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암호화폐 경제’가 ‘상품-화폐 경제’를 대체할 수 있을까?

in blockchain •  6 years ago 

암호화폐에 대해 흔히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암호화폐로 실제 상품을 구매하는데 쓸 수 있는 것인가?’다. 물론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다양한 수준에서 제시될 수 있다.    


자유주의자에게는 이렇게 답해준다.   

그럼요! 마약과 무기, 포르노를 사는데 매우 널리 쓰이고 있답니다.   


경제학자에게는 이렇게 답해준다.   

한국의 원화로 미국 뉴욕에서 햄버거를 사먹을 수 있을까요? 암호화폐로 한국에서 빵을 사먹을 수 없다는 것이 암호화폐가 화폐가 아니라는 주장의 근거는 될 수 없습니다.   


일반인에게는 이렇게 답해준다.   

젊은 사람들 많이 다니는 음식점이나 옷가게 같은 곳에는 일부 받는 곳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전세계적으로는 수만 개의 상점에서 비트코인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 자신에게는 이렇게 묻는다.   

‘상품-화폐 경제’의 대안이 되는 ‘상품-암호화폐 경제’가 가능해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상품-암호화폐 경제’에 의한 ‘상품-화폐 경제’ 대체를 위한 4가지 구성 요소   

엄밀하게 말한다면 ‘상품-화폐 경제’는 수많은 구성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상품-암호화폐 경제’는 그 구성요소들의 대부분을 그대로 물려받게 된다. 그 유산들의 일부는 가능성이고 일부는 제약 조건이 된다. 가능하다면 제약 조건이 되는 유산을 물려받지 않으면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물리적 제약’이나 ‘신뢰의 제약’과 같은 근본적 요소를 물려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한 한계 내에서 ‘상품-암호화폐 경제’가 시도하고 있는 거래의 구성요소 대체는 다음의 4가지에 대한 것이다.   


(1) 상품   

‘상품-암호화폐 경제’는 거래 대상이 되는 상품을 ‘온체인화’하기 위해 시도한다. 그 대표적 사례는 이더리움이 제안하는 ERC721과 같은 ‘자산 토큰’이다. 그러나 현실에 존재하는 거래 대상 중에서 토큰화가 가능한 것은 매우 제한적이다. 당장 ‘빵’과 같은 ‘상품-화폐 경제’의 가장 기본적 상품조차 토큰화되지 않는다. 크립토키티는 훌륭한 사례이긴 하지만, 고양이 캐릭터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2) 계약   

계약은 집행을 강제할 수 있는 장치가 존재할 때 실효적이다. 그런 점에서 현실 세계의 계약도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계약 이행을 강제하는 장치의 비용이 계약 금액에 비해 낮은 경우, 계약 이행을 강제하는 장치가 계약 미이행 당사자에게 부과할 수 있는 손해가 계약 미이행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비해 작은 경우, 여전히 계약은 불안정한 거래 구성요소가 된다.  

이더리움의 스마트계약은 이보다 더 취약한데, 계약 집행의 대상이 ‘온체인’ 상에 있는 경우에만 ‘실효성’을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오프체인’ 상에 있는 계약 집행 대상에 대한 계약을 스마트계약 안에 넣기 위해서는 온체인 상에 존재하지 않는 수많은 요소들이 스마트계약을 실효적으로 만드는데 동원되어야 한다.   


(3) 계약의 해석 조건   

계약을 해석하는 것은 현실 세계에서조차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는 국가와 같은 ‘최종적 계약 해석자’를 도입함으로써 계약 해석을 종결시키는 의식이 수립되어 있다. 인류가 수천년에 걸쳐 보완해 온 계약 해석의 인프라다. 그러나 ‘최종적 계약 해석자’가 존재한다는 것이 곧바로 모든 계약이 해석 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무엇보다 계약에 사용되는 어휘들이 가진 의미가 확정되어야 하는데, 스마트계약의 경우 ‘온체인’ 상에 있는 정보들만으로는 계약에 사용되는 어휘들의 의미를 모두 확정할 수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스마트계약은 ‘오라클’이라고 부르는 ‘온체인화된 의미해석 장치’를 도입하고 있지만, 스마트계약의 표현력은 ‘오라클’이 제공하는 ‘온체인화된 의미해석 장치’의 수 이하로 제한된다.   


(4) 화폐 혹은 신용   

화폐는 ‘상품-화폐 경제’를 구성하는 필수적 요소이지만, 현실 세계에서도 여전히 문제가 많은 구성 요소다. 화폐의 통용 범위가 가진 한계와 거래 쌍방이 거래의 구성 요소로 어떤 화폐를 받아들일 것인가의 문제, 거래 결정으로부터 거래의 종결 사이에 벌어지는 화폐의 가치 변동성, 부도난 신용과 같은 문제들이 차고 넘친다. 하지만 현대 화폐 시스템은 금융과 사적 신용계약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에 대처해 왔고, 대개의 경우에 잘 작동하는 기능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이러한 현대 화폐의 기능들 중 매우 작은 부분만을 대체할 수 있다. 암호화폐의 이러한 기능적 한계는 현실에 있는 ‘상품-화폐 경제’ 거래를 ‘상품-암호화폐 경제’의 거래로 대체하기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현 단계에 ‘상품-암호화폐 경제’ 내의 거래로 실현 가능한 거래 유형   

