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Hide Resteemssindorimspinoza (53)in kr • 6 years ago도망친 '예술가'에게1 예술가를 좋아한다. 아니 동경한다. 예술가는 누구인가? 작품을 만드는 사람? 창조하는 사람? 다 옳은 정의다. 하지만 나는 예술가를 이렇게 정의한다. 언어 너머에 있는 사람. 예술가는 언어 너머 있는 사람이다. 예술가들은 그림을 보고 그리며, 음악을 듣고 만들며, 조각품을 감상하고 만들며, 사진을 보고 찍고, 영상을 보고 만든다. 왜 이런 번거로운…sindorimspinoza (53)in kr • 6 years ago복싱과 연애의 닮은점일상적 관계를 넘어서게 하는, 고백 복싱은 혼자 하는 스포츠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틀렸다. 복싱은 함께 하는 스포츠다. 서로 치고 받는 상대와 함께하는 스포츠다. 상대가 없다면 진정한 복싱은 애초에 시작할 수조차 없다. 그래서였을까? 매일 체육관에서 땀을 흘리며, 복싱과 연애가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쉬이 납득할 수 없을지도…sindorimspinoza (53)in kr • 6 years ago사랑이 멈춰버린 시간너는 사랑이 멈춰버린 시간 속에 있지? 그래서 사랑했던 시간을 더 그리워하는 것이겠지. 지나간 사랑의 시간은 다시 되돌릴 수도 없고, 되돌려서도 안 된다는 의미 없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의미없는 이야기는 우리를 지치게 하니까. 나는 사랑의 시간으로 성숙했다.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그네들은 나의 ‘사랑의 시간’을 부러워하는 것인지, 나의…sindorimspinoza (53)in kr • 6 years ago철학의 날카로움철학을 공부하면 머리가 굵어지죠. 그래서 때로 철학을 꽤나 공부한 이들은 오만해지기 쉬워요. 언젠가 철학 꽤나 공부했다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철학은, 잘 살기 위한 도구고, 잘 산다는 건, 사랑하고 사랑받는 존재가 된다는 의미에요" 그 친구는 제게 따지듯 말했지요. "저는 선생님의 말씀에 동의하지 않아요. 사랑이라는 것으로부터도…sindorimspinoza (53)in kr • 6 years ago복싱의 오르가즘한 여름부터 시작된, 기침과 가래는 여전하다. 컨디션이 안 좋다. 게다가 요즘 날이 추워져서 인지 몸살기마저 안고 산지 한 달이 넘었다. 격하게 몸을 써야 하는 운동을 미뤄두었다. 여전히 컨디션이 안 좋지만 어제는 체육관에 갔다. 하고 싶은 것은 하고 살아야지 싶어서. 컨디션 걱정하다 언제 운동하겠나싶어서. 컨디션이 나빠서 운동을 못하는 건지, 운동을…sindorimspinoza (53)in kr • 6 years ago사랑하는 '제자'들에게죽고 싶었다. 아니 도망치고 싶었다. 나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서, 감당하기 싫어서. 나는 긴 시간 죽음으로 도망치는 삶을 갈망해왔다. 이 얼마나 비루한 삶인가. 그것이 비루한 삶임을 알게 된 순간, 수치스러워졌다. 좋아하는 철학자는 생의 마지막 힘을 끌어 모아 베란다로 기어가 투신했다. 그는 살아있는 채로 죽었다. 그 죽음 앞에 나는…sindorimspinoza (53)in kr • 6 years ago‘박화영’, 내게 너무 아름다운 그녀날 것 그대로를 보여주는 영화가 좋다. 그런 펄떡거리는 영화들은 나를 끌어당긴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가 그랬고, ‘똥파리’가 그랬다. ‘박화영’도 그런 영화였다. 박화영은 엄마에게 “개씨발 썅년아!”라고 악다구니를 하는 ‘딸’이다. 동시에 가출한 아이들에게는 ‘엄마’다. 실제로 가출한 아이들은 그녀를 ‘엄마’라고 부른다. 사실 ‘박화영’은…sindorimspinoza (53)in kr • 6 years ago질투와 연대“예술가들은 서로 연대하며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질투나 시기심을 잘 제어해야 한다.” 언제나 어느 예술가가 했던 말이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비웃었다. 예술가를 자처하는 인간들이 서로를 시기하고 질투나 하고 있다니. 지금은 조금 그 말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제 긴 시간 함께 내 수업을 들었던 친구에게 이러저런…sindorimspinoza (53)in kr • 6 years ago사랑, 한다는 것.앓았다. '앓는' 건 '아픈' 게 아니다. ‘앓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강건한 육체를 갖고 태어난 덕에 잔병이 없이 잘 살아왔다. 가끔 '아픈' 적은 있지만 '앓은' 적은 없었다. 내게 ‘앓는다’는 건 육체적이기만 문제가 아니다. 육체만 비명을 지르는 건 ‘아픈’ 것이다. 육체적 탈진과 정신적 탈진이 함께 왔을 때 나는 앓는다. 육체적…sindorimspinoza (53)in kr • 6 years ago'자연'스러운 삶요즘 가사가 있는 음악은 잘 듣지 않는다. 이유를 안다. 언어로 떠드는 것도, 그 떠듦을 듣는 것도 지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악이라도 그런 언어적 떠듦 없는 것들을 듣는다. 이런 이야기를 듣던 친구가 내게 그리 말했다. “형님, 이제 곧 자연의 소리로 가시겠어요.” 나는 알고 있었다. 요즘 내가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걸. 