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발 디지털 국가혁명은 가능한가?

in blockchain •  7 years ago 

최근 세계적인 원조나 개발과 관련한 컨퍼런스나 모임에 가보면 과거와는 다른 양상들이 많이 보인다고 한다. 과거에는 거의 각국 정부를 중심으로 하는 공공섹터에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민간섹터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서 다양한 NGO와 대학, 그리고 기업의 사회공헌 분야에서 온 사람들의 활약상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특히 혁신적인 기술 솔루션을 이용해서 그 동안 개발도상국가들이 오랜동안 극복하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도 늘고 있고, 일부는 이미 커다란 성과도 늘기 시작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전 세계 인터넷 공급과 관련한 활동도 사실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휴대폰을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현재 전 세계에서 극심한 빈곤층으로 분류되는 사람은 12억 명에 이른다. 보통 극심한 빈곤층을 월드뱅크에서 하루 1.25 달러 이하를 버는 사람들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 정도 사람들의 빈곤을 극복하게 만들려면 단순히 지원하는 펀드의 금액이 조금 늘어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보다 적은 돈으로 훨씬 커다란 실질적인 혜택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혁신은 그런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바일 디바이스의 보급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과거에는 꿈꾸기 어려웠던 혜택을 적은 예산범위 내에서 가능하게 만든다.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디지털 기술과 모바일 디바이스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디지털 기술과 모바일 디바이스가 만드는 디지털 경제는 사회적으로도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는데, 단지 원조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연결성을 갖추게 된 사람들이 원조를 받는 것과 동시에 자신들이 실질적인 참여자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를 가지기 때문에 그 파급효과는 훨씬 더 크다.

이 분야의 연구를 진행해온 부즈 알렌 해밀턴(Booz Allen Hamilton)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의 디지털화는 39억 명에 이르는 취약계층에게 4.1조 달러(원이 아닙니다. 달러입니다!)에 이르는 GDP 상승 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가장 큰 가시적인 효과를 가져오고 있는 곳은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이다. 가장 기본적인 공공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던 이들 국가에 있어서 스마트폰 보급과 인터넷 접근을 통한 디지털 경제는 국가의 판을 새로 짠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아프리카가 이와 같은 새로운 디지털 경제 국가의 혁신모델을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다. 아프리카의 나라들은 오래되었지만 선진국 등에서 검증된 기술이나 사회 인프라와 관련한 것들을 아예 건너 뛰고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이용한 혁신적인 시도가 하루가 멀다 하고 시도하고 있다.

