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Hide Resteemskmlee (66)in kr-diary • 18 days ago할아버지와의 대국누구와 만나서, 어떤 대화를 했고, 주변의 환경은 어땠으며,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까지도, 되짚어보면 그다지 특별할 게 없는 순간이지만 명확하게 떠오를 때가 있다. 내가 지금 떠올린 건 6살에 동네 친구에게 건낸 농담인데 그 농담은 그 날 아침, 아버지가 어머니에 들려주었던 농담이었다. 가족들 모두에게 전한 게 아니라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했던 농담을…kmlee (66)in kr-diary • last month무수히 많은 바다거북을 죽인 흉악한 물질포장 비닐을 뜯는 걸 옆에서 구경하던 내 고양이가 가볍게 입을 댔다. 물어뜯는 게 아니라 가볍게 갖다대는 수준이라 비닐은 찢어지긴 커녕 이빨 자국 하나 나지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곧바로 치우며 말을 걸었다. "나풀거리는 모습이 재밌어 보이겠지만, 무수히 많은 바다거북을 죽인 흉악한 물질이야." 말을 마치고 스스로도 웃겨서 기록한다.kmlee (66)in kr-diary • last month비린내가 사라지지 않아산책 중에 나를 따라오는 길고양이가 있었다. 발에 차이는 게 두렵지도 않은지 겁도 없이 나를 따라 걸으며 수시로 내 다리에 자신의 몸을 스치며 애교를 부렸다. 목에 멘 뜨개 목도리를 보고 밥을 주는 사람이 아끼는 고양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녀석은 나를 따라다니는 게 지겨워졌는지 난간에서 장난을 치다가 다리 밑으로 추락했다. 내려다보니 다치지는…kmlee (66)in kr-diary • 2 months ago안경을 고쳤다사실 한 주 가까이 예전 안경을 쓰며 아무 문제를 못 느껴서 예전 안경을 그대로 써도 괜찮지 않나 싶었는데, 그 생각은 고친 안경을 쓰고 2초 내로 사라졌다. 세상이 너무 맑았다. 쇼핑몰에서는 유리장에 든 개를 한참을 보고 있는 노인을 보았다. 사연이 궁금했다. 개는 몇 마리 있었지만 노인의 시선은 그 중 한 마리에 고정되어있었다. 예전에 함께하던…kmlee (66)in kr-diary • 2 months ago외출은 귀찮지만 생각을 하게 한다반년도 지나지 않은 새 안경 테가 망가졌다. 10년 전의 안경도 무사하고, 5년 전의 안경도 무사하고, 요즘은 최근 10년 중 가장 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으니 나로서는 굉장히 억울한 상황이다. 평생 안경을 써왔지만 안경이 망가진 건 운동 중에 공에 맞았을 때를 제외하면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프레임이 망가진 게 아니라 전면부와 다리를 이어주는 연결…kmlee (66)in kr-diary • 2 months ago3개월만에 다시 동물병원고양이의 점검을 위해 동물병원에 다녀왔다. 다행히 신장, 방광 모두 깨끗하게 잘 유지되고 있었다. 대신 치석이 꽤 껴서 스케일링이 필요할 수 있다는 끔찍한 말을 들었다. 고양이는 스케일링을 위해 전신마취가 필요한데, 전신마취는 단어의 생김새부터가 끔찍하다. 내가 양치를 제대로 시키지 않은 탓이니 누굴 탓할 수도 없다. 젠장.kmlee (66)in kr-diary • 2 months ago느긋한 일요일아침에는 또 눈을 뜨자마자 녀석이 알아차리고 침대에 올라와서 창문을 열어달라며 닫힌 창을 간절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들이닥치는 새벽 바람에 너무 추워서 침대에서 바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일어나서 외투를 입고 주방으로 향했다. 재료를 손질하고 있으니 녀석은 침실 창문에서 내려와 식탁을 타고 내 곁으로 다가오더니 이번에는 주방에 있는 창문을…kmlee (66)in kr-diary • 2 months ago내내 졸린 하루과로의 여파로 지나치게 졸린 하루였다. 아침을 겨우 해먹고 다시 자고, 낮에 또 자고, 저녁에도 또 졸았다. 지금도 또 졸려서 일찍 잘 예정. 너무 졸려서 아무 것도 하기 싫어서 저녁은 배달시켜 먹었는데, 오배송 사고가 있었다. 다른 집에 배달된, 다 식은 음식을 찾아와서 먹으며 휴대전화를 보니 배달기사 평가항목이 있어서 오배송을 기입하려다가 고작 약간…kmlee (66)in kr-diary • 2 months ago오늘의 요리 - 알루 팔락감자와 마살라가 먹고 싶고 시금치는 처리해야 하니까 오늘은 알루 팔락. 알루는 감자고 팔락은 시금치라 정말 직관적인 이름이다. 일단 반죽 먼저 하고 감자를 삶기 위해 물을 올리고, 그 사이에 재료를 손질한다. 시금치는 잘 씻어서 잘게 자르고 마늘은 다지고 양파는 채썰고 감자는 속까지 잘 익게 적당히 잘랐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큰 냄비에 삶는 게…kmlee (66)in kr-diary • 2 months ago오늘의 요리 - 봉골레 파스타평소 해산물을 잘 먹지 않고 기껏해야 생선이나 가끔 먹는 정도인데, 문득 조개가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오늘의 메뉴는 봉골레 파스타. 면을 삶는 사이에 마늘, 페페론치노를 살짝 볶다가 저민 키조개 관자와 면수를 부어서 저어주다가 면수가 다 날아갈 때쯤 익은 면과 면수를 조금 더 추가하고 다시 졸아들 때 버터를 넣고 계속 저어주며 마무리. 