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Hide Resteemsyeginius (60)in kr • 3 years ago당신 / 복효근 가시기 며칠 전 풀어 헤쳐진 환자복 사이로 어머니 빈 젖 보았습니다 그 빈 젖 가만히 만져보았습니다 지그시 내려다보시던 그 눈빛 당신을 보았습니다 그처럼 처연하고 그처럼 아름다웁게 고개 숙인 꽃봉오리를 본 적이 없습니다 야훼와 부처가 그 안에 있었으니 이생에서도 다음 생에도 내가 다시…yeginius (60)in kr • 3 years ago생신 / 오봉옥 엄닌 밤새도록 물을 긷더니 뒤안 모퉁이에 앉아 찬물만 듬승듬승 온몸에 퍼부었어요. 엄닌 찬물 한 사발도 조선장에 버무린 산나물도 오래 오래 묵혀둔 곶감도 두 손으로만 고이고이 올려 생신상을 차리다가 촉촉히 젖은 눈시울일랑 아무도 모르게 훔쳤지요. 엄닌 겨울산을 훌쩍 넘은 아비가 북으로 가서 살아있을지도 모르는데 어찌 이게…yeginius (60)in kr • 3 years ago눈물은 왜 짠가 / 함민복 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yeginius (60)in kr • 3 years ago어떤 귀로 / 박재삼 새벽 서릿길을 밟으며 어머니는 장사를 나가셨다가 촉촉한 밤이슬에 젖으며 우리들 머리맡으로 돌아오셨다. 선반엔 꿀단지가 채워져 있기는커녕 먼지만 부옇게 쌓여 있는데, 빚으로도 못 갚는 땟국물 같은 어린 것들이 방 안에 제멋대로 뒹굴어져 자는데, 보는 이 없는 것, 알아주는 이 없는 것, 이마 위에 이고…yeginius (60)in kr • 3 years ago받아쓰다 / 김용택 어머니는 글자를 모른다. 글자를 모르는 어머니는 자연이 하는 말을 받아 땅 위에 적었다. 봄비가 오면 참깨 모종을 들고 밭으로 달려갔고, 가을 햇살이 좋으면 돌담에 호박쪼가리를 널어두었다가 점심때 와서 다시 뒤집어 널었다. 아침에 비가 오면 "아침 비 맞고는 서울도 간다"라고 비옷을 챙기지 않았고 "야야, 빗 낯 들었다"라며 비의 얼굴을 미리 보고…yeginius (60)in kr • 3 years ago엄마 걱정 / 기형도 안 오시네, 해가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출처] 주제 시 모음…yeginius (60)in kr • 3 years ago쓰러진 나무 / 나희덕 저 아카시아 나무는 쓰러진 채로 십 년을 견뎠다 몇 번은 쓰러지면서 잡목 숲에 돌아온 나는 이제 쓰러진 나무의 향기와 살아 있는 나무의 향기를 함께 맡는다 쓰러진 아카시아를 제 몸으로 받아낸 떡갈나무, 사람이 사람을 그처럼 오래 껴안을 수 있으랴 잡목 숲이 아름다운 건 두 나무가 기대어선 각도…yeginius (60)in kr • 3 years ago당신 / 복효근 가시기 며칠 전 풀어 헤쳐진 환자복 사이로 어머니 빈 젖 보았습니다 그 빈 젖 가만히 만져보았습니다 지그시 내려다보시던 그 눈빛 당신을 보았습니다 그처럼 처연하고 그처럼 아름다웁게 고개 숙인 꽃봉오리를 본 적이 없습니다 야훼와 부처가 그 안에 있었으니 이생에서도 다음 생에도 내가 다시…yeginius (60)in kr • 3 years ago생신 / 오봉옥 엄닌 밤새도록 물을 긷더니 뒤안 모퉁이에 앉아 찬물만 듬승듬승 온몸에 퍼부었어요. 엄닌 찬물 한 사발도 조선장에 버무린 산나물도 오래 오래 묵혀둔 곶감도 두 손으로만 고이고이 올려 생신상을 차리다가 촉촉히 젖은 눈시울일랑 아무도 모르게 훔쳤지요. 엄닌 겨울산을 훌쩍 넘은 아비가 북으로 가서 살아있을지도 모르는데 어찌 이게…yeginius (60)in kr • 3 years ago눈물은 왜 짠가 / 함민복 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yeginius (60)in kr • 3 years ago어떤 귀로 / 박재삼 새벽 서릿길을 밟으며 어머니는 장사를 나가셨다가 촉촉한 밤이슬에 젖으며 우리들 머리맡으로 돌아오셨다. 