예상하지 못했던 독특한 성공사례도 있다. 방글라데시에서 수행된 세계어류센터(WorldFish Center)의 농업을 통한 수입증대와 영양과 관련한 프로젝트(Aquaculture for Income and Nutrition, AIN)에서 지역의 농부들에게 기술교육을 하고 약간의 급료를 줄 때 미국국제개발처(USAID)에서 개발한 mSTAR(mobile Solution Technical Assistance and Research)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모바일 지갑으로 직접 급료를 주는 방식을 채택했는데, 이를 통해 참가한 농부들이 기존의 방식보다 급료를 받는데 걸린 시간이 15일이나 단축이 되었다. 사실 기간만 단축된 것이 아니다. 이런 개발도상국가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겪기 쉬운 도난이나 부정사건 등과의 연루도 대단히 어려워졌고, 중간 단계를 거치는 것도 줄어들어서 전체 프로젝트의 효율도 크게 올라갔다. 필리핀의 이동통신사 글로브 텔레콤(Globe Telecom)의 GCASH 인프라도 비록 국제원조는 아니지만 비슷한 혁신의 결과가 있었다. GCASH는 일종의 모바일 화폐 서비스로 에서 시작된다. 이들은 모바일 커머스를 위해 G-Xchange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다양한 형태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필리핀 정부와 손을 잡고 저소득층을 지원할 수 있는 GCASH REMIT 이라는 플랫폼을 적용해서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부분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데,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많은 국제적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 관련한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GCASH를 이용한 유통모델이 독특한 것은 휴대전화 사용자들이 개별적인 개인 유통업자에게 돈을 지불하고 전자방식으로 휴대폰 사용권을 즉석에서 사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GCASH 관련한 플랫폼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개인에게 내주고, 이들이 개인대 개인으로 간단히 필요한 만큼 사용권을 충전해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GCASH가 더욱 훌륭한 것은 단순히 이동통신사 서비스 상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또다른 다양한 P2P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Conditional Cash Transfer (CCT) 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 프로그램은 필리핀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GCASH를 활용하는 것이다. 저소득층에서 학교에서 교육을 받거나, 정기적인 필수 건강검진, 그리고 아이들의 예방접종과 같이 국민으로서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활용해야 하는 경우에 지불의 성격을 간단히 파악해서 서비스에 필요한 현금을 지급한다. 처음에는 필리핀 LandBank에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실제로 이런 사람들에게 돈을 지불하기 위해 오프라인에서 소요되는 비용이 매우 컸다. 그러나, GCASH 플랫폼을 활용해서 이미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는 많은 유통업체들이 일종의 현금을 미리 지불하고, 나중에 국가에서 해당 내역을 환급해주는 역할을 하게 되면서 비용이 급속히 줄어들었다. 무려 3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이 서비스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한다. 현재 GCASH 플랫폼을 지원하는 곳이 필리핀 전국에 수만 개에 이른다. 형태도 다양해서 은행들과 전통적인 수퍼마켓, 휴대폰 대리점, 일상적인 물건을 파는 잡화점 등이 있으며, 시골지역에 많은 구멍가게들도 참여하고 있어서 지역사회 곳곳에 파고들었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들의 상당 수는 아마도 바로 이제 블록체인을 연상할 것이다. 현재 암호화폐의 근간이 되는 기술로 알려진 블록체인은 중앙집중적인 관리체계 없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신뢰 네트워크를 구성하면서 금융과 정치, 사회를 혁신할 가능성이 있다. 다수의 블록체인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단체들은 이미 신뢰도 시스템이 안정화 되어 있고, 블록체인 기술이 기존의 시스템을 흔들 때 잃을 것이 많은 선진국들 보다는 아프리카나 남미,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처럼 신뢰 네트워크를 사회에 구현하는데 어려움을 가진 여러 국가들에서 블록체인발 국가 또는 사회혁신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상대적으로 새로운 시스템으로 이행할 때 타격을 받을 기득권자의 수와 세력은 작고, 사회적 이득은 거대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아마도 정치적인 결단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모바일 기술이 가져온 혁신을 적극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받아들이고 있는 곳들이 늘고 있으며, 이런 국가들의 젊은 혁신가들이 민간에서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사회로 파고들어 간다면 국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그런 나라들을 혁신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우습게도 블록체인이 가져올 디지털 공화국의 전형은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글로벌 G2나 유럽 또는 한국과 일본 같은 나라가 아니라 현재 후진국으로 치부되는 여러 나라들 중 하나가 전면적인 혁신의 수단으로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시스템을 받아들이면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에스토니아나 스웨덴, 덴마크와 같이 이미 사회의 신뢰시스템이 분산화되어 있으면서, 사회주의 정신과 신뢰자본의 크기가 큰 국가에서도 큰 이질감 없이 이런 기술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들의 혁명은 금방 주변 국가들도 전파되게 될 것이다. 거대한 문명의 충돌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리고, 기득권과의 충돌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렇지만, 그런 곳들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어쩌면 기존의 선진국들이 아니라, 새로운 혁명가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된 새로운 디지털 공화국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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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국들의 제일 큰 문제가 부패인만큼 공개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금융시스템만 어떻게 정착을 시키면 급성장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어쨌든 상상만으로도 흥미진진하네요.

