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Hide Resteemsuchatn (34)in koreanwork • 2 years ago실업 급여 2 소굴과 명함 디자이너과정 수업이 막바지에 이르며, 친구 무리도 형성되고 커플도 생겼다가 싸우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는 등, 조용한 교실은 아수라장이 돼갔다. 정신없이 번역에 몰두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보면, 맨앞에서 단조로운 표정으로 자바 언어 강의를 하는 강사와 별개로, 학생들의 모니터에서는 오로지 수십 개의 메신저 창이 화면을 가득 메우고 깜빡이는 풍경이 펼쳐졌다.…uchatn (34)in novelistdesign • 3 years ago실업 급여 1 소설가와 웹 디자인 교육일곱 군데의 직장을 그만두고 재취업을 하기 전까지, 사이사이 실업 급여를 신청하거나 재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곤 했다. 그러느라 고용 안정 센터라는 이름의 지자체 기관에 자주 드나들었다. 한번은 고용 안정 센터 담당자가 나에게 직업 적성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유했는데, 호기심에 얼른 응하며 이런저런 직업에 다 관심 있다고 표시했더니, 나에게 알맞은 직업…uchatn (34)in koreanmagazine • 3 years ago스물여섯 살, 잡지 창간에 참여하다어떻게 보면 소꿉 장난이었다. 또 어떻게 보면 열정 페이였고 실은 시행착오이자 배움의 과정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게 실은 핑계(술먹을 핑계, 짝지을 핑계)라는 깨달음을 처음 얻은 계기이기도 했다. 사회학을 동경했으나 엉뚱하게도 문학을 전공하게 된 나에게, 사회학 이론과 방법론을 사용해 문화 비평을 꾸준히 해나가던 그 잡지는 동경의 대상이었다.…uchatn (34)in kr • 4 years ago스물네 살, 대학원 신문사의 근로 장학금내가 들어간 대학원의 학과에는, 대학원 신문사에서 일하는 선배들이 많았다. 편집부의 반 가까이 될 정도였다. 취미 활동이나 진로 준비는 아니었고, 조교 장학금을 타기 위한, 지극히 경제적인 방편이었다. 아르바이트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물론 문학 전공생들이었으니 관심사나 진로와 아주 관련이 없는 건 아니었다. 나와 동기들도 선배들에게 부탁해서 대학원…uchatn (34)in kr • 4 years ago스물 두 살, 출판사 열정 페이내가 대학 다닐 때는 출판사, 잡지사가 문과생들의 (유일한) 창업 아이템이었다. 요즘 글 쓰는 젊은이들도 (취미로) 자비(독립) 출판을 하고 뜻(욕망)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잡지를 내니까 크게 달라지진 않은 것도 같지만, 결정적으로 ‘돈’ 문제가 달랐다. 요즘은 수익을 바라고 책을 내거나 잡지를 내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내가 젊을 때는 아직 종이의…uchatn (34)in kr • 4 years ago스무살, 대기업 신문 스크랩 알바벌써 네 번째 직장 이야기까지 썼다. 이제 다섯, 여섯, 일곱 번째 직장 이야기를 남겨두고 있는데… 쓸 엄두가 잘 안 난다. 앞의 네 직장들 이야기를 쓰는 것도 꽤 힘들었다. 더구나 뒤의 세 직장들은… 십년 이상 세월이 흐른 기억임에도, 아직까지도 그때를 떠올리면 당시 감정들이 생생하게 추체험되는 것 같아서 괴롭다. 그걸 기록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uchatn (34)in kr • 5 years ago{5} Office cleaning in weekends출장을 다녀와서( 해외 도서전 프로젝트는 끝났다. 나는 기진맥진 해버렸다. 정산 작업과 프로젝트 결과 보고서 작업이 남아 있었지만, 다른 팀원들도 할 수 있는 일이었고 나에게는 휴식이 절실했다. 회사에 한 달 무급 휴가를 신청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래서는 안 됐다. 적어도 내가 그 회사에 계속 다니면서 좋은 일을 맡고 승진을 할 생각이 있다면…uchatn (34)in kr • 5 years ago{4} Gap Eul Byeong Jeong우리 전시기획사에서 수주한 정부 관련 프로젝트는 여러 단계 계약 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우선, 40대 초반의 공무원 두 명이 정부쪽 실무 책임자, 즉 ‘갑’이었다. 아마 최종 결정은 그들의 상관이 하겠지만, 주임 급인 그들에게 대부분의 권한이 위임된 듯했다. 그리고 더 높은 정부 인사들이 위촉했을, 출판인과 문학인들로 구성된 ‘준비위원회’가 있었고…uchatn (34)in kr • 5 years ago{3} Recruiting and Raising새로 이사온 건물, 우리 회사가 사무실로 사용하는 3층에는 넓은 테라스가 있었다. 아마 사장은 이 테라스에 반해서 사무실을 옮긴 것일 터였다. 그는 이사 오자마자 계속 식물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테라스는 물론 사무실 곳곳을 화분으로 채운 다음, 근처에 앉은 직원들을 지정해, 물 주며 돌볼 책임을 맡겼다. 그건 나름대로 즐거운 일이었다. 하지만…uchatn (34)in kr • 5 years ago{2} Cleaning and Moving처음 전시기획사에 들어갔을 때, 덕수궁 인근에 자리잡고 있던 회사는 역사교과서에서 들어본 듯도 한 건물에 세들어 있었다. 고색창연한 석조 건물 내부는 계속 리모델링을 했겠지만, 요즘 것이 아닌 구조와 좁디좁은 공간 구획은 어쩔 수 없었고, 밤늦도록 일하다보면 으스스한 기운이 사방에서 뿜어나왔다. 당연히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았다. 