선반엔 꿀단지가 채워져 있기는커녕 먼지만 부옇게 쌓여 있는데, 빚으로도 못 갚는 땟국물 같은 어린 것들이 방 안에 제멋대로 뒹굴어져 자는데, 보는 이 없는 것, 알아주는 이 없는 것, 이마 위에 이고…yeginius (60)in kr • 3 years ago받아쓰다 / 김용택 어머니는 글자를 모른다. 글자를 모르는 어머니는 자연이 하는 말을 받아 땅 위에 적었다. 봄비가 오면 참깨 모종을 들고 밭으로 달려갔고, 가을 햇살이 좋으면 돌담에 호박쪼가리를 널어두었다가 점심때 와서 다시 뒤집어 널었다. 아침에 비가 오면 "아침 비 맞고는 서울도 간다"라고 비옷을 챙기지 않았고 "야야, 빗 낯 들었다"라며 비의 얼굴을 미리 보고…yeginius (60)in kr • 3 years ago엄마 걱정 / 기형도 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가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yeginius (60)in kr • 3 years ago당신 / 복효근 가시기 며칠 전 풀어 헤쳐진 환자복 사이로 어머니 빈 젖 보았습니다 그 빈 젖 가만히 만져보았습니다 지그시 내려다보시던 그 눈빛 당신을 보았습니다 그처럼 처연하고 그처럼 아름다웁게 고개 숙인 꽃봉오리를 본 적이 없습니다 야훼와 부처가 그 안에 있었으니 이생에서도 다음 생에도 내가 다시…yeginius (60)in kr • 3 years ago생신 / 오봉옥 엄닌 밤새도록 물을 긷더니 뒤안 모퉁이에 앉아 찬물만 듬승듬승 온몸에 퍼부었어요. 엄닌 찬물 한 사발도 조선장에 버무린 산나물도 오래 오래 묵혀둔 곶감도 두 손으로만 고이고이 올려 생신상을 차리다가 촉촉히 젖은 눈시울일랑 아무도 모르게 훔쳤지요. 엄닌 겨울산을 훌쩍 넘은 아비가 북으로 가서 살아있을지도 모르는데 어찌 이게…yeginius (60)in kr • 3 years ago눈물은 왜 짠가 / 함민복 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yeginius (60)in kr • 3 years ago어떤 귀로 / 박재삼 새벽 서릿길을 밟으며 어머니는 장사를 나가셨다가 촉촉한 밤이슬에 젖으며 우리들 머리맡으로 돌아오셨다. 선반엔 꿀단지가 채워져 있기는커녕 먼지만 부옇게 쌓여 있는데, 빚으로도 못 갚는 땟국물 같은 어린 것들이 방 안에 제멋대로 뒹굴어져 자는데, 보는 이 없는 것, 알아주는 이 없는 것, 이마 위에 이고…yeginius (60)in kr • 3 years ago받아쓰다 / 김용택 어머니는 글자를 모른다. 글자를 모르는 어머니는 자연이 하는 말을 받아 땅 위에 적었다. 봄비가 오면 참깨 모종을 들고 밭으로 달려갔고, 가을 햇살이 좋으면 돌담에 호박쪼가리를 널어두었다가 점심때 와서 다시 뒤집어 널었다. 아침에 비가 오면 "아침 비 맞고는 서울도 간다"라고 비옷을 챙기지 않았고 "야야, 빗 낯 들었다"라며 비의 얼굴을 미리 보고…yeginius (60)in kr • 3 years ago엄마 걱정 / 기형도 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가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yeginius (60)in kr • 3 years ago쓰러진 나무 / 나희덕 저 아카시아 나무는 쓰러진 채로 십 년을 견뎠다 몇 번은 쓰러지면서 잡목 숲에 돌아온 나는 이제 쓰러진 나무의 향기와 살아 있는 나무의 향기를 함께 맡는다 쓰러진 아카시아를 제 몸으로 받아낸 떡갈나무, 사람이 사람을 그처럼 오래 껴안을 수 있으랴 잡목 숲이 아름다운 건 두 나무가 기대어선 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