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Hide Resteemsdaseoh (48)in kr-philosophy • 6 years ago천체투영관에 가다: 어느 철학과 대학원생의 수기 #014많은 별이 보이는 밤하늘은 시골에 살면서 만족하는 점 중 하나다. 가슴 답답한 밤에 문을 열고 나가서 시선을 위쪽으로 하면 정말 많은 별이 보인다. 겨울에 눈이라도 오면 우주를 나 혼자 감상하는 느낌이 나고 날이 풀리면 개구리나 귀뚜라미 소리와 함께 별을 볼 수 있다. 운이 좋으면 발치의 반딧불이가 땅에 작은 별자리를 만들어 내서 사방이 별로 꽉 찬…daseoh (48)in kr-philosophy • 6 years ago하찮은 글과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다는 것: 어느철학과 대학원 생의 수기#013인터넷 때문에 시끄러운 일이 많다. 인터넷을 통해 여론조작을 한다거나 범죄를 공모하거나 불법적인 물건을 유통하기도 한다. 이런 일들은 인터넷이 없어도 일어난다. 그렇다고 해도 싼값에 많은 정보를 널리 유통시킬 수 있는 인터넷이 아니었다면 작은 사건들로 끝났을 일도 많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어떤 해악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이 있어야 하는 정말 중요한…daseoh (48)in kr-philosophy • 6 years agoKTX 5호 차 11A: 어느철학과 대학원 생의 수기#012용산발 광주행 KTX를 예매했다. 기차표를 끊는 것과 버스표를 끊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우리 집은 차가 있었고 내가 살아온 경기도 동남부는 얼마 전까지 철도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지역이어서 철도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탈 것에 타면 창가 자리를 무척이나 선호했다. 남들이 더는 나를 애 취급하지 않을 때 즈음이 돼서야…daseoh (48)in kr-writing • 6 years ago서른살 여행기#76 오로라를 마주하다 - 트롬쇠: 오로라[그림 118] 트롬쇠에서 본 오로라 오로라 투어가 시작하는 관광안내소 앞으로 갔습니다. 강한 바람을 맞으며 서성이고 있으니 기골이 장대한 여성이 투어를 신청했냐고 물었어요. 통성명하고 승합차에 올랐습니다. 차 안에는 승객이 볼 수 있는 속도계가 있었습니다. 갓 대학에 입학한 거 같은 중국인 이십 대 연인과 자신들은 중국이 아니라 홍콩에서 왔다고…daseoh (48)in kr-writing • 6 years ago서른살 여행기#75 오로라를 마주하다 - 트롬쇠: 선진국[그림 117] 드롬쇠행 비행기를 타는 큰 배낭을 배고 애를 안은 사람 노르웨이는 이미지 속 선진국이 맞습니다. 도착해서 비행기 창 너머로 수화물 내리는 게 보였는데 남자와 여자가 같이 일을 하고 있었어요. 중국산 탑승교를 건너 오슬로 공항으로 들어오니 나무 향이 납니다. 놓인 가구도 꽤 좋습니다. 의자만 있는 게 아니라 책상도 듬성듬성 놓여…daseoh (48)in kr-writing • 6 years ago서른살 여행기#74 스침 - 마드리드: 차이[그림 116] 마드리드 공항과 정차되어 있는 택시 바르셀로나에서 마드리드로 온 이유는 오슬로행 항공권이 싸기 때문입니다. 바르셀로나에서 마드리드까지 심야 우등을 탔고 가격도 숙박비보다 쌌으니 저에게는 아쉬울 것 하나 없이 좋았습니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에 오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저는 탈것에 오르는 게 참 좋거든요. 버스도 마찬가지입니다.…daseoh (48)in kr-writing • 6 years ago서른살 여행기#73 건축공학과의 기억 - 바르셀로나: 이별 4[그림 115] 바르셀로나 버스 터미널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나와 마트에 들러 장을 두둑이 보았습니다. 노르웨이 시내버스가 오천 원 정도 되는 걸 알게 된 뒤로 노르웨이에서는 되도록 돈을 쓰지 않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에요. 