접시로 옮겨서…kmlee (66)in kr-diary • 2 months ago오늘의 귀여움과 요리오늘의 귀여움 저녁식사 중에 괜히 근처에서 배가 고픈 척 애교를 부렸다. 사료가 아직 넉넉하게 차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기분을 내고 싶은 모양이라 사료를 조금만 쥐고 밥그릇에 부어주는 시늉만 하며 맞춰주었다. 녀석도 원하는 걸 얻어서 기분이 좋은지 가르랑거리며 깨작깨작 몇 알만 먹고 다시 나에게로 왔다. 오늘의 요리 남은 고기로 파히타를…kmlee (66)in kr-diary • 3 months ago12월 첫 주이번 주의 귀여움 주방에 있는 창문을 열어놓고 작업실을 청소하고 있었다. 내 고양이는 작업실로 따라오지 않고 주방의 창틀에 앉아서 밖을 내다보고 있었는데, 청소를 마치고 거실로 나오니 녀석은 창틀에서 내려와 다가오다, 멈칫하더니 뒷걸음치고 고개만 돌려 창 밖을 보더니, 이내 다시 고개를 돌리고 울면서 다가왔다. 창 밖에 보이는 새를 계속 보고 싶은…kmlee (66)in kr-diary • 3 months ago지표새로운 경험을 하지 않으면 기억력이 나빠진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아는 것과 겪는 건 다르다. 나는 요즘 사람과의 대화를 잘 잊어버린다. 상대의 말을 잊고, 내가 했던 말을 잊는다. 덕분에 같은 말을 다시 하는 경우가 많다. 말을 뱉고 전에도 했던 말이라는 걸 뒤늦게 떠올리는 건 꽤 끔찍한 경험이다. 평소에 그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 계속해서…kmlee (66)in kr-diary • 4 months ago병원의 풍경귀에서 소리가 났다. 평소라면 절대 병원에 가지 않았겠지만, 최근 불편한 곳이 있으면 곧바로 병원을 찾겠다고 주변 사람들과 약속했기 때문에 이비인후과에 갔다. 52명이나 대기 중이었고 사방에 콧물을 흘리고 기침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 옆에 앉은 사람은 콜록거리다가 상체 전체를 흔들며 시원하게 재채기를 했다. 그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그 다음에…kmlee (66)in hive-102798 • 4 months ago[Movie100]이벨린의 비범한 인생마츠는 남들이 할 수 있는 걸 할 수 없는 운명으로 태어났다. 운명의 이름은 뒤셴. 휠체어 위에서 20대에 마칠 일생을 보낼 운명이었다. 10대에 이미 손가락을 까딱거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게 남들이 할 수 있는 걸 하지 못하고 삶을 마쳤지만, 남겨진 가족에게 자신이 사랑 받으며 살았다는 사실을 알릴 수는 있었다. 세계 각지에서…kmlee (66)in kr-diary • 4 months ago콜드브루 원액을 바꾸지 않았다한 5년째 같은 콜드브루 원액을 먹고 있어서 다른 걸 한번 먹었다. 기존에 먹던 것보다 좋았지만 라벨 전체에 점착제가 발린 후진적인 포장이라서, 다시 기존의 라벨이 잘 뜯기는 제품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의무감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는 게 재밌었다.kmlee (66)in kr-diary • 6 months ago고집쟁이들자신이 너무 고집이 센 것 같다는 친구에게 나도 고집이 정말 세지 않냐고 했다. 그러고 생각해보니 내 주변에는 고집쟁이 밖에 없다. 사람은 닮은 사람과 어울린다는 말도 있고 상보성을 띄는 사람과 어울린다는 말도 있지만, 내 주변에는 나와 닮은 고집쟁이 뿐이다. 세상에 고집쟁이가 많은 건지, 아니면 내가 고집쟁이들만 다 모아놓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kmlee (66)in kr-diary • 7 months ago반성의 기회피 섞인 모래를 하루에도 몇 번씩 치우며 내가 처음과 다르게 얼마나 게을렀는지를 상기한다. 분명 그 게으름이 현재의 상황에 미친 영향이 있을 것이다. 자책은 도움이 되지 않으니 자책은 하지 않는다. 대신 반성을 한다. 별로 오래 가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지난 후에 반성하게 될 수 있다. 그래도 일단은 바란다. 내일은 오늘보다 낫기를, 모레는 내일보다…kmlee (66)in kr-diary • 7 months ago무더운 날, 나는 병원에일기를 또 오래 안 썼다. 하루종일 백지를 보고 있는데 밤에 또 백지나 보고 있을 수 없다는 마음이 반, 안구의 지나친 피로가 반이었다. 모니터를 쳐다보는 시간이 깨어있는 시간의 80%는 되는 삶을 보내고 있으니 눈의 피로는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지, 흐릿한 상을 억지로 초점을 맞추며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백지를 보며 타이핑을 하는…kmlee (66)in kr-diary • 8 months ago최상의 상태신기루처럼 느껴졌던 경지에 도달했다. 요즘 나는 자고 싶으면 자고, 깨지 않고 푹 자고, 깨더라도 자고 싶으면 곧바로 다시 잘 수 있다. 그렇게 숙면을 취하니 쉽게 지치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제는 도망갈 곳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