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 최근호를 보니 블록체인 관련해 2건의 글이 눈에 띈다.
하나는 경제학자인 정태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 다른 하나는 사회학자인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쓴 글이다. 생각이 뿌리가 달라 그런지 블록체인에 대한 경제학자와 사회학자의 인식에는 많이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경제학을 전공한 유시민도 그랬고, 폴 크루그먼, 조지프 스티글리츠 같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이들도 그랬듯이, 정태인 소장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해 비판적이다.
"경제학자들이 암호화폐를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의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화폐의 일반적 기능을 지니지 못했고 경제학 훈련을 받은 사람이라면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추론할 것이다. 무릇 화폐는 교환의 매개, 가치 척도, 그리고 가치 저장의 기능을 갖춰야 한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으로 일반 상품을 구입하기란 매우 어렵다. 몇백 %씩 가치가 변동하는 어떤 존재를 가치의 척도로 사용할 순 없다. 현재는 오직 가치 저장 수단으로 쓰이고 있는데, 이 또한 높은 변동성 때문에 앞날이 밝지 않다."
정태인 소장은 블록체인고 현재 제도와의 조화를 강조한다. 블록체인과 경제학의 진지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여러모로 슬데가 많은 기술이지만 과장은 금물이다. 예컨대 프로그램 경제에서 말하듯이 전 세계 경제를 하나의 컴퓨터안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처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은 말그대로 환상일 뿐이며 이 때문에 오히려 신뢰를 잃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 블록체인은 기존 시스템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이들 제도와 함께 가야 한다. 아무런 신뢰 없이도 수학 프로그램만으로도 사회가 돌아갈 수 있다는 이상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행동/실험 경제학은 신뢰가 없어도 되는 사회란 환상이며 그 반대로 적절한 제도와 규범으로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블록체인과 경제학의 진지한 대화가 필요하다."
반면 사회학자인 장덕진 교수는 블록체인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지금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세련된 민주주의의 가능성이 열릴 수도 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블록체인 혁명'의 저자 중 한 사람인 알렉스 탭스콧은 2016년 경제잡지 포브스에 기고한 블록체인 민주주의: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블록체인 덕분에 시민들은 정부의 행위를 변경 불가능한 원장에 기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힘있는 소수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넘어 다수의 합의에 근거한 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된다."
장덕진 교수의 글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게 있는데, 프라이빗이나 퍼블릭 가리지 않고 블록체인을 이용한 전자투표는 신뢰를 담보할 수 있을까? 한국 정부가 블록체인을 전자투표에 활용할 경우 퍼블릭 보다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활용할 것 같은데,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반 투표로 지금의 선거를 대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미디엄에 올라온 [JTBC 뉴스룸 긴급토론] ‘가상통화, 신세계인가 신기루인가’를 보고라는 글을 보면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쓰면 블록체인이 갖는 위변조 불가라는 특성이 퇴색될 수 있다.
블록체인의 가장 큰 특징은 위변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고, 이것때문에 미래기술로 각광을 받는 것입니다. 그런데, 블록체인이 위변조가 불가능한 이유는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받는 네트워크 구성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구성원들이 자신들이 보상으로 받은 암호화폐의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블록체인을 만들면서 감시하고 있습니다. 이 구조가 아니라면 그 시스템은 중앙집중형 또는 단순 분산컴퓨팅 환경으로 얼마든지 대체 가능합니다. 위변조 불가라는 특징도 없어집니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폐쇄형으로 만든 블록체인이 있다고 치면, 이 블록체인은 언제든지 그 기업 자신의 이익을 위해 위변조될 수 있습니다. 구성 컴퓨터만 많은 것이 닮아 있을 뿐 단 한사람의 통제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블록체인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없는 블록체인이 되어 버립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분리하여 육성시킬 수 있다는 이해관계자들의 억지 주장을 성급하게 맹신하지 말아 주십시요. 국가 지원금 다 받아 쓰고 나 몰라할 것이 자명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눈을 감지않고 읽은 것 같네요.
경제학자들의 사고가 너무 뻣뻣하지 않은가 생각해봅니다.
1999년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탈자폐적 경제학 운동(Post-Autistic Economics Movement)를 시작했던 사람들은 교수가 아닌 학생들이었죠. 학생들은 돈의 원리를 설명하는 모든 공식과 모델이 실제 경제를 재대로 인식하고 분석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믿었고, 심리학과 생물학 등에서 배울 수 있는 인간의 본질과 특성을 이해해 인간의 삶과 행동, 소비방식에 대한 이해를 하길 원했습니다.
변화를 위에서 시작해서 성공한 적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시민혁명, 종교개혁, 탈자폐적 경제학 운동 모두 아래서 시작했죠. 그리고 사회는 변했습니다. 저도 많이 젊은 사람은 아니지만 저를 비롯한 젊은이들이 이 변화를 주도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댓글이 길었네요..ㅋㅋ
귀엽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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