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Hide Resteemsjamislee (82)in hive-183959 • 19 hours agosteemCreated with Sketch.침묵, 유승도 침묵 골바람 속에 내가 있었다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지 알려하지 않았으므로 어디로 가는지를 묻지도 않았다 골짜기 외딴집 툇마루에 앉아 한 아낙이 부쳐주는 파전과 호박전을 씹으며 산등성이 너머에서 십년 묵언에 들어가 있다는 한 사람을 생각했으나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바람 속에 내가 있으므로 바람의 처음과 끝을 이야기하지…jamislee (82)in hive-183959 • 2 days agosteemCreated with Sketch.노래와 이야기, 최두석노래와 이야기 최두석 노래는 심장에, 이야기는 뇌수에 박힌다 처용이 밤늦게 돌아와, 노래로써 아내를 범한 귀신을 꿇어 엎드리게 했다지만 막상 목청을 떼어내고 남은 가사는 베개에 떨어뜨린 머리카락 하나 건드리지 못한다 하지만 처용의 이야기는 살아남아 새로운 노래와 풍속을 짓고 유전해가리라 정간보가 오선지로 바뀌고 이제 아무도 시집에…jamislee (82)in hive-183959 • 3 days agosteemCreated with Sketch.문은 열었으나나가려고 했는지 들어가려 했는지 깜빡깜박하는 나이를 탓하지 마라 아직은 살아서 내 방문 문고리 잡고 있어 행복한 설날이다 명절에도 소식없는 아들 뭐하고 자빠졌는지 전화 할까 말까하다 접는다 내 맘 속에 늘 있는데 확인해서 뭐 할까 나가려고 했는지 들어가려 했는지 깜빡깜박하는 나이를 탓하지 마라 아직은 살아서 내 방문…jamislee (82)in hive-183959 • 4 days agosteemCreated with Sketch.눈물, 박성우눈물 박성우 내 눈물이 아닌 다른 눈물이 내게 와서 머물다 갈 때가 있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내 안에 들어 울다 갈 때가 있어jamislee (82)in hive-183959 • 5 days agosteemCreated with Sketch.함박눈, 이정하함박눈 이정하 수제비를 먹으며 왈칵 눈물이 난 것은 뜨거운 김 때문이 아니다 매운 고추가 들어가서도 아니다 어느 해 겨울, 빨갛게 언 손으로 내오시던 한 그릇 어머니 가난한 살림이 떠올라서였다 나는 괜찮다 어여 먹어라 내 새끼 배는 안 곯려야지 문득 고개 들어보니 분식집 창밖으로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날 어머니가 떠먹여주던…jamislee (82)in hive-183959 • 6 days agosteemCreated with Sketch.배꼽시계,안도현배꼽시계 (배) 배가 고프니? (꼬) 꼬르륵꼬르륵 (ㅂ) 밥 먹어야 할 (시) 시간이라고? (계) 계산 하나는 잘하네jamislee (82)in hive-183959 • 7 days agosteemCreated with Sketch.나뭇껍질을 벗으며아스발트 콘크리트 보도블록 우레탄 보도 살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나무는 껍질을 벗으며 껍질눈을 만들어 숨쉰다 죽는 날까지 숨 쉬며 살아간다jamislee (82)in hive-183959 • 8 days agosteemCreated with Sketch.구상나무, 기공조선구상나무, 기공조선 숨 쉬며 살기 위한 나무의 전략이 드러난다jamislee (82)in hive-183959 • 9 days agosteemCreated with Sketch.나무껍질의 시간나무는 자라면서 껍질도 변한다jamislee (82)in hive-183959 • 10 days agosteemCreated with Sketch.250123-[나무에게서 배운다] 버드나무는 전투에서는 지지만, 전쟁에서는 이긴다250123-[나무에게서 배운다] 버드나무는 전투에서는 지지만, 전쟁에서는 이긴다 흐르는 물에 가까워질수록 버드나무 잎은 더 얇아진다 가느다란 가지는 물을 향해 늘어진다 물이 불어나면 잠길 것을 알면서도 물살이 세면 부러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강가의 버드니무 줄기는 아래로 늘어진다 타원형을 가진 호랑버드나무 잎은 습지에서는 발견되지만…jamislee (82)in hive-183959 • 12 days agosteemCreated with Sketch.