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a 평론] <레베카>(1940)

in aaa •  5 years ago  (edited)

몰리 해스켈의 <숭배에서 강간까지>는 할리우드 영화의 여성상을 시대별로 구별해서 분석한 초기 페미니즘 영화 비평서다. 1974년에 발표한 이 저서는 페미니즘 영화 비평의 고전으로 간주된다. 문학에서의 페미니즘 비평이 우선 남성 작가들의 작품에서 표현된 여성 이미지 연구에서 출발한 것처럼 페미니즘 영화 비평도 주류 영화에서 묘사된 여성 이미지의 분석에서 출발하였다. 이 책은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여성을 성녀와 창녀로 보는 남성들의 이율배반적이고 이분법적인 이해가 영화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형상화되었는지를 분석한다. 헤스켈은 10년 단위로 영화에 등장한 여성의 이미지를 분석하면서 이러한 여성상이 어떻게 사회적, 정치적 변화를 반영하며 남성의 가부장적 욕구와 연관되어 발전해왔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몰리 해스켈, 이형식 옮김, 숭배에서 강간까지: 영화에 나타난 여성상, 2008, 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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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 여주인공 역의 조안 퐁텐
<레베카> 1940년대 할리우드 영화(<빅슬립>,<자니 오클락>) 같은 영화들에서 재현되었던 여성 유형에 속한다.“틀에 박힌 역할, 즉 터프한 여자, 착한 여자, 나쁜 여자에서 빠져나와 탐정이나 남자 주인공을 사로잡는” 몰리 해스켈, 위의 책, 223.
여성인물은 30년대 할리우드 여성과는 다른 지점을 나타낸다. 무시무시한 유령처럼 나타나는 <레베카>의 레베카라는 존재는 이 영화 속 여성 주인공의 공포의 대상이자 30년대와 다른 여성 재현의 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스코어 카드가 혼란에 빠지면서 제3자가 위협을 제기하거나 진짜 대안이 될 수도 있음을 드러낸다.” 몰리 해스켈, 위의 책, 225.
이 영화 시작에서 만덜레이 저택으로 들어가려는 보이지 않는 여성의 목소리는 유령이 된 레베카의 존재를 드러낸다. 이어지는 몬테 카를로 바닷가 장면에서 절벽 위에서 레베카의 혼령에 사로잡혀 뛰어내리려던 맥심 드 윈터(로렌스 올리비에 분)는 여주인공이 외치는 “안돼요!”라는 소리에 죽음의 순간을 모면한다. 이 평범한 여주인공이 등장해서 그를 구원하는 내용이 영화의 주요 테마다. 드 윈터 백작은 그녀의 외침을 듣고 행동을 멈추었으나 그런 그녀를 오히려 책망하다가 호감을 갖게 된다.
영화 내내 익명으로 나오는 주인공(조앤 폰테인 분)는 에디트 반 호퍼라는 부유한 귀족 부인을 수행하고 있다. 이름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그녀가 일반적인 평범함을 가진 인물이며 관객과 동일시될 수 있는 인물임을 가리킨다. 부인과 잠시 머물던 호텔에서 맥심을 다시 마주친 그녀는 그와 결혼하게 되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만덜레이 성의 여주인으로 살게 된다. 두 사람은 만난 지 이주일 만에 시청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행복한 신혼여행을 다녀오지만 만덜레이 성으로 가던도중에 폭우로 비에 흠뻑 젖게 되며 초라한 행색으로 댄버스 부인과 하인들을 첫대면 한다.
이후 주인공은 상류 사회의 귀부인이자 성의 안주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과 심리적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 하녀의 세세한 보살핌을 받으면서 맥심의 죽은 전부인 레베카의 공간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주인공은 남편에게 그녀에 대해 물어 보지만 그는 화를 내면서 언급 조차하기를 꺼려한다. 그가 울적해하며 혼자서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 버리자 주인공은 아직 레베카를 잊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 버리지 못한 채 의기소침해진다.
맥심이 집을 비운 동안 주인공은 창밖을 바라보고 우울해하다가 금지된 구역인 서쪽 건물 창가 쪽에 서 있는 낯선 남자를 보게 된다. 얼마 후 나타난 남자는 레베카의 사촌오빠 잭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사라진다.
얼마 후 호기심에 레베카의 방으로 들어가게 된다. 방 안에 주인의 생전 흔적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을 보고 레베카의 영혼이 그 방에 살고 있는 것처럼 느낀다. 이 공간은 그녀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몰래 들어간 그녀의 방에서 댄버스 부인을 마주친다. 옷장 안의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옷들을 보여주면서 댄버스 부인은 과거 자신이 그녀의 머리를 빗질하던 때를 회상한다. 그녀의 행동은 레베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맥심의 아내이자 만덜레이 성의 완벽한 여주인으로서 손색없는 품위를 갖춘 여성이었다고 말하는 듯하다. 죽은 자의 현존감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은 주인공은 이후 몹시 불안해한다.
여행에서 돌아온 맥심은 저택에서 무도회를 연다. 댄버스 부인이 추천한 흰색 모자와 드레스를 입고 참석하자 맥심은 무슨 짓이냐며 왜 그 옷을 입었느냐며 화를 내고 남편이 레베카의 소중한 옷을 입어서 화가 난 것으로 여기고 실의에 빠진다.
