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Hide Resteemsdae2 (15)in kr-mindfulness • 6 years ago껍데기는 가라껍데기는 가라 사월 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 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 에서 백두 까지 향그러운 흙 가슴만 남고 그…dae2 (15)in kr-poem • 6 years ago너를 사랑한다그땐 몰랐다 빈 의자는 누굴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의자의 이마가 저렇게 반들반들해진 것을 보게 의자의 다리가 저렇게 흠집 많아진 것을 보게 그땐 그걸 몰랐다 신발들이 저 길을 완성한다는 것을 저 신발의 속가슴을 보게 거무뎅뎅한 그림자 하나 이때껏 거기 쭈그리고 앉아 빛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게 그땐 몰랐다 사과의 뺨이 저렇게…dae2 (15)in kr-mindfulness • 6 years ago유리창유리(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山)새처럼 날아…dae2 (15)in kr-mindfulness • 6 years ago내 마음을 아실 이내 마음을 아실 이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그래도 어디나 계실 것이면, 내 마음에 때때로 어리우는 티끌과 속임 없는 눈물의 간곡한 방울방울, 푸른 밤 고이 맺는 이슬 같은 보람을 보밴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아! 그립다. /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꿈에나 아득히 보이는가 향 맑은 옥돌에 불이 달아 사랑은 타기도…dae2 (15)in kr-mindfulness • 6 years ago참회록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어 있는 것은 어느 왕조 의 유물 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가. 나는 나의 참회 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 이십 사 년 일 개월 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 을 써야 한다.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dae2 (15)in kr-mindfulness • 6 years ago돌담에 속삭이는 햇발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 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dae2 (15)in kr-mindfulness • 6 years ago위 독램프가 꺼진다. 소멸의 그 깊은 난간으로 나를 데려가 다오. 장송 의 바다에는 흔들리는 달빛, 흔들리는 달빛의 망또가 펄럭이고, 나의 얼굴은 무수한 어둠의 칼에 찔리우며 사라지는 불빛 따라 달린다. 오 집념의 머리칼을 뜯고 보라. 저 침착했던 의의 가 가늘게 전율하면서 신뢰 의 차건 손을 잡는다. 그리고 시방 당신이 펴는 식탁(食卓) 위의 흰 보자기엔…dae2 (15)in kr-poem • 6 years ago내 이웃의 가난내 이웃의 가난을 나는 도와줄 수가 없구나 보리 몇 되 밀가루 약간 쌀 몇 되 이외는 내 이웃의 가난을 나는 내가 가난하기 때문에 가난을 나눌 수가 있지만 널 도와줄 수가 없구나 슬픔이여 혁명이여 아름다움이여 인간의 순수영역으로 슬픔은 좋지만 가난의 슬픔은 비통을 넘어 참혹하구나 혁명이여 혁명은 가난의 슬픔을 타도하라dae2 (15)in kr-poem • 6 years ago광고의 나라광고의 나라에 살고 싶다 사랑하는 여자와 더불어 아름답고 좋은 것만 가득 찬 저기, 자본의 에덴동산, 자본의 무릉도원, 자본의 서방정토, 자본의 개벽세상 인간을 먼저 생각하는 휴먼테크의 아침 역사를 듣는다. 르네상스 리모컨을 누르고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휴먼퍼니처 라자 침대에서 일어나 우라늄으로 안전 에너지를 공급하는 에너토피아의 전등을 켜고…dae2 (15)in kr-poem • 6 years ago당신께서는 사과가 느셨다.