도시를 가로…sindorimspinoza (53)in kr • 6 years ago나의 작가론 II“작가는 무엇인가? 분명 작가는 독자를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이지. 하지만 독자를 ‘위해’ 쓴다는 것이 무슨 뜻이란 말인가? 그것은 정말로 독자를 위해 글을 쓰는 거야. 하지만 작가들이란 읽지 않는 사람을 위해서도 글을 쓰거든, 이 경우 작가는 그들을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대신하여’ 글을 쓰는 것이 되지. 그러므로 독자를 ‘위해’ 글을…sindorimspinoza (53)in kr • 6 years ago사랑의 방식을 소유하려는 이들에게"왜 저는 따뜻하게 안 대해주세요?" "왜 저한테는 다른 사람들처럼 자상하게 이야기안해주세요?" 종종 듣는 핀잔이다. 나처럼, 나를 찾아오는 그네들도 사랑 받고 싶은 것일까? 아니다. 그들은 사랑을 받고 싶은 게 아니다. 사랑의 방식을 소유하고 싶은 것이다. 그네들은 알지 못한다. 사랑의 방식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상대를 얼마나 지치게…sindorimspinoza (53)in kr • 6 years ago불면증'잃음'과 '잊음' 어린 시절, 어머니와 아버지가 욕지거리를 하며 부부싸움을 할 때면 잠을 잤다. 아니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려고 애를 썼다. 힘든 일, 아픈 일이 있어서, 그것들을 잊고 싶을 때면 잠을 청했다. 몇 시간을 내리 자고 일어나면 무섭고 서러운 마음이 가라앉아 있었다. 세차게 내리는 장대비를 닫힌 창문 너머로 바라보는 마음으로 나는…sindorimspinoza (53)in kr • 6 years ago한 여름의 오한“정직하게 살아야 한다.” 이 말보다 무서운 말이 또 있을까? 거짓과 위선, 기만이 겹겹이 쌓여 그것이 자신의 거짓이며 위선이며 기만인지 모르는 이들만 쉽게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고. 노력하고 있다. 정직하게 살아가려고. 하지만 여전히 두렵다. 정직하게 나를 내보인다는 것이. 정직함이 언제나 환대로 돌아오는 것이…sindorimspinoza (53)in kr • 6 years ago돌멩이이제 안다. 글 쓰는 사람은 기다리는 사람이란 걸. 수업을 하고 있다. 먹고 살기 위해 시작했다. 글만으로 밥벌이가 턱없이 안 되어 시작한 일이다. 하지만 수업은 밥벌이‘만’을 위한 일은 아니다. 그랬다면 다른 일을 하면 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선생을 자처하는 일이다. 할 이야기가 있으니 글을 쓰는 것이고, 할 이야기가 있는 사람은 모두…sindorimspinoza (53)in kr • 6 years ago고개 숙이지 말아요.9주간의 글쓰기 수업을 했다. 학생에게 “직장을 그만두라”고 했다. 그는 “지금은 그럴 수 없어요”라고 했다. “그럼 그만 둘 것처럼 다니라”고 했다. 그는 “네”라고 했다. 그렇게 수업은 끝이 났고, 시간이 한 참 흘렀다. 다급한 듯 통화하고 싶다는 문자가 왔다. 직감했다. 직장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아니나 다를까. 내용인즉슨, 부조리한 동시에…sindorimspinoza (53)in kr • 6 years ago안녕. 노회찬노회찬은 내게 좋은 선생이었다. 그를 통해 배운 것들이 많다. 그런 그가 떠났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냥 그렇게 떠났다. 처음에는 먹먹했고, 나중에는 아쉬웠고 끝내는 화가 났다. 화가 났다. 따져 묻고 싶은 일들이 많았던 까닭이다. 그는 긴 시간 진보 정치의 상징이었다. 그를 통해 책으로 배웠던 진보적, 좌파적 가치가 어떻게 현실에서 구현되며…sindorimspinoza (53)in kr • 6 years ago그렇게 우리는 아버지가 된다.글쟁이가 된 이후로 알게 된 게 있다. 묵혀둔 감정이 있다면 너무 늦지 않게 표현해야 된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그 감정이 내 안에서 곪아든다. 종종 만났던 사람들이 있다. 네 명이다. 아니, 정확히는 네 가정이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 넷은 이래저래 통하는 것이 많았다. 의기투합해서 네 가족은 여행을 갔다. 함께 하는 시간이…sindorimspinoza (53)in kr • 6 years ago[철학보다연애] 정직함과 무례함 사이에서연애의 최고 덕목, 정직함 “이야기 할 게 있어.” “뭔데?” “처음 만났을 때, 나한테 학번 물었었잖아?” “어, 그랬지. 나이 물어보기가 좀 그래서.” “그런데... 나 사실 집이 어려워서, 대학 못 갔어.” 연애를 막 시작했을 때, 정직해지기란 쉽지가 않다. 왜 안 그럴까? 연애를 하면 상대에게 세상에 가장 예쁘고 근사한…sindorimspinoza (53)in kr • 6 years ago[철학보다연애] 주인공과 조연행복한 주인공이 되고 싶다면, 개성파 조연 정도는 혼자 쟁취하자. 연애는 주인공이 되는 황홀한 경험을 약속한다. 그런데 이 약속이 희망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 물어보자. 어떤 사람이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망이 더 강렬할까? 그건 아주 긴 시간 엑스트라에서 막장 조연까지 전전한 사람일 게다. 그들은 주인공이 될 것 같으면 장르를 가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