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a 리뷰]오랫동안 기다려온 폴 버호벤의 <엘르>

in aaa •  5 years ago 

엘르
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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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버호벤의 필모그래피는 롤러코스터의 궤적을 그려왔다. <로보캅>(1987)과 <토탈 리콜>(1990)로 할리우드 최정상에 섰다가, <쇼걸>(1995)과 <할로우맨>(2000)이 연달아 실패하자 고향 네덜란드로 돌아갔다. 이후 7년만에 복귀한 <블랙북>(2006)으로 자신의 존재를 입증했다가 범작 <트릭>(2010)으로 주춤했다. 6년 만에 내놓은 신작 <엘르>는 그의 전성기를 떠올리게 할만한 작품이다.
비디오 게임 회사 대표인 미셸(이자벨 위페르)은 자신의 집에 침입한 정체불명의 괴한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다. 충격이 무척 컸을텐데 오히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강간당할 때 입었던 옷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바닥에 깨진 접시를 치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친구들은 그에게 경찰에 신고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그는 평소처럼 어머니를 찾아가고, 이혼해 떨어져 지내는 전 남편을 만나며, 하나 뿐인 아들에게 집세를 지원해주기로 한다. 어느 날,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에게서 이상한 문자 메시지와 자신의 얼굴을 합성한 영상을 받고, 범인을 추적하기로 한다.
<엘르>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쫓고 쫓기면서 서스펜스가 구축되고,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복수하는데서 쾌감이 발생하는 전형적인 스릴러 영화와 거리가 멀다. 오히려 서사가 럭비공처럼 어디로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성폭행과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하게 얘기할 순 없지만) 아버지 때문에 생긴 트라우마와 상처를 마주하는 미셸은 매우 아슬아슬하다. 그의 주변에 있는 여러 남성들이 그에게 ‘욕망의 시선’을 보내는데, 그때마다 미셸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그들에게 수치심을 선사한다. 그러면서 다른 여성들과 특별한 방식으로 연대하는 모습은 꽤 모험적이다. <엘르>는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작이다.
김성훈

감독 폴 버호벤
각본 데이비드 버크
촬영 스테판 폰테인
미술 로랑 오트
편집 잡 더 버그
음악 앤 더들리
출연 이자벨 위페르, 로랑 라피트, 앤 콘시니, 샤를스 베르링, 버지니아 에피라
수입·배급 소니 픽쳐스
제작연도 2016년
상영시간 130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 6월15일

*<엘르> : https://www.themoviedb.org/movie/337674-elle?language=en-US
*평점 : 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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