 친구들과 맥주라도 한 잔 하는 날엔 "그래도 우리 이렇게 맥주 한 잔 할 수 있는게 행복이지." 말하지만, 그 이면엔 스스로를 향한 비소가 서려있다. 이 한 몸 추스르지 못하는 주제에…chul7 (12)in kr • 6 years ago나 꿈을 꿨어나 꿈을 꿨어 두 다리를 마구 휘젓고 있었는데 길이 기울어진 거야 경사면이 깊어져 점점 치솟는 길 나, 멈추는 법을 배운 적 없다는 듯 마구 달렸어 몸이 점차 떠올랐고 앉아있던 덩어리는 분해됐어 조각조차 보이지 않아 바람에 의한 분열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가벼워졌고 줄어드는 다리, 다리, 다리 나, 꿈을 꿨어 꿈을 기울어진 경사면을 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