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 애니 1기: 이게 이렇게 가슴 아픈 이야기였었나

히로와 히까리는 소꿉친구이다. 하지만 성장이 느렸던 히로에게 히까리는 친구보단 오히려 누나같은 느낌이었다. 성장은 느렸지만 야구 재능만은 넘치던 히로는 중학교에서 포수인 노다, 그리고 4번 타자인 히데오와 함께 즐겁게 야구하고 팀을 정상에 올린다. 그러나 중학교 졸업 무렵, 팔이 아파 방문한 병원에서 투수로서의 팔꿈치 생명은 한계라는 청천벽력같은 이야기를 듣는다. 자신이 중1때 맺어준 히데오-히까리 커플은 야구 명문고로 진학하는데, 히로는 노다와 함께 과감히 모든걸 포기하고 새로운 인생(?)을 위해 야구부가 없는 학교로 진학한다. 그런데 그 학교에는 야구를 좋아하는 학생들의 동호회가 있었고, 고교야구를 좋아하는 하루카가 그 동호회의 매니저로 활약중이다.

원작은 일본을 대표하는 만화가 중의 한 사람인 아다치 미츠루의 동명 H2 입니다. 초히트작 터치가 중학교 야구부의 이야기를 담았다면 더 히트작 H2는 고등학교 야구부가 배경입니다. (터치와 H2의 이야기가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오래전 재밌게 읽었던 스포츠 코메디 로맨스 장르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인터넷에서 공개된 애니메이션을 접하고는 30분짜리 41화로 구성된 1기를 완파하였습니다.

예전 제 기억 속의 만화가 "스포츠 코메디 로맨스" 장르였다면 이 애니는 "로맨스 코메디 스포츠" 장르입니다. 제 기억이 잘못된 것일까요, 제가 변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애니의 제작 의도가 원래 그런 것일까요? 보다보면 여러 장면에서 가슴이 아려옵니다.

성장이 빨라 언제나 누나같던 히까리, 하지만 그런 히로도 어느새 히까리보다 키가 커졌습니다. 히까리가 매력적인 여성임을 히로가 알아차렸을 때, 히까리의 옆에는 이미 히로의 절친인 히데오가 있습니다. 히데오는 친구로서도 인간으로서도 너무 반듯하고 훌륭하기 때문에 히까리와 이어준 걸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후회하지 않겠다라고 다짐한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은 타이밍~~

히로에게 뒤늦게 나타난 하루카. 하지만 하루카는 히로 곁에서 겉돌고 있습니다. 하루카가 보기에 히로와 히까리의 십수년에 걸친 인연은 이제 안 지 몇개월 안된 자신이 들어가기엔 너무 견고해 보입니다. 히까리에게 누가 있는 지는 상관 없습니다. 하루카에게 중요한 것은 히로의 마음 속에 누가 들어가 있는가 그거겠지요. 하루카는 히로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가기 위해 히까리의 그림자와 싸워야 합니다.

이번 1기에서 야구 경기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제 기대에 비한다면 한참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사춘기 로맨스 성장물 이야기가 더 크게 다가왔나 봅니다. 그리고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성추행으로 생각될 만한 내용들이 유머랍시고 나오는 모습이 조금 걸립니다.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들과 보기에 민망한 부분들이 몇 군데 나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