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Hide Resteemspediatrics (72)in kr • 4 years ago[책, 짧은 글] 시를 읽는다시를 읽는다. 단어 하나를 꿔오기 위해, 또는 슬쩍 베끼기 위해. 시집은 이렇듯 나에게 좋은 말의 보고다. 심심하고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 피고…pediatrics (72)in kr • 4 years ago[책, 짧은 글] 시간앞으로 몇 년이나 더 글을 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작가로서의 나의 새로운 다짐이 있다면 남의 책에 밑줄을 절대로 안 치는 버릇부터 고쳐볼 생각이다. 내 정신상태 내지는 지적 수준을 남이 넘겨짚을까 봐 전전긍긍하는 것도 일종의 잘난 척, 치사한 허영심, 더 정확하게 말하면 자폐증이라고 생각되자, 그런 내가 정떨어진다. 자신이 싫어하는 나를 누가…pediatrics (72)in kr • 4 years ago[책, 짧은 글] 추천자의 삶추천자의 삶의 조건과 목적은 특수하다. 평생 활자와 친했고, 책 보는 게 직업이거나 일과 중 독서 시간 확보가 가능한, 읽는 훈련이 된 일부 계층의 관점이 반영된 목록이다. 그런 책들이, 책을 거의 안 봤거나 볼 시간이 없고 고된 노동과 학습에 지친 이들의 일상에 지적 정서적 쾌락을 주는 ‘좋은 책’으로 스밀 수 있을가. 추천자와 독자 사이에 ‘공감…pediatrics (72)in kr • 4 years ago[책, 짧은 글] 복종부모나 교사가 시키는 무리한 것들을 ‘싫어도’ 해낸다면 훗날 자기보다 힘이 센 사람이 시키는 별의별 일도 ‘싫은데’ 꾸역꾸역 감당할 여지가 있다. 복종은 습관이다. 성찰 없는 순종이 몸에 배면 자기의 좋음과 싫음의 감각은 퇴화한다. 자기를 모르는 사람은 자기를 지키기 어렵다. 은유, 《다가오는 말들》pediatrics (72)in kr • 4 years ago[책, 짧은 글] 사랑의 기술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자본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근본 원칙과 사랑의 원칙은 결코 양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본주의의 급류에서 부서진 삶을 복구하는 사람들. 그러는 사이 그들은 사랑의 원리를 깨우쳤다. “삶은 상호의존적이라는 점은 무시되고, 개개인은 고립된 채 자기 이익을 챙기는 것에 최상의 가치를 두”도록 세상이 우리를 길들이고 있기에…pediatrics (72)in kr • 4 years ago[책, 짧은 글] 혐오한 사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적어도 무작정 혐오하기는 어렵다. 누구라도 그러리라 생각한다. 서로 아무런삶의 연결고리가 없을 때 더 쉽게 혐오하지만, 서로의 삶이 한 자락이라도 섞이면 이해하고 공감할 여지는 꼭 생긴다. 은유, 《다가오는 말들》pediatrics (72)in kr • 4 years ago[책, 짧은 글] 추천자의 삶추천자의 삶의 조건과 목적은 특수하다. 평생 활자와 친했고, 책 보는 게 직업이거나 일과 중 독서 시간 확보가 가능한, 읽는 훈련이 된 일부 계층의 관점이 반영된 목록이다. 그런 책들이, 책을 거의 안 봤거나 볼 시간이 없고 고된 노동과 학습에 지친 이들의 일상에 지적 정서적 쾌락을 주는 ‘좋은 책’으로 스밀 수 있을가. 추천자와 독자 사이에 ‘공감…pediatrics (72)in kr • 4 years ago[책, 짧은 글] 사유기성의 관념에 갇히는 건 게으름 탓 같다. 특히 이분법은 사유의 적이다. 생각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생각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누구나 기성세대가 된다. 선입관이 현실을 만나 깨지는 쾌감은 세상에 자기를 개방할 때만 누리는 복락이다. 은유, 《다가오는 말들》pediatrics (72)in kr • 4 years ago[책, 짧은 글] 성찰부모나 교사가 시키는 무리한 것들을 ‘싫어도’ 해낸다면 훗날 자기보다 힘이 센 사람이 시키는 별의별 일도 ‘싫은데’ 꾸역꾸역 감당할 여지가 있다. 복종은 습관이다. 성찰 없는 순종이 몸에 배면 자기의 좋음과 싫음의 감각은 퇴화한다. 자기를 모르는 사람은 자기를 지키기 어렵다. 은유, 《다가오는 말들》pediatrics (72)in kr • 4 years ago[책, 짧은 글] 공감한 사람의 공감 능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계속 질문하는 중이다. 여자라서, 아이를 키워봐서, 딸이 있어서처럼 저절로 주어지는 것들은 계기가 될 순 있어도 공감의 지속 조건은 될 순 없다. 배움이 필요하다. 글쓰기 수업에 오는 어른들도 ‘느끼는 능력‘을 갈구한다. 남 일에 무관심하면 더 빨리 더 높게 사회적 성취를 일굴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자신과의…pediatrics (72)in kr • 4 years ago[책, 짧은 글] 글나는 어떤 글을 그토록 쓰고 싶었던 걸까? 