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의 영화뉴스타래]미쟝센단편영화제 사태가 준 교훈은?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인해 100% 온라인 상영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저희는 보다 많은 관객들이 단편영화를 만나기 바라는 취지로 무료 상영을 결정했습니다. 감독의 입장에서도 되도록이면 많은 관객과 만나기를 바랄 것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저희의 섣부른 판단 때문에 창작자들이 자신의 소중한 작품이 무료로 소비된다고 느낄 수 있다는 데 대해 깊이 공감합니다. 좀 더 긴밀하게 소통 하지 못하고, 일방적인 통보로 이루어진 점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미쟝센단편영화제가 3월17일 발표한 사과문 중

미쟝센단편영화제의 사과로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미쟝센단편영화제의 온라인 상영 결정에 대한 한국단편영화배급사네트워크(이하 단편영화네크워크)의 문제 제기는 코로나19 시대에서 예고된 사태였다. 미쟝센단편영화제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따르기 위해 온라인 상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배급사, 창작자(감독, 제작자)와의 긴밀한 상의 없이 무료로 상영하고, 온라인 상영을 동의하지 않으면 영화제 상영이 취소될 수도 있다는 조건을 내걸면서 단편영화배급사네트워크가 창작자의 권리를 무시한 일방적인 처사라고 항의했었다(관련 기사는 한국단편영화배급사네트워크, 미쟝센단편영화제의 온라인 무료 상영 결정에 이의 제기). 창작자에게 온라인 상영을 하게 된 배경과 온라인 상영 수익 배분 등 상영과 관련된 내용들을 세심하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한 전주국제영화제의 일처리와 비교된다는 비판이 많았다.

며칠 전, 미쟝센단편영화제와 단편영화네트워크 그리고 초청작 감독들이 만난 간담회가 비공개로 열렸었다. 단편영화네크워크의 백다빈 필름다빈 대표는 “간담회에서 영화제, 감독들과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주고 받았다. 영화제가 어떤 고민 끝에 그렇게 결정했는지 알게 됐는데 그러한 결정을 모든 초청작 감독들에게 세심하게 전달하고, 설명하는 과정이 있었더라면 좋았을 뻔했다”고 말했다. 미쟝센단편영화제 또한 코로나19가 처음이다보니 영화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많다. 유지혜 미쟝센단편영화제 차장은 “감독님들이 만든 영화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취지로 내린 결정인데 그 과정에서 일일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을 거치지 못한 건 실수”라고 전했다.

제19회 미쟝센단편영화제는 예정대로 6월25일부터 7월1일까지 온라인에서 유료 상영으로 열린다. 상영작을 감상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불법 다운로드를 방지하는 보안 문제 등을 포함해 영화제 운영과 관련한 내용은 다음주에 공개될 예정이다. 단편영화네트워크 또한 지난 간담회에서 주고 받은 의견들을 종합해 입장문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갈등이 봉합돼 다행이지만, 이번 일은 현재 한창 준비하고 있는 다른 영화제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주었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창작자의 권리가 우선이다.
김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