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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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다는 뜻을 가진 한자가 꽤 있습니다.
보일 시(示) 볼 시(視) 볼 간(看) 볼 도(睹)….이 한자들이 사실 쓰임새가 다 조금씩 다릅니다.
사람에게 있어 본다-는 일은 참 중요하고도 다양한 차원의 일인 모양입니다.
그런데 굳이 볼 관(觀)자는 왜 필요할까요?
우선 문자를 파자(破字)해서 봅니다. 관雚이라는 문자 옆에 볼 견(見)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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雚(관)-이 글자가 재미납니다. 하단에 새를 뜻하는 추(隹)가 들어있으니 이건 분명 어떤 새를 표현한 문자겠죠? 그런데 황새라는 설과 부엉이라는 설이 있는데 어느 쪽이 맞을까요?
두 눈이 강조되었고 눈 위에 눈썹 같은 게 보이니 이건 부엉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실제로 황새의 눈? 보다 부엉이의 눈은 확실한 의미가 있습니다. 시력이 엄청나게 좋을뿐더러 밤에도 잘 봅니다. 즉 볼 관(觀)이라는 문자는 부엉이가 보듯이 잘 보다…라는 의미가 녹아 있습니다.
이 문자는 부엉이 관인 동시에 이 자체가 볼 관(觀)의 갑골문자이기도 합니다.

자! 이 관자는 어디에 쓰이나요?
관찰(觀察)-대충 보는 게 아니라 아주 자세히 보는 것입니다.
관점(觀点)-그냥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사물이나 현상을 입체적으로 보는 사상적 입장을 뜻합니다.
인생관(人生觀)-삶을 조망하는 전체적 가치관과 생명관을 이르는 것으로 그 폭이 넓고 깊이가 깊을수록 좋습니다.
그런데 수련인들이 쓰는 관(觀)이 있지요? 수상관(水想觀)이라 하면 물이 흐르는 표면을 보며 깊은 의식상태에 드는 것입니다.
내관(內觀)이라 하면 안을 살피는 것입니다.
관세음(觀世音)이라 하면 세상의 소리, 일체 생명의 파장을 관한다는 의미입니다.
관자재(觀自在)라 하면 관을 자유자재로 한다는 뜻입니다.
이런 심오한 의미에서의 관(觀)-짐작하셨겠지만 이것은 육안(肉眼)으로 보는 것을 넘어선 고도의 기능입니다. 육안 말고 또 무슨 눈이 있을까요?

천안(天眼)이 있고 혜안(慧眼)이 있으며 법안(法眼)이 있고 또 불안(佛眼)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 고도의 층차에서의 눈-그것을 두루 봄이 관(觀)의 위대한 가능성일 것입니다.

더 미세한 공간을 보고 그 곳의 생명체를 접하며 시공의 진상을 통찰하게 되는 그런 초상(超常)적인 시각기능이 지금은 다 어디에 봉인되어 있을까요? 그 위대한 눈은 다 어디 두고 지금 이 육안으로 모든 것을 보려 하고 그 육안에 보이는 것만 믿겠다고 장담하며 사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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