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두 다리로 걷게 하소서

in avle •  9 months ago 

몸살에 걸리신
어머니께
양말 세 켤레
모자 한 개
여행용 가방
사과즙을 갖다 드리기 위해
연꽃산 재
넘어갈 때 넘어올 때
종합운동장에서
스페픈 켜고 돌고 돈다

시작이 끝이고 끝이 시작인
일상의 반복, 어제 보다 오늘이
새롭기를 바라는 건 부질 없는 욕망
더 많은 걸 바라는 건 헛된 욕망일 뿐
운동장을 빙글빙글 돌며
챙챙, 채굴되는 소리에 맞춰
새해 소원을 빌어본다

내일도 오늘 같기만을
내년도 올해 같기만을

아침에 저절로 눈 뜨면 감사한 일
가스 불 켜서 아침 요리를 하면 기쁜 일
문 열고 나가 자작나무 숲을 산책하면 행복한 일
점심 먹고 톱 들고 나가 텃밭에 나무 몇 그루 베면 건강한 일
해 저물어 저녁 노을 물드는 파란 하늘이 지나고
나뭇가지 사이로 돋는 별들을 바라보면 그만인 일

비우고 비워서
하찮은 일, 자잘한 것으로 채우게 하소서
그 것이 행복한 일, 감사한 일임을 늘 깨치게 하소서
내일도
연꽃산을 넘어 어머니를 뵙게 하소서
두 다리로 걷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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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운동 할 수 있는 두 다리가 있어서 감사합니다.

건강이 최고입니다. 아우님 올해도 건강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