네. 맞습니다. 모두는 어렵겠지만, 어느 정도 개혁의 의지가 있는 정권이 들어서고, 민간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급속도로 나라를 바꿀 수 있어서, 제 개인적으로는 정말 이 분야 글로벌 젊은 혁신가들이 여러 나라를 변신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되려 우리나라 처럼 기득권이 강하고, 안정화되어 있는 곳에서 싸우면 정말 힘들죠 ㅠㅜ

페이스북에서 교수님 좋은 글 잘 읽고 있는데, 여기서도 뵙게 되네요~ 반갑습니다 ^^

네~ 반갑습니다. 여기에 종종 글을 쓰려구요 ...

스팀잇 시작하셨군요! 저도오랜팬입니다.ㅋㅋ
좋은글 읽었습니다:) 자주뵐게요!

네. 반갑습니다. 새로운 플랫폼이 이렇게 사람들을 다시 연결해 주네요

Hi! I am a robot. I just upvoted you! I found similar content that readers might be interested in:
http://www.ibusiness.co.kr/archives/63380

Yes, that content was written by me and this one is updated version of it. I didn't know that my content was copied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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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합니다 그리고 좋은 글 감사합니다. 옛날부터 팬이랍니다~^^* 앞으로도 좋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옛날 만큼 자주 잘 쓰지는 못하겠지만, 가끔이라도 써보도록 노력해 보려고 합니다. 여기서 자주 뵈어요.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전부터 팬이였습니다. DHP 소식을 받아보면서 페이스북 통해서 선생님의 글 자주 접하고 있습니다!

우선 태그에 kr을 적어주시면 한국인들이 많이 볼 수 있게 됩니다. 해외 사용자와 한국 사용자들의 구분을 따로 짓지 않아서, 태그 위주로 사용을 해야 하는 점이 있습니다.

그 이외에 태그들은 자유롭게 쓰시면 됩니다!
그리고 마크다운이라는 기능을 지원하는데
글을 꾸미는데 유용합니다. 아래쪽에 마크다운 설명서가 있지만 다른 분들이 정리해놓은 글을 검색하셔서 글을 작성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스팀잇에 오신걸 매우 환영합니다! 선생님같은 훌륭한 분들이 양질의 컨텐츠를 제공해 주시면, 스팀잇이라는 블록체인이자 sns는 더욱 빠르게 성장하리라 생각합니다.

다시한번 존경의 뜻을 보냅니다. 좋은 글 자주 구경 오겠습니다. 반갑습니다!

그렇군요. 조언 감사합니다! 마크다운은 공부해봐야 겠네요 ㅎㅎ

동감합니다. GCASH의 사례가 인상깊네요..:)

ㅎㅎ 네. 그런 사례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  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글 인상깊게 봤습니다.
글 읽는동안 스텔라루멘이 생각났습니다.
작년에 저소득 국가에서 통화 전송으로 매우 각광받고 상용화 되었으며 그럴 용도로 개발되어 추진되었다는 기사를 봤었습니다.
물론 지금 엄청난 호황으로 대상 국가 범위를 논하는 것은 이미 의미도 없겠지만 it와 플랫폼의 발달이 각기 다른 상황에서 다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환경과 절박함의 차이가 큰 영향을 미치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네. 맞습니다. 저도 스텔라 처음 출발할 때부터 테스터로 참여를 해서 더욱 애착이 가는데, 실제 적용되는 곳들이 점점 늘고 있어서 단순히 자산으로서의 문제가 아닌 저개발국의 인프라로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가슴 설레는 내용입니다. 대륙의 반전...이런 타이틀이 어울릴것 같은... 수백년간의 설움이 있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드뎌 기회가 왔군요.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네. 저도 그 대륙에서 새로운 변화가 나타났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환영합니다.
가끔 교수님 글 읽고 있는 팬인데요.
언젠가 스팀잇 오시지 않을까 상상만 했는데, 이렇게 여기서 뵈니까 반갑습니다.

제가 쓴 두 글이 스팀잇 정착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마크다운 총정리 https://steemit.com/kr/@nand/markdown
스팀잇에 올리면 안되는 글 https://steemit.com/kr/@nand/do-not-write-these-things-on-steemit

아 감사합니다. 자주 여기서 뵐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