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라는 단어의 깊이

in art •  9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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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24년도 거의 소진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친구 소개를 할까해요.

마시인사.jpg

저에겐 작고 묘한 친구가 하나 있는데요. 대략 20여년 전에 처음 만났고 이름은 마시라고 합니다. 아! 마시는 다른

공간에 있는 존재입니다. 저에게 접촉하여 주로 하는 대화주제는 언어문자인데요. 오늘 오랜만에 와서 인사를 건네더군요.

“타타오아저씨! 올 한해도 수고 많으셨죠? 새해에도 줄창 수고하시라고 인사하러 왔어요.”

그런데 저는 이 수고라는 인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수(受), 괴로울 고(苦), 고통받는다는 뜻이잖아요? 그래서 심드렁하게 대답했습니다.

“마시 오랜만이야. 그런데 난 수고보다 좀 좋은 인사를 받고 싶거든? 가령 좋은 일만 생기세요…라던가…복 많이 받으라거나…”

그랬더니 마시가 풋-웃고는 말하더군요.

“아유 타타오님! 좋은 일만 생기는 게 어디있어요? 이 세계는 고통을 통해 업력의 빚을 분할 상환하는 곳인데 얌채처럼 빚 갚을 생각은 하나도 않고 좋은 일만 생기고 복만 받겠다구요? 그러다 한번에 그 빚더미가 몰려오면 큰일나요!”

“큰 일? 어떤 큰일인데?”

마시는 엄숙한 표정으로 답했습니다.

“염병이나 사고로 급사하거나 다음 생에 장애를 갖고 태어나기도 한다구요. 겁 나죠?”

“정말?”

“더 밀려서 업력의 빚이 산더미가 되면 지옥에 가서 탈탈 털리기도 하고요.”

“아…마시! 그러면 고통을 좀 받고 수고하는 게 썩 나쁜 건 아니네?”

“그럼요 아저씨! 그래서 중국어로도 수고하세요를 신쿨러(辛苦了)라고 하잖아요? 같은 의미에요.”

“그러네! 매울 신(辛)에 괴로울 고(苦)를 써서 신쿨러구나! 예사람들은 그 이치를 다 알고 있었던거네!”

“네! 그래도 연하장에 새해에도 더욱 수고하세요! 라고 쓰진 마세요.^^”

그리고 마시는 사라졌습니다. 그녀가 사라진 자리에 저도 인사를 남겨봅니다.

“수고해 마시! 나도 신(神)나게 수고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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