이와 같은 네가지 거래 구성요소와 관련된 암호화폐의 현 단계 수준을 감안하여 추론해 보면, 현재 ‘상품-암호화폐 경제’가 대체할 수 있는 거래 유형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1) 가능한 영역  

온체인 상품 + 온체인 스마트계약 + 온체인 계약 해석 조건 + 온체인 암호화폐   

(2) 제한적으로 가능한 영역  

신뢰할 수 있는 제3자가 보증하는 오프체인 상품 + 온체인 스마트계약 + 오라클화된 계약 해석 조건 + 온체인 암호화폐   

(3) 화폐상품 경제에 ‘암호화폐와 스마트계약’을 활용 가능한 영역  

신뢰할 수 있는 제3자가 보증하는 오프체인 상품 + 오라클화되지 않는 계약 해석 조건 + 온체인 스마트계약 + 온체인 암호화폐   

(4) 화폐 거래 

오프체인 상에서 상품 전달과 계약 조건의 교환에 대한 신뢰를 구성하고, ‘화폐 거래’만 암호화폐 거래를 사용하는 영역  (가상화폐 거래소, 송금 거래, 가상화폐 기반 금융 거래) 

위의 유형들 중 (1)의 거래 비용은 블록체인의 성능만 개선된다면 ‘상품-화폐 경제’의 거래 비용에 비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 명백하지만, 나머지 세 유형은 ‘신뢰할 수 있는 보증’이나 ‘계약 해석 조건의 오라클화’에 들어가는 비용이 당장 어느 정도까지 낮아질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한 유형의 거래가 ‘규모의 경제’를 넘기 전까지는 그러한 비용이 현존하는 중앙화된 효율적 거래의 비용을 상회할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상품-암호화폐 경제’는 Death Valley를 건널 수 있는가?   

많은 ICO 백서들이 제시하는 서비스들을 곰곰히 생각해 보면, 종종 ‘차라리 중앙화된 서비스로 만드는 것이 효율적’인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왜 힘들게 그 정도의 서비스를 공개 블록체인으로 만드는가?’라는 질문에 답변이 궁색해지는 경우도 있다. ‘참여자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약속은 중앙화된 서비스에서도 가능한 약속이며, 투명성 장치 정도로도 ‘못 믿겠다’는 의혹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급기야 최근의 ICO들 중 일부는 ‘발권에 대한 중앙화된 통제 권한을 재단이 갖는 것이 더 안심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포함하는 ICO가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비빌 언덕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여전히 블록체인 기술은 미비한 상황에서 ‘참여자에 대한 분배’와 ‘투명성’을 무기로 한 ‘사실상 중앙화된 경제’들이 ‘상품-암호화폐 경제’가 약속했던 땅으로 밀고 들어오고 있는 양상이다.    

‘상품-암호화폐 경제’가 이 문제에 대한 전략적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성능 좋은 공개 블록체인이 만들어진다 해도, 그 열매는 모두 중앙화된 ‘공개 블록체인 회사들’이 가져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2)번과 (3)번 유형을 향해 꿋꿋하게 새로운 시도를 하여 ‘상품-화폐 경제’ 대체의 영역을 조금씩이라도 넓혀 가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1)번 유형으로 가능성을 보이면서 (4)번 유형에서 전략적 거점을 확보하는 것에 집중할 것인가?   

현재 나의 판단은 (4)번 유형에서 되돌이킬 수 없는 전략적 성과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다른 유형들에서의 성과를 지켜내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나의 판단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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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오라클만 제대로 구축이 된다면 상품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의 적용이 되죠. 그래서 저는 2, 3번 유형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라클도 생각하고 있는데 오라클 제공자가 높은 신뢰도가 있어야 해서 블록체인 자체에서 오라클 역할을 하고 신뢰도 높은 기관들 데이터를 제공하는게 더 낫다고 생각해서 3번 유형을 좋게 생각합니다.

저도 2, 3번 유형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전사자가 너무 많이 나올것 같은 생각이... 4번에서 큰 거점들이 좀 만들어지면 전략적으로는 낫지 않을까 해서요^^

지금 4번이 오미세고가 반(half)중앙화의 형태로 자신의 기존 플랫품과 연동의 시너지를 노리고 있는데 이것도 나름대로 될 거라고 있는데 그냥 여러가지 경쟁해야지 좋은 결과가 나오겠죠!

네^^ 어쨌거나 쉽지는 않은 싸움입니다..4번 유형에서는 기존 금융 권력과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할 수도 있습니다.. 몇몇은 감옥 가고^^

규제 회피의 달인이 되고 있는 중앙화된 공개 블록체인 리플?!ㅋㅋㅋ
얍삽하면 됩니다, 여러분!

'몇몇은 감옥가고^^' 에서 여러 생각이 듭니다 ㅎ. 저희 회사도 블록체인 다루는데 올려주시는 글 정말 감사히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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