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101] 대기업 그만두고 스타트업으로 가는 이유

in adventure •  8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사이입니다.

저는 곧 퇴사를 하고 스타트업으로 갑니다. 스타트업이라 하니 있어보이지만 사실상 언제 망할지 모르는 소기업 아니냐는 우려를 많이 받고 있어요. 그래서 스타트업 출근 전, 제가 '왜' 스타트업으로 가고 싶었는지, 스타트업에서 뭘 얻고 싶은지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1.내 생명과 회사의 생명

people-coffee-tea-meeting.jpg

지금 다니는 회사엔 제가 믿고 따르는 선배가 한 분 계십니다. 이 선배는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약 4년간 이끌다가 작년에 경력직으로 합류하신 분이에요. 저는 이 분을 보면서 젊었을 때의 3-4년 쌩고생(...)이 대기업에서 코치 받으며 자란 3-4년의 두, 세배 이상 하는구나 싶더라구요. 본인 직급 이상의 프로젝트를 단독 진행할 만큼 인정을 받고 계시거든요.

물론 저도 알고 있습니다. 회사가 큰다고 나도 같이 크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요. 하지만 이미 커져 있고 시스템도 상당히 갖춰진 회사 대비 내가 '나서서', '직접', '보조자가 아닌 담당자로' 하는 일이 많을 수록 '실무' 실력이 쑥쑥 자란다는 건 부정할 수 없어요. (관리 능력에 대한 건 일단 논외로!)

게다가 사람이 적다보니, 한 사람 한 사람의 움직임이 파급력을 지녀요. 지금 회사에서 제가 뭔가를 잘못한다면 저 대신 처리해줄 사람이 많아요. 과장님, 팀장님께 호되게 혼나겠지만 괜찮을 거거든요. 하지만 스타트업은 사람이 적습니다. 한 사람이 문화를 바꾸고 회사의 미래를 바꾸고 오늘도 바꿀 수 있어요. 그러니 작은 것 하나까지 더욱 '내 일'처럼 느껴지고 집중과 몰입이 가능하겠죠?

정리하자면 제가 기대하는 건 이거에요. 진짜 내가 하는, 일의 의미와 결과까지 내 삶과 연결되는, 몰입하고 투신하게 되는 내 일 + 이를 통한 회사와 나의 동반성장 경험

2.불안(정) 연습

forest-951264_1920.jpg

한국은 성공의 길이 대충 정해져 있죠. 중산층 이상 → 중고등학교 성적 - 좋은 대학 - 대기업 취직으로 이어지는 삶. 저는 충실하게 이 길을 걸어왔습니다. 부모님이나 누구의 뜻도 아니라 자체적인 사회화 및 가치 내재화로 말이죠(...)

항상 전 이런 사람들을 부러워해요. 시험기간이지만 케세라세라가 되는 친구들, 다 놓고 세계여행 가는 사람들, 창업하는 사람들(!!!) 등등. 전 지극히 반대에 있기 때문이죠. 시험기간이면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공부 덜 한 게 마음에 걸려 잠이 아예 안 오고, 여행을 갈 땐 목적과 예산을 정확히 잡고 돌아온 후의 계획도 3개월치를 세워놓고, 창업보단 안정적인 직장에서 '차근차근 배우길' 선택하는.

그렇지만 이제 그렇게 안정적으로 굴러가는 세상은 없다는 걸 알아요. 저는 더이상 학생이 아니에요. 졸업하면서부터 학점 A+ 같은 명확한 기준은 사라져 버렸어요. 부모님이 살던 시대도 지나갔어요. 이제 어떤 대기업에 들어가도 정년 보장은 요원하고, 가만히 집을 끼고 있는다고 집값이 오르지 않아요. 경제 성장이나 예금,적금 금리가 디폴트로 10%를 찍는 시대도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 언제 로봇이 내 일을 대체할지 모르고 10년 후 우리가 뭘 하면서 어떤 모양으로 살고 있을지도 잘 모르겠어요. 이전에 사회가 변화하는 속도가 10km/h 였다면 지금은 100km/h 쯤으로 느껴지거든요.

불안(정)을 견디는 연습이 정말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불안(정)은 항상 나쁜 것, 없애야 하는 것이라 치부하고 확실성만을 추구했던 성격이 조금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해요. 어차피 확실성은 이제 얻어지지 않잖아요. 이제 뭘 해야 행복하고 성공한 건지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 걸요.

그래서 남들도 다 걱정하고 저도 걱정할 만큼 불과 6개월 후를 상상할 수 없는 환경 속에 스스로를 던져 강제로라도 불안(정)에 적응하고 뛰어 넘는 능력을 길러보려 합니다. 하면 또 잘 할거에요. 이전에도 강제 불안 상황일 때 오히려 더 강하고 행복했었거든요. 손에 뭔가를 꽉 쥐고 놓칠까봐 전전긍긍하는 것보다 아예 손에 아무것도 없는 게 덜 불안한 기분이랄까요?