얼마 전, 내 앞에서 어머니는 아버지께 핀잔을 주었다. 막내딸 홀로 서울에 올라가있는 게 궁금하지도 않냐며, 어찌 한 번도 보러 가지 않느냐는 이유였다. 내심 서운하기도 했던 나는 그저 웃어보였지만, 궁금하기도 할 참이었다. 그제서야 당신께서는 숨겨놓았던 무거운 진심을 내보이셨다. 유복하지 못 한 우리가, 마치 모두 당신의 탓인 것만 같아서. 그래서…dae2 (15)in kr-poem • 6 years ago조그만 사랑 노래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 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환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 앉지 못하고 눈 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dae2 (15)in kr-poem • 6 years ago들판의 빈 집이로다어쩌랴, 하늘 가득 머리 풀어 울고 우는 빗줄기, 뜨락에 와 가득히 당도하는 저녁 나절의 저 음험한 비애(悲哀)의 어깨들 오, 어쩌랴, 나 차가운 한 잔의 술로 더불어 혼자일 따름이로다. 뜨락엔 작은 나무 의자 하나, 깊이 젖고 있을 따름이로다 전 재산(全財産)이로다. 어쩌랴, 그대도 들으시는가 귀 기울이면 내 유년(幼年)의 캄캄한 늪에서 한 마리의…dae2 (15)in kr-poem • 6 years ago정직하다 못해 투명한 하늘정직하다 못해 투명한 하늘 그 어느 흔적도 자취를 감추지 못하고 짧은 너도, 긴 너도 우리는 한줄기 발자국을 남긴다 생겼다 지워질 흐릿한 자욱을.dae2 (15)in kr-poem • 6 years ago낙화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dae2 (15)in kr-poem • 6 years ago민들레의 영토 / 이해인민들레의 영토 / 이해인 기도는 나의 옴악 가슴 한복판에 꽂아 놓은 사랑은 단 하나의 聖스러운 깃발 太初부터 나의 領±는 좁은 길이었다 해도 고독의 眞珠를 캐며 내가 꽃으로 피어나야 할 땅 애처로이 쳐다보는 人情의 고움도 나는 싫어 바람이 스쳐가며 노래를 하면 푸른 하늘에게 피리를 불었지 태양에 쫓기어 활활 타다 남은…dae2 (15)in kr-poem • 6 years ago삶의 본질을 찾아 헤매이삶의 본질을 찾아 헤매이는 요즘이에요 전과 같은 열정은 사그라들었으며 꺼진 불씨를 살리기란 민트맛 치약을 먹는 것과 같아요 이 노래를 들으면 책의 구절이 떠올라요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해요 너는 너무 지쳤고 당신의 미소가 해사했어요 얼굴 가득 파도가 차올랐어요 파도를 끌어안고 싶어요dae2 (15)in kr-poem • 6 years ago즐거운 편지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 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dae2 (15)in kr-poem • 6 years ago요새는 어떠한 문장도 제 안으로 들어오지 못합니다요새는 어떠한 문장도 제 안으로 들어오지 못합니다. 우울이 멎어든 탓일까요 이러한 사실마저도 저를 갉아먹는 요즘입니다. 저의 비극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이는 하나도 없습니다. 저를 잉태하고 만들어낸 분들조차 저의 나락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아마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겠지요. 피지 못한 채 죽고 싶지 않습니다. 다가오는 우울의 괴리감이…dae2 (15)in kr-poem • 6 years ago처음부터 절대 많은 이야기를 건네지 마처음부터 절대 많은 이야기를 건네지 마 언어는 쌓여야 해 한줄씩 길어져야 하는 거야 한겹이 깔리고 또 그 위에 한겹이 덮이고 짧고 컴컴한 두 개의 터널 두 개만 통과하면 되는 거야 그 이후는 중요하지 않아 우리 눈앞에는 터널이 나타났고 우리는 우리의 방어기제를 지키며 이 터널을 무사히, 지나가기로 한 거야 뭉쳐있던 울분 같은 거야…dae2 (15)in kr-poem • 6 years ago비가 오는비는 오고, 나는 네가 보고싶다. 어깨가 다 젖어도 비좁은 우산 하나를 굳이 나눠 쓰고, 거세진 빗줄기를 함께 피하던 그 때로 가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