압권은…uchatn (34)in kr • 6 years ago{1} Aesthetic and Historic Vanity나는 어릴 때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 사실 그렇게 재능이 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림은 곧잘 그렸다. 엄마도 젊을 때 그린 진달래꽃 화선지를 돌돌 말아 다락에 보관하고 있었고, 아빠도 젊을 때 취미로 그렸다는 조그마한 풍경화 캔버스 몇 개가 집 안에 걸려 있었다. 나도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매주 어느 화실을 나가기도…uchatn (34)in university • 6 years ago(6) productive quitting이전까지는 망원동 집에서 강남 회사로 출퇴근하느라 내 소유의 똥차를 집 주차장에 세워두기만 했다. 이번 직장은 망원동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대중교통은 애매했고 걸으면 35분이 걸렸으나 차로는 5분이었다. 게다가 대학 캠퍼스가 넓다보니 교직원들에게 주차 공간이 충분히 주어졌다. 그래서 나는 난생 처음 자가용으로 근거리 출퇴근을 하며 운전하는 연습을 해볼…uchatn (34)in university • 6 years ago(5) bullied misspelling당시의 기억을 되살려 글을 쓰는 게 생각보다 고통스러웠나 보다. 몇 달이 지나도록 다음 편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래도 세 번째 직장의 다섯 번째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나서 다음 직장 이야기로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고, 이제야 기운을 냈다. 그런데 이번 직장에 대한 글은 여섯 편으로 써야 할 것 같다.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기억하는 일이…uchatn (34)in university • 6 years ago(4) student cafeteria나는 일곱 군데 직장을 다녔으면서도 직장 내 성희롱이라고 할 수 있는 문제를 두 번밖에 겪지 않았다. 어찌 보면 행운이라고도 할 수 있는 편인데, 다만 그것이 모두 나의 모교에서 이뤄졌다는 점은 많이 씁쓸하다. 첫 경험은 대학원에서 조교 일을 하면서, 두 번째 경험은 대학 출판부에서 일하면서였다. 평균보다는 멘탈이 강한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성희롱의…uchatn (34)in kr • 6 years ago(3) editor cum designer, marketer cum designer웹진 회사였던 저번 직장을 그만두고 6개월간 웹디자인 학원에 다녔더랬다. 그전에도 간단한 코딩 수정은 할 줄 알았지만, 조금만 배우면 될 것 같은 페이지 코딩과 이미지 수정을 못해서 매번 프로그래머와 디자이너의 손을 빌려야 하는 게 답답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번 회사(대학 출판부)에 들어오며 제출한 이력서에서 그 점을 눈여겨본 출판부장은…uchatn (34)in kr • 6 years ago(2) bribe and dried fish출판부로 출근을 시작했다. 직원은 나까지 다섯 명. 그중 직원 셋의 나이는 55, 61, 64세로, 제일 나이가 많은 출판부장은 내년이 정년이었다. 그는 출판 업무를 경험해본 적이 없는 교직원이었고 정년이 임박해 한직(?)으로 밀려난 거라고 약간 침울해했지만, 출판 업무에 흥미를 보이며 1년이라도 재밌게 일해보고자 하는 의욕이 충만했다. 편집 업무를…uchatn (34)in kr • 6 years ago(1) country for old men분홍색 벚꽃이 흩날리던 어느 4월의 금요일, 그 남자와 나는 대학 교정의 어느 벚나무 아래 벤치에서 만났다. 일종의 면접이라서 남색 정장 원피스를 차려 입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본 그 남자는, 미소를 지었다. 나와 맞추기라도 한 듯, 같은 남색의 말끔한 정장에 점잖은 분위기의 노신사였다. 정식 면접일은 다음주 월요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나를 한 주…uchatn (34)in kr • 7 years ago[5] memoir called fiction드디어 dot com bubble이 꺼지기 시작했고 우리 webzine도 모회사인 portal과의 content 공급 계약이 해지되었다. 새로 창간한 sex webzine에서 하루에 몇 만 원씩 유료 결재가 발생했고, 네이버에 조회수를 늘릴 abusing 기사들을 쓰며 하루 몇 십만 원 정도 받게 되었다. 문화 webzine은 아예 업데이트가…uchatn (34)in kr • 7 years ago[4] nailed by two columnist꼭 쓰고 싶지만 잘 기억나지 않는 episode가 있어 그 시절 email들을 뒤져보았다. 그러다가 다 잊고 있던, 기겁할 내용들을 많이 발견했다. 특히 충격적이었던 건, 당시 내가 주변 지인 거의 모두에게 email을 보내 sex column을 써달라고 졸라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미국 글들을 무단 번역해서 싣는 게 주 content였지만…uchatn (34)in kr • 7 years ago[3] sex talk without sex글쓰기 모임을 같이 하는 친구가 지난번 글을 읽고, 이 직장에서 많이 고통스러웠겠다고 위로를 해주어서 깜짝 놀랐다. 사실 이 두번째 직장은 나의 일곱 군데 직장 가운데 가장 즐거웠던 곳이기 때문이다. 억울한 일을 당한 적이 한번도 없던 유일한 직장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일 때문에 눈물을 흘려본 적 없는 유일한 직장이기도 했던 것 같다. 물론 나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