조언 주신 분들 말씀 다 귀담아 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확신하고 있어요. 제가 진짜 실력과 불안을 견디는 힘을 얻게 된다면 진지하고 촘촘한 삶을 쌓는 데 한 발 더 디딘 상태일 거고 그것 만으로 충분 하다구요. 물론 결과가 좋으면 더더더더더더욱 좋겠지만요.
여러분의 도전과 선택과 버팀도 모두 응원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ort Order:  

한번 사는 삶이기 때문에 '자아'를 찾아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획일화된 '팩스(fax)처럼 똑같은 '스펙'을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창조주가 각 인간들에게 준 그 '재능'을 찾는 삶...
@saaai님!!! 비록 한번도 뵌 적은 없지만 예의상 드리는 말씀이 아닌... 제 진심을 다해 "화이팅"을 외칩니다.
비록 힘들고 외로우실지라도 '두려움'보다는 '기대감'으로 도전하세요! 이 곳에서 서로 공유하며 힘얻으시길 바랍니다!!!
👍👍👍

감사합니다! 오전-오후엔 기대감이었다가 저녁 넘어서부터는 갑자기 '두려움'이 되는 이 상태...ㅎㅎㅎ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불안해하지 않는데 나만 이런 건가, 나만 약한 거 같아 싶어서 그게 더 괴로울 때도 많은 것 같아요. 응원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혹시.....<한국의 젊은 부자들>이라는 책을 읽어보셨나요?
저는 여기에 수록된 61명의 사람들에게서 '부러움'을 느낀 게 아니라 '질투심'을 느꼈답니다~
동일한 현상에서 다른 것을 찾아 발견한 그 시간에 나는 과연 무엇을 했는가? 그리고 난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등등...
24시간... 누구에게나 동일한 평등한 기회의 시간이잖아요.
@saaai님께서 24시간을 48시간으로 잘 활용하리라 믿습니다!!^^ 화이팅!!

엇 저도 사실 질투가 강한 편이라 ...ㅎㅎㅎ 잘 되는 분들을 보면 배워야지 ! 하면서도 괜히 막 질투가 나더라구요. 저 분들 저렇게 뛰어갈 때 나는 대체 뭘한거지 하면서. 그런데 질투심은 나 스스로를 갉아먹는 감정인 거 같았어요 (ㅠㅠ) 그래서 질투심이 들 땐 운동을 합니다...ㅎㅎㅎ

@saaai님~~ 제가 말씀드린 '질투심'은 좋은 의미에서의 '질투심'이었는데....^^;;; 가령, 나를 뒤돌아보며 반성할 수 있고, 그동안 보지 못한 것을 발견해서 미래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나 할까요?^^
@saaai님의 도전에 응원합니다~~^^*

엇 그러셨구나! 타인의 성공을 보면서 좋은 의미에서의 질투를 할 수 있다니 remnant39 님도 대단하신 거 같아요 정말!!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열등감이 뿜뿜하는 질투 대신 나를 반성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으로서의 질투를 하게 되길!

불안정 연습이라는 말 정말 가슴에 와닿습니다. 비록 학생이지만 요즘 그러한 생각이 많이 들더라구요. 자연스레 한국 사회가 정해놓은 성공이라는 틀을 따라가면서 궤도를 이탈해버리면 자기혼자 불안해하는.. 저도 나름 조금씩이나마 불안함을 극복해보려고 노력중인데 이것도 참 신기한게 조금씩 두려움을 극복하는게 쌓이다보면 그게 자신감으로 변하더라구요 응원합니다 ! 화이팅이에요 ~~! 업봇 팔로잉 할게요 !!

맞아요. 연습하면 조금씩 괜찮아 지죠. 그런데 또 연습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살다보면 다시 또 불안정 공포증이 스믈스믈 올라온다는 거.... 평생 연습하고 훈련해야 할라나봐요!

그런가봐요 평생 연습하고 훈련해야 익숙해지는거 같아요 ㅎㅎ 응원할게요 !! 화이팅이에용:)

대학생인데 제가 아직 못한 경험을 간접적으로 받을수있게되어 좋았습니다.
포스팅 잘보고 가요!

대학생이시라니 부러워요! 많은 경험 하시면서 또 @byeong54ji 님만의 길을 닦아나가실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한국은 성공의 길이 대충 정해져 있죠. 중산층 이상 → 중고등학교 성적 - 좋은 대학 - 대기업 취직으로 이어지는 삶. 저는 충실하게 이 길을 걸어왔습니다. 부모님이나 누구의 뜻도 아니라 자체적인 사회화 및 가치 내재화로 말이죠(...)

저랑 비슷하시네요ㅋㅋ 저도 이 루트 타긴 했는데 공허합니다. 스타트업 이직 응원하겠습니다. 앞으로 글 자주 올려주세요ㅋㅋ 기대할게요.

사실 뭐 또 스타트업으로 이직한다고 공허하지 않을까 싶긴 해요. 진짜 공허함 해결은 내면에서 돼야 하는 건데 일 탓하고 환경 탓 하는 건가 고민도 하구요. 기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같이 얘기 나눠요!

응원합니다. 더 재밌는 하루하루가 되시길!

인생 길게보면 오히려 좋지않을까요 행운을 빌어여

응원 감사합니다!

응원합니다:) 좋은 경험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띵가띵가하던 제 자신을 반성합니다
대단하시네요..;ㅁ;

저도 너무 띵가띵가 게으른 편이라 저 스스로는 게으름을 벗어 날 수가 없더라구요 (...깊은반성...)
환경에 스스로를 몰아 넣는 수밖엔......;ㅁ; 다 똑같은 거 아니겠습니까 ㅠㅠ

이런글에 추천이 없는게 아쉽네요. 추천합니다. 그리고 좋은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이라니 힘이 되네요 :)

@saaai님 반갑습니다.
다른 글에 달아놓은 댓글 하나에 이렇게 팔로우를 하게 되네요 . ^^
아마도 @saaai님의 댓글에서 진정성을 느꼈기 때문인 것 같네요.
글을 읽다보니 '공부해서 남주냐!'라는 어릴적에 듣던 얘기가 생각납니다.
그리고 커가며 직장에 몸담고 알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공부해서 남의 돈을 만들어 주기위해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지금 하게되신 나를 위한 일에 @saaai님의 미래를 위해 화이팅 해드리고 싶네요 ^^

스타트업을 꿈꾸고있습니다 팔로잉 업보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타트업 '창업'이시라면 더욱 설레시겠어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