댄버스 부인은 창가에 서 있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자살을 하라고 부추긴다. 멀리 바닷가에서 폭죽이 터지고 사라졌던 레베카의 배가 나타난다. 바닷가에서 맥심을 찾던 주인공은 일전에 레베카의 개를 따라 들어갔던 오두막집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안으로 들어가는데, 어두운 집 안에 맥심이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망연자실한 채 앉아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레베카의 의문스런 죽음에 대해 자신이 관여되어 있다고 말한다.
레베카와 맥심은 타인 눈에는 완벽한 커플로 보였지만 사실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행복하지가 않았다. 레베카의 죽음은 그녀가 바다에 배를 타고 나갔을 때 맥심과 벌인 말타툼 중에 일어난 사고였다. 맥심에게 사촌 잭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말하자 레베카를 홧김에 배 안으로 밀어 넣었고 이후 배는 침몰해서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맥심에게 바닷가에 떠내려온 배와 그 안의 여자 시체를 확인하라는 경찰의 요구에 그는 그 시체는 레베카가 맞다고 증언하고 사촌 잭도 맥심이 유죄라고 주장한다. 맥심은 의도적인 살인 혐의를 부인하지만 정황상 그는 어쩔 수 없이 살인자로 몰리게 된다.
레베카의 주치의의 증언이 사태를 역전시킨다. 레베카가 사망하기 얼마 전 그녀는 암에 걸렸으며 이러한 사실을 숨기며 사촌 잭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맥심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다. 자살하기 전 맥심이 자신에 대한 미련을 버리게 하려고 그런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성으로 돌아오는 길에 맥심과 주인공은 만덜레이 저택이 화염에 휩싸여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연기가 나는 건물 가까이 다가간 주인공은 시종들이 모두 성 밖에 대피해있는 모습을 보고 안도한다. 그러나 불길에 휩싸인 성 안에서 댄버스 부인만은 밖으로 나오지 않고 채 레베카를 따르기 위해 죽음을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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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모티브
옷은 히치콕의 영화들에서는 매우 중요한 내러티브적 전개를 위한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레베카>에서도 옷은 사건이 일어나는 데 있어서 극적인 모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귀족인 맥심과 결혼을 한 평범한 여주인공이 만덜레이 성의 안주인이 되고 나서 맥심의 전처 레베카의 방 문 앞에 멈추어 서게 되고 알 수 없는 위압감을 느끼는 것은 방안 옷장안에 걸린 옷들과 레베카 생전 물품들과의 대면으로 이어진다. 레베카를 모셨던 댄버스 부인이 들어와서 그녀에게 레베카의 옷장 안 모피 코트나 옷들를 직접 만져보도록 권하고 고급스러운 모피의 감촉은 다시 한 번 하층민이던 여주인공을 압도한다. 침대 위에는 레베카가 생전에 입던 잠옷들이 보인다.
여주인공은 더 이상 그 방에 머무르지 못하고 밖으로 뛰쳐나온다. 댄버스 부인이 일부러 여주인공에게 레베카의 존재감을 보여주려고 유도한 것은 그녀가 레베카에 비해 턱없이 낮은 신분을 가진 존재임을 깨우치려는 의도를 나타낸다. 댄버스 부인은 여주인공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고 심지어 레베카의 집에서 스스로 나가게할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남편이 죽은 전처를 잊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여주인공은 실의에 빠진다.
그러나 기분 전환을 위해 여주인공은 가장무도회를 열어 달라고 맥심에게 청하고 무도회에서 입을 옷을 고민하던 중 댄버스 부인의 권유로 벽에 걸린 초상화 속 여인이 입고 있던 흰 드레스를 입게 된다. 복잡한 레이스로 장식된 하얀 드레스와 챙 넓은 모자를 한 초상화속 여인과 여주인공은 판박이 같아 보인다. 그녀는 남편에게 모습을 내보이고 남편은 기대와는 달리 얼굴이 사색이 되어 버린다. 그 초상화 속의 여인이 레베카임을 알고 난 여주인공은 옷 때문에 레베카로 착각할 정도로 비슷하게 보였던 것이다.
히치콕은 실체가 없는 보이지 않는 레베카라는 존재가 여주인공에게 어머니의 그늘을 일깨우게 했다. 그녀의 존재는 여주인공이 아버지같은 존재로서 간주하는 남편 맥심에 대해서 의심을 하게 하면서 질투를 불러 일으킨다. 여주인공은 레베카에게 상대적으로 열등의식을 느끼게 되고 집안에서 그녀의 존재에 내내 압도당하게 된다. 그러나 이후 히치콕은 남편이 죽은 전처를 잊지 못하고 있다는 여주인공의 의혹이 실은 그 반대임을 드러낸다. 결말의 반전에서 맥심이 레베카의 죽음에 실은 중대한 책임이 있다는 사실은 폭풍우가 치던 날 해안으로 떠밀려온 여자의 시체로 인해 드러난다. 그 때문에 맥심은 어디론가 도망치고 그를 뒤쫓던 여주인공은 레베카와 맥심 사이에 일어난 과거의 비밀을 알게 된다. 맥심은 실은 레베카의 죽음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괴로워하고 있으며 자신이 그녀를 죽였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얼마 후 레베카의 사촌이 맥심을 고소한다. 레베카의 사인이 밝혀지는 법정 장면에서 레베카가 실종되던 날 맥심은 레베카와 보트에서 크게 다투었던 일이 밝혀진다.
AAA
https://www.themoviedb.org/movie/223-rebecca?language=e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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