분꽃나무, 인동과 낙엽 관목어린 시절 엄마의 품에서 맡았던 향기 분꽃향기 그 은은함에 먹먹해질 때가 있다 정원이 생기면 분꽃나무 몇 그루 심기로 했지만 여태 심지 못했다 한 평 정원이 없다 꽃과 열매가 아름다운 낙엽관목, 분꽃나무 정계준 교수의 자생수목 재배법 ▲ 꽃과 열매가 아름다운 낙엽관목, 분꽃나무 분류학적 위치와 형태적 특징 인동과에 속하는 낙엽…jamislee (82)in hive-183959 • 13 days agosteemCreated with Sketch.소금 같은 이야기 몇 줌, 윤수천소금 같은 이야기 몇 줌 이왕이면 소금 같은 이야기 몇 줌 가슴에 묻어 두게나 당장에는 견딜 수 없는 아픔이겠지만 지나고 나면 그것도 다 추억이 된다네 우리네 삶이란 참으로 이상한 것이 즐거웠던 일보다는 쓰리고 아팠던 시간이 오히려 깊이 뿌리는 내리는 법 슬픔도 모으면 힘이 된다 울음도 삭이면 희망이 된다 정말이지 소금 같은…jamislee (82)in hive-183959 • 14 days agosteemCreated with Sketch.가을 억새 / 정일근가을 억새 / 정일근 때로는 이별하면서 살고 싶은 것이다 가스등이 켜진 추억의 플랫폼에서 마지막 상행선 열차로 그대를 떠나보내며 눈물에 젖은 손수건을 흔들거나 어둠이 묻어나는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터벅터벅 긴 골목길 돌아가는 그대의 뒷모습을 다시 보고 싶은 것이다 사랑 없는 시대의 이별이란 코끝이 찡해오는 작별의 악수도 없이 작별이…jamislee (82)in hive-183959 • 15 days agosteemCreated with Sketch.이 분처럼 살 순 없을지라도박남준(朴南濬[1], 1957년 8월 30일 ~ )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은둔의 시인’, ‘자연의 시인’[2], ‘지리산 시인’이라 불린다.[3] 이력 1957년 전라남도 영광군 법성포에서 태어나 전주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4년 ‘시인’지에 〈할매는 꽃신 신고 사랑노래 부르다가〉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4] 1991년 박남준은…jamislee (82)in hive-183959 • 16 days agosteemCreated with Sketch.겨울눈이 땅에서 우리네 삶의 터전에서 꽃이 피려면 겨울을 이겨내는 눈이 있어야 한다 겨울눈(Hibernaculum)은 통발과 같은 특정 수생식물의 싹이다. 이 싹은 물보다 더 무거우며 추운 겨울이 다가올 때 발전하며 이후 떨어져나와 못 아래로 빠지므로 겨울에 생존하게 된다. 나무들, 겨울 오기 전 잎사귀 떨구고 겨울눈과 씨앗, 뿌리에 에너지…jamislee (82)in hive-183959 • 17 days agosteemCreated with Sketch.바다 - 이성복바다 - 이성복 서러움이 내게 말 걸었지요 나는 아무 대답도 안했어요 서러움이 날 따라왔어요 나는 달아나지 않고 그렇게 우리는 먼길을 갔어요 눈앞을 가린 소나무 숲가에서 서러움이 숨고 한순간 더 참고 나아가다 불현듯 나는 보았습니다 짙푸른 물굽이를 등지고 흰 물거품 입에 물고 서러움이 서러움이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엎어지고…jamislee (82)in hive-183959 • 18 days agosteemCreated with Sketch.겨울비 / 홍일표겨울비 / 홍일표 세상을 적시며 닫힌 방안으로 사뿐사뿐 뛰어오는 빗소리 나직히 속삭이는 음성에 귀들이 꽃피고 시대처럼 구겨진 사내가 부시시 눈을 뜬다. 겨울비의 조그마한 손들이 유리창의 얼룩을 지우고 가로수의 앙상한 어깨를 토닥이는 동안 마른 가슴에서 툭툭 벙그는 꽃.jamislee (82)in hive-183959 • 19 days agosteemCreated with Sketch.억새꽃 / 오세영억새꽃 / 오세영 흐르는 것 어이 강물뿐이랴. 계곡의 굽이치는 억새꽃밭 보노라면 꽃들도 강물임을 이제 알겠다. 갈바람 불어 석양에 반짝이는 은빛 물결의 일렁임, 억새꽃은 흘러흘러 어디를 가나. 위로위로 거슬러 산등성 올라 어디를 가나. 물의 아름다움이 환생해 꽃이라면 억새꽃은 정녕 하늘로 흐르는 강물이다.jamislee (82)in hive-183959 • 20 days ago눈물나게 고맙고 고맙습니다눈물나게 고맙고 고맙습니다jamislee (82)in hive-183959 • 21 days ago없는 그대인 나무에게수많은 그대가 들어차 있어 내안에 내가 없습니다 햇빛을 피하는 그늘도 되고, 성글지만 비를 피하는 우산도 됩니다. 아이들 놀이터도 되고 그네를 매는 기둥도 됩니다. 베어져서는 집을 짓는 재료나 땔감으로도 쓰입니다. 어디에 쓰여도 좋은, 내가 없는 마음이 바로 나무의 마음입니다. 아무 것이나 되어도 좋다는 마음 뿐, 미움은 없습니다, 바라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