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과 의사가 끄적거립니다.
예전에는 마취과 의사라고 하면, 뭐하는 사람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ㅎㅎ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에서 얼굴보기가 거의 어렵고, 마취를 받는다고 해도 얼굴을 보자마자 잠드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얼굴을 가리고 다닙니다;
마취라고 하는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마취는 크게 세가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진통(analgesia), 진정(sedation), 근이완(neuromuscular blockade)
우리가 찢어진 곳을 실로 꿰멜 때 주로 lidocaine이라는 국소 마취제를 사용하여 감각신경을 차단합니다.
이것은 세가지 마취의 요소중 '진통'작용만 갖는 것이지요. 아 물론 운동 신경 주변에 충분한 농도의 lidocaine이
뿌려진다면 운동도 마비됩니다.
다음으로 진정인데 이것은 주로 대뇌에 있는 진정수용체에 약물이 작용하여 사람의 의식을 잃게 하거나,
기억 상실을 일으키게 됩니다. 위 내시경이나 대장 내시경 시술시에 '수면'이라는 용어로 불리는데요
주로 midazolam이나 propofol 이라는 약물로 잠이 들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훨씬 더 많은 진정 약물들이 있습니다.
각 약물마다 작용기전이나 작용시간, 배설기관이 다른데 그 이유는 각 약물의 화학적 구조의 이질성 때문입니다.
대략 생각나는 진정 약물 이름만 나열해봐도
midazolam, lorazepam, alprazolam, diazepam, pentotal sodium, ketamine, propofol, etomidate......
다양한 약물이 있고, 각 환자군에 맞는 약물을 사용해서 진정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가스도 있는데요, 영화에서 보면 주인공을 납치할 때 수건에 약물을 적신다음 입으로 흡입을 시키지요?
예전에는 에테르(ether)라는 약물을 사용해 진정을 시켰다고 합니다. 요즘은 가스 흡입 진정제가 많이 개발되어
주로 사용하는 약물로는
sevoflurane, desflurane, isoflurane, enflurane, N2O(nitrous oxide) 등이 있습니다.
역시 각 약제마다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에 맞는 가스 화합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잠이 들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진정과 진통은 별개입니다.
환자가 의식이 없다고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픈 환자를 재운다고 해서 해결이 되는게 아니지요.
실제로 전신마취 도중 강한 통증이 유발되면 아무리 깊게 자고 있는 환자라 할지라도 혈압, 맥박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유발된 통증이 감각신경을 타고 올라가 자율신경계를 자극시키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근이완(neuromuscular blockade)이 있는데
우리 몸의 운동신경과 골격근의 접합부위에 있는 acetylcholine 수용체를 차단하여 근육이 수축하지 못하게 합니다.
이게 왜 필요하냐면 수술 중에 환자가 움직이면 안되기 때문이지요. 아무리 깊게 잠들고, 아무리 깊은 진통을 유지하더라도 무조건적인 반사작용으로 근육이 수축할 수도 있습니다. 아주 정밀한 작업이 요구되는 brain surgery 도중 환자가 갑자기 움직이면 큰일이겠지요.
주로 사용하는 약물로는 steroidal compound와 non steroidal compound가 있고
vecuronium, rocuronium, succinylcholine, atracurium, cis-atracurium 등이 있습니다.
이 약의 기원은 재미가 있는데, 아메리카에 살던 인디언들이 동물을 잡을 떄 쓰던 큐라레(curare)라는 독침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이 약제는 d-tubocurarine 이었지요.
이렇듯 환자의 상태와 수술의 종류를 고려하여 진정, 진통, 근이완의 정도를 결정하고 그에 따른 약물 선택과, 용량 선택을 시행하게 됩니다. 만약 수술에 적절한 마취가 이루어지지 못하면 수술하는 의사나 환자에게 불행한 일이 벌어지겠지요?
마취과 의사는 병원 수술실에 숨어서 놀고 앉아있는 월급루팡은 아니랍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