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일을 하다가 문득 존재라는 단어가 뇌리에 솟아올랐습니다.
이 존재라는 존재가 제 귀를 붙들고 할퀴며 깨무는 통에 도저히 다른 일을 진행할 수 없어 존재와 이야길 나눠보게 되었지요.
존재는 한마디로 ‘있음’입니다. 당신 안에는 무엇이 존재하나요? 또 당신은 어떤 존재인가요?
내 안에 무엇이 존재하는가를 알아보자면 오만 것이 존재하겠지만 무엇에 가장 큰 가치를 쏟아붓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보면 됩니다.
잠간요, 어떤 것에 대해 깊이 알아보려면 저는 늘 그렇듯이 그 문자를 살핍니다.
있을 존(存), 있을 재(在)
여기서 끝나면 서운하죠? 문자를 쪼개보는 파자(破字)작업이 필요하죠. 있을 존(存)은 손을 뜻하는 손 우(又) 아래 자식 자(子)입니다.
사람에게 가장 크게 내면에 자리잡은 것은 어쩌면 자식인가 봅니다. 그러니 존재의 대명사에 자리 잡았겠지요? 자식은 또 한 가장 많은 정(情)을 양산하는 마술 맷돌과도 같습니다. 우리가 생사를 내려놓을 수 있을 정도로 소중한 게 또 누가 있겠습니까? 자식을 위해서라면? 그리 오래 망설일 것이 없이 목숨이라도 내 놓는 부모가 많을 겁니다.
또 자식 외에 사람들에겐 무엇이 소중합니까?
물질입니다. 돈이든 토지든 식량이든 그런 물질이 필요한데 그것을 대표하는 글자가 바로 흙 토(土)입니다. 땅이라 상징된 그런 물질은 인간의 이익심을 자아내는 요술 맷돌이겠지요.
즉 이로울 이(利)의 심볼이 흙 토(土)이며 있을 재(在) 인 것입니다.
사람이 자손이 창성하고 재산이 풍부하면 명예는 자연히 따라붙습니다. 그래서 부귀(富貴)라는 단어 속에 물질과 명예가 함께 붙어다니잖습니까?
그런 연유로 사람은 자식에 늘 끄달리고 물질을 늘 추구합니다. 결국 명예와 이익과 정, 즉 名利情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 바깥을 보지 못하고 헤매 다니다가 짧은 생을 마치곤 합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고 보니 문득 洪吟(홍음)의 시 無存(무존)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이 존재라는 내 속 생명체에게 이 시를 읊어주었습니다.
살아 바라는 것 없고
죽어 애석할 것 없네
허망한 생각 다 떨쳐버리면
부처수련 어렵지 않도다.
눈을 떠보니 존재라는 그 존재는 투명해져가고 잘잘하게 부서지더니 마침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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