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음
아이는 오늘도 운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려주는 이는 없다
다양한 추리를 해보지만 그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간단히 원인을 밝혀내리라 다짐해본다
난 먼저 하반신 장비(기저귀)의 내구도를 체크해봤다. 양호하다
착용감이 좋은지 다리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는듯 발은 거리의 무법자처럼 오만가지를 다 차고 행패를 부린다
하지만 오래가진 못할것이다
곧 내구력이 떨어지고 교체를 해야할 듯하다
이내 난 다른 곳을 응시했다 입에 무엇이든 넣으려는 걸 보니 배가 고픈듯하다
이미 예견된 일이지만 이렇게 빠르게 다가올 줄이야
히밀라야산맥의 전설 속 하얀 야수처럼 잡히는대로 입에 넣고 모든걸 적시는 모습은 가히 대자연의 폭포와 같고 결국 난 때찌로 이어지고 만다
울음은 더욱 격렬해지며 난 이내 울음을 그치게하기위해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한다
우는 아이를 뒤로한 채 씁쓸한 미소만을 남긴채 하염없이 울어재끼는 아이는 남은 시간이 없다는 듯 기어다니며 물건들을 집어던지고 흔들기 시작했다
나의 발걸음은 빨라지고 호흡은 기빠졌다...불안한 마음은 나의 심력을 소모하며 나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매트를 벗어난 나는 이내 뒤를 돌아봤다
실수였다
아이는 이내 자리를 옮겨가고있었고 전쟁의 화마가 휩쓸고간 자리마냥 그자리엔 '침' 뿐이었다
난 다시 목적을 향해 떠났다 문턱을 지나 식탁에 당도한 나는 미리 준비해둔 분유를 잡고 뚜껑을 열었다
이제 곧이다. 울음은 그칠것이다
잠깐의 평화라고 하더라도 이는 모두의 평화로 이어질 것이다
40도의 물은 준비가 되어있을 것이다
물의 온도를 확인하는 순간. 난 나의 지난 과거에 게으름을 탓하였다
물의 온도는 29도를 가르키고있었다
이제야 올린다한들 시간이 필요하다
기계를 재촉하듯 나의 시선은 온도를 향하였고 나의 귀는 아이의 동선을 추적하였다
고요한 적막 속에서 물은 온도를 올리고있었고 아이의 걸음걸음은 어디론가 향하고있었다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어디로 갔을까
무엇을 만지는가에 따라 나의 노력은 헛수고처럼 느껴질것이다
온도가 40에 당도한 순간, 난 빠르게 분유를 탔다.
분유를 섞기위한 스냅은 역시 일류 바텐더의 그것과 비견될 것이다
힘을 내라
거품은 최소화하고 분유를 녹아내려야할것이다
이후의 문제는 만들지않기위해 작업은 신속하고 정확하며 실수가 없어야했다
그간의 노력이 막바지에 이르러 빛을 내는듯 분유를 물에 서서히 녹아갔다
거품은 잦아들며 배앓이를 이야기하지않았다
이내 스냅을 멈추어 잠시 상태를 확인한다
따스함이 다가온다. 그래 이정도면 그도 만족할것이다
좋은 징조다
손에 든 분유를 먹이기위해 난 다시 방으로 향했다 식탁을 떠나 문으로 행하는 순간 고양이의 눈빛은 그저 스쳐지나가는 풍경에 지나지읺았다
나중에 밥을 주마
난 고양이 보름이의 시선을 외면한채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방에 다다르자 난 하나의 풍경을 마주하였다
혼세
그의 동선에 귀를 기울이며 의구심을 품었음에도 올수없었던 나는 이를 빋아들여야한다
그곳엔 기저귀가 날아들었고 로션은 제자리를 떠나 널부러져있었다
한손에 종이를 들고선 한손으로 찢어발기고선 그마저도 이내 입으로 가져가 폭포수같은 침으로 적셔내었다
저건 더이상 종이가 아니었다
내용조차 알수없이 흐려진 종이에 흐르는 침방울은 나의 의욕을 꺾어버렸다
우선 마무리를 해야한다
일을 더이상 망칠수없다
온도를 맞춘 분유가 식어가고있어
더이상의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
아이를 자리에 눕힌 나는 가져온 분유로 입을 막는다
어긋나면 안된다. 옆으로 흐르는 우유는 치명적인 결과를 만들터이니
꿀꺽꿀꺽..
드디어 잠시 조용함이 다가온다
주변을 살펴본 나는 오늘도 뒷정리를 상기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평화가 다가왔다
어둠속에 다가오는 커다란 불안이 올것을 예상하지 못한채...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