스페인은 그나마 이 여행에서 제가 가장 익숙한 곳입니다. 예전에 보았던 음식들이 있어서 기분 좋게 매장을 돌아보았어요. 가방이…daseoh (48)in kr-writing • 6 years ago서른살 여행기#72 건축공학과의 기억 -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그림 113] 사그라다 파밀리아 외부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외관 앞뒤 모습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걸 알 수 있습니다. 가우디는 말년에 사그라다 파밀라아 건설에 집중하느라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고 해요. 어느 날 전차에 치였는데 부랑자인 줄 알고 전차 기사가 뺑소니를 칩니다. 거리에 쓰러진 행색이 좋지 않은 환자를 받아주는…daseoh (48)in kr-writing • 6 years ago서른살 여행기#71 건축공학과의 기억 - 바르셀로나: 까사 바뜨요[그림 109] 카사 밀라의 대로 쪽 창 라 페데라도 그랬지만 까사 바뜨요도 실제 사용하는 건물이라 관람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입니다. 들어가 볼 수 있는 까사 바뜨요 내부는 당시 모습으로 복원되어 있지 않고 텅 비어 있어요. 오디오 가이드를 겸하는 스마트폰을 들어 건물 내부를 살펴보면 증강현실을 통해 당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daseoh (48)in kr-writing • 6 years ago서른살 여행기#70 건축공학과의 기억 - 바르셀로나: 라 페데라[그림 106] 라 페데라 옥상에 있는 계단 가우디의 건축인 라 페데라와 카사 바뜨요 그리고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예약한 시간에 입장할 수 있어서 굳이 줄을 설 필요가 없습니다. 이차원 바코드로 된 입장권을 휴대전화로 보여주면 되니 표를 인쇄할 이유도 없는데 저는 굳이 입장권을 모아 놓지 않기에 이편이 훨씬 편하고 좋습니다. 좀 아쉬운 게 있다면…daseoh (48)in kr-writing • 6 years ago서른살 여행기#69 건축공학과의 기억 - 바르셀로나: 실수 2이제 곧 이 여행의 진정한 목표인 오로라를 보러 가야 합니다. 다행히 저는 눈도 많고 지형도 잘 모르는 나라에서 차를 혼자 끌고 다니는 짓을 할 정도로 멍청하진 않았습니다. 트롬쇠에서는 3일을 있을 것이지만 오로라 투어는 날씨를 보고 하루만 신청하기로 했습니다. 불행히도 3일 모두 오로라 볼 확률이 적었어요. 그나마 비가 오지 않는 날을 택해 오로라…daseoh (48)in kr-philosophy • 6 years ago태극당 미스터리: 어느철학과 대학원 생의 수기#011나는 태극당 근처에 있는 동국대학교를 다녔다. 학교 가는 길에 지하철역을 나오면 보이는 태극당 건물은 리모델링하기 전까지 늘 미스터리였다. 1층에서 영업하는 태극당을 빼고 나머지 층의 창은 간판도 없이 가려져 있었고 위층으로 접근할 수 있는 입구나 계단도 보이지 않았기에 그 용도를 알아낼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한 철학과 강사는 태극당 건물은 안전…daseoh (48)in kr-writing • 6 years ago서른살 여행기#68 건축공학과의 기억 - 바르셀로나: 스케치 4[그림 105] 구엘공원 근처 골목 구엘 공원을 둘러보고 있는데 비가 왔습니다. 체크인 시간도 다가오기도 해서 공원을 나와 천천히 숙소로 걸어갔어요.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골목을 걷는 건 저에게 의미 있는 일입니다. 한국에서도 관광지는 저랑 별로 상관없는 곳이지요? 외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된 관광지를 조금만 비끼면 비로소 제 일상과 비교할…daseoh (48)in kr-writing • 6 years ago서른살 여행기#67 건축공학과의 기억 - 바르셀로나: 구엘 공원[그림 103] 구엘 공원에 있는 난간 겸 의자 구엘 공원에 갔습니다. 