세상에는 이미 너무 많은 글과 논리가 있고 지식이 있다. 그것에 묻힌 너무 작은 목소리가 있다.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살리는 일을 내심 과업으로 삼았다. 저자(조르조 아감벤)의 일침대로라면 육성만 담지 말고 울림과 떨림까지 담아야 하고 그것은 ˝무언가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저항의 힘˝으로 가능하다. 이 무위의…pediatrics (72)in kr • 4 years ago[책, 짧은 글] 자본주의와 사랑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자본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근본 원칙과 사랑의 원칙은 결코 양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본주의의 급류에서 부서진 삶을 복구하는 사람들. 그러는 사이 그들은 사랑의 원리를 깨우쳤다. “삶은 상호의존적이라는 점은 무시되고, 개개인은 고립된 채 자기 이익을 챙기는 것에 최상의 가치를 두”도록 세상이 우리를 길들이고 있기에…pediatrics (72)in kr • 4 years ago[책, 짧은 글] 행복나의 평범했던 날들, 낮에는 흰 빨래가 걸리고 밤에는 거실 불빛이 새어나오는 아파트에서 퍽 무탈한 일상을 이어갔으나 행복이 막 샘솟지는 않았다. 그 안전하고 예사로운 4인 가족 틀을 벗어나 캄캄하고 어지러운 외부 세계와 맞닥뜨렸을 때, 글쓰기로 하루하루 정신을 깨끗하게 빨아 널고 낯선 이웃을 만나고 삶의 가치라는 내면의 등을 밝힐 때 외려…pediatrics (72)in kr • 4 years ago[책, 짧은 글] 어른인간 사회는 민폐 사슬이다. 인간은 나약하기에 사회성을 갖는다. 살자면 기대지 않을 수도 기댐을 안 받을 수도 없다. 아기를 안고 공부에 나선 엄마처럼 폐 끼치는 상황을 두려워 말아야 하고 공동체는 아이들을 군말 없이 품어야 한다. 배제를 당하면서 자란 ‘키즈’들이 타자를 배제하는 어른이 되리란 건 자명하다. 건강한 의존성을 확장해나가는 과정을 통해서만…pediatrics (72)in kr • 4 years ago[책, 짧은 글] 사랑내게 사랑은 나 아닌 것에 ‘빠져듦’ 그리고 ‘달라짐’이다. 우연한 계기로 엮여 서로의 세계를 흡수하면서 안 하던 짓을 하거나 하던 짓을 안 하게 되는 일. 연애가 그랬고 공부가 그랬다. 이전과 다른 삶으로 넘어가는 계기적 사건이 사랑 같다. 은유, 《다가오는 말들》pediatrics (72)in kr • 4 years ago[책, 짧은 글] 글우리는 ‘생각보다’ 자신에 무지하고 자기와 서먹하기에, 글을 쓰면서 나를 알아가는 쾌감도 크다. 그렇게 마음을 다 쏟는 태도로 삶을 기록할 때라야 “신체에 닿는 언어”를 낳고 “그런 언어만이 타자에게 전해”진다. 은유, 《다가오는 말들》pediatrics (72)in kr • 4 years ago[책, 짧은 글] 확실함에 대한 동경나도 20~30대엔 애매함을 배척하고 확실함을 동경했다. 표류보다 안착을 원했다. 어영부영 이만큼 떠밀려오고 나서야 짐작한다. 인간이 명료함을 갈구하는 존재라는 건 삶의 본질이 어정쩡함에 있다는 뜻이겠구나. 은유, 《다가오는 말들》pediatrics (72)in kr • 4 years ago[책, 짧은 글] 편견아름답거나 아릿하거나, 날카롭거나 뭉근하거나. 타인의 말은 나를 찌르고 흔든다. 사고를 원점으로 돌려놓는다. 그렇게 몸에 자리 잡고 나가지 않는 말들이 쌓이고 숙성되고 연결되면 한 편의 글이 되었다. 이 과정을 꾸준히 반복하면서 남의 말을 듣는 훈련이 조금은 된 것 같다. 무엇보다 큰 수확은 내가 편견이 많다는 사실을 안 것이다. 은유, 《다가오는…pediatrics (72)in zzan • 4 years ago[책, 짧은 글] 답그렇게 밀려오는 것 안에 정확히 뭐가 들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감정인 것도 같고 감각인 듯도 하고정서 또는 기억인가도 싶다. 다만 내가 확실하게 알아챌 수 있는 건 그렇게 바깥에서 들어온 뭔가가 내안에 마련해주는 ‘빈 공간‘이다. 들어와 자리를 채우거나, 차지하는 게 아닌 ‘자리 자체‘를 만들어주는, 고요하고, 고유한 상태를 독려해주는 무엇. 그…pediatrics (72)in book • 4 years ago[책, 짧은 글] 부사나는 부사가 걸린다. 나는 부사가 불편하다. 아무래도 나는 부사를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이 말을 아주 조그맣게 한다. 글 짓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부사를 꽤 좋아한다. 나는 부사를 아주 좋아한다. 나는 부사를 매우 좋아하며, 절대, 제일, 가장, 과연, 진짜, 왠지, 퍽, 무척 좋아한다. 등단한 뒤로 이렇게 한 문장 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