체크인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 그냥 시간을 죽이기는 아까워서 구엘 공원의 무료 개방 구역을 가볍게 한 바퀴 돌고 오려 했습니다. 공원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 유료로 갈 수 있는 구역이 너무 눈에 들어왔습니다. 또 참지 못하고 입장권을 끊었지요. 입장권 판매기 앞에 직원이 서서…daseoh (48)in kr-philosophy • 6 years ago<앤트맨과 와스프>를 보고 난민 문제를 생각함: 어느 철학과 대학원생의 수기 #010를 봤다. 나는 이 영화가 인간적이어서 다른 히어로 영화보다 마음에 든다. 아이언맨은 생판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을 구하려고 자신의 목숨도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전혀 알지 못하는 우주 생명체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그런데 앤트맨이 관심 있는 것은 무탈히 가택연금 기간을 보내서 자신의 딸과 집 밖을 놀러 다니는 것뿐이다. 와스프 역시 예전에…daseoh (48)in kr-writing • 6 years ago하노이 문묘의 하마비(下馬碑)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해야 하는 곳 앞에는 하마비가 있었다. 단순히 말에서 내리라는 뜻인 하마라고 쓰여있는 것도 있고 누구든 말에서 내리라는 뜻인 대소인원개하마라고 적힌 것도 있다. 버르장머리 없이 말 타고 가지 말고 내려서 예를 다하라는 의미를 지닌 것으로 왕의 묘나 종묘 혹은 향교 앞에서 볼 수 있다. 공자를 모신 하노이 문묘 앞에도 하마비가…daseoh (48)in kr-writing • 7 years ago서른살 여행기#65 건축공학과의 기억 -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전 스페인에 있는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걸은 적이 있습니다. 바르셀로나에 들르진 않았지만 그 길을 걸을 때 만난 스페인 사람들을 통해 안 건 바르셀로나 축구팀을 응원하는 사람과 마드리드 축구팀을 응원하는 사람은 친구가 될 수 없단 거였어요. 그 외에 제가 바르셀로나에 대해 아는 건 건축가 가우디와 카탈루냐 볼트 공법입니다. 건축공학을 전공할 때 강의에서…daseoh (48)in kr-philosophy • 7 years ago주말: 어느 철학과 대학원생의 수기 #009카페에 들어가서 2층 창가에 앉았다. 처음에 앉은 자리는 에어컨 바람이 바로 오는 곳이었다. 잠시 앉아있으니 으슬으슬해서 옆자리로 옮겼다. 창가의 블라인드는 반만 닫혀있어서 테이블의 절반에만 해가 들었다. 시골 사람인 나는 해가 싫지는 않은데 서울 시민들은 해가 몹시 거슬리는 것 같다. 모두 인상을 쓰고 손으로 해를 가리며 지하철역으로 서둘러…daseoh (48)in kr-writing • 7 years ago서른살 여행기#65 철학과 졸업생의 로망 - 아테네·나폴리·로마 2: 갑을 관계제가 바르셀로나로 가는 여정을 기다린 피우미치노 공항 2 터미널은 창에 시트지를 발라 놨습니다. 어릴 적 살던 아파트 발코니 창에 아버지가 발랐던 시트지와 비슷한 모양입니다. 하얀색 직사각형이 틈을 두고 사방으로 계속 이어져 있는 모양인데 사각형 사이는 투명해서 활주로 위로 새가 날아다니는 게 보입니다. 가끔 새가 비행기 엔진에 빨려가서 사고가 나기도…daseoh (48)in kr-writing • 7 years ago서른살 여행기#64 철학과 졸업생의 로망 - 아테네·나폴리·로마 2: 규모바티칸 미술관에서 「라파엘로의 방」을 나오면 관람 동선은 시스티나 성당 안으로 이어집니다. 이 성당 안에서 생각한 것도 「라파엘로의 방」에서 생각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요. 하나 차이가 있다면 엄청 크다는 겁니다. 성당이 특별나게 크다는 게 아니라 성당을 꽉 매운 벽화가 어마어마합니다. 이쯤 되면 막 그려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법한 데 잘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