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작은 평범했다.
“아는 개발자 친구랑 그 친구의 친구랑 해서 일단 어떻게든 ICO 한번 해보는 걸 목표로 스터디 해보려고. 백서도 읽고 그런 느낌?”
“그럼 오빠의 친구인 나까지 끼자. 한 명 더 받을 의향 있는지 물어봐 줘 ㅎㅎ”
그렇게 최종 다섯 명이 모이게 되었다. 자칭 ‘블록체인 스터디’는 그 주에 정해진 백서를 읽어오면 매주 일요일에 모여 두시간 동안 백서의 한 목차씩 맡아 설명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가상화폐 투자는 나름 일찍부터 (비트코인이 90만 원이던 시절) 해왔던 터라 조금만 적응하면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내 기대는 처참히 무너졌다. 한글로 번역된 백서들은 한글을 읽고 있지만 외국어를 읽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고 실제 체험해볼 수 있는 플랫폼 혹은 서비스가 없는 상황에서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백서를 읽자니 현실성이 떨어졌다. 불행 중 다행으로 나머지 네 명 모두 나보다 훨씬 뛰어난 지식의 소유자들이었으며 미천한 문과생인 나의 지식을 쌓는 데 크게 기여해주었다.
그렇게 백서 읽기를 시작한 지 두 달 정도 지났을까. 목숨보다 소중한 직장인의 주말 두 시간씩을 반납해가면서 스터디를 하던 우리는 단순히 백서를 읽는 것보다 뚜렷한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실제로 투자 정보를 공유하며 수익을 낸다거나, 될만한 아이템을 만들어 ICO를 진행해본다던가 하는 아주 실질적인 동기말이다. 애초에 설정했던 목표처럼 ICO를 진행하려면 우리만의 아이디어가 필요했기에 우리는 백서를 읽는 것과 동시에 각자 블록체인을 활용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보기로 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우리 다섯 명의 관심은 ‘사람’에 있었다. 기존에 사람의 가치는 숫자로 잘 산정되지 않는다. 사람의 가치, 흔히 “몸값”이라 불리는 개념은 연예인 혹은 프리랜서에게 적용되거나 직장인의 연봉 정도를 말할 때 쓰이곤 하는데, 과연 이 몸값이 얼마나 정당하며 투명하게 한 사람의 재능을 평가해 반영되는지는 미지수다.
연예인들의 몸값 (2012)
최근 구글 본사의 한 개발자가 인도의 개발자들에게 자신의 업무를 아웃소싱하고 고액 연봉을 받아 논란이 되었던 사례가 있었다. 개발자의 능력을 블록체인에 올려 그들의 정당한 가치를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정보로, 혹은 숫자로 공개해 보여줬다면, 구글은 더욱 합리적인 가격에 뛰어난 개발자를 고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가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에 흥미를 느낀 것은 이와 같은 정보의 탈중앙화에 있었다. 중앙집권화된 플랫폼이 소유하고 있는 정보를 분산 저장하여 정보의 비대칭을 해결하고 그들이 쥐고 있는 막대한 권력을 무너뜨리는 것, 다시 말해 기존 시장 지배자들의 헤게모니를 그 정보의 진짜 소유자인 개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블록체인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재능 시장을 여는 것이다.
한 사람의 재능을 고윳값을 갖는 블록체인에 올려 가혹하지만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게 하고 투명한 거래가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모든 재능은 국경 없이 거래가 가능하며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원작자가 모든 거래마다 함께 이득을 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이 플랫폼을 실험하기 가장 좋은 출발점은 예술가다. 한 사람의 고유 재능에 대해 대중이 평가하는 가치와 이미지로 ‘몸값’을 올려 벌어 먹고 사는 사람들이 바로 연예인을 포함한 예술가들이며 그들은 재능을 끊임없이 유/무형의 콘텐츠로 만들어내기에 비교적 가치 산정이 수월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이 ICO를 통해 코인을 발행한다면 그 가치는 팬덤에 힘입어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생각에 우리는 우리가 실험해 볼 1차 재능으로 연예인들의 재능을 택했다. 일명 Project Talent.
그렇게 의견을 모으고 며칠 후, 해시드와 함께 카이버 네트워크에서 공모전을 주최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카이버 네트워크는 보장된 유동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암호화폐의 즉각적인 거래를 쉽게 해주는 탈중앙화된 거래소로 공모주제는 카이버 네트워크 플랫폼을 연동 또는 통합하여 만드는 새로운 Dapp 아이디어 또는 탈중앙화 플랫폼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었다. 우리가 생각했던 플랫폼에서 각 사람의 재능마다 ICO를 하게 된다면 그만큼 다양한 암호화폐가 생길 것이고 그 화폐들의 즉각 거래 역시 수요가 생길 것이다. 따라서, 카이버 네트워크와의 연동은 우리 플랫폼 기능에 도움 될 것이 분명했다. 공모전은 약 한 달 뒤로 도전해볼 만 했다. 게다가 우승 상금은 무려 $30,000 어치의 카이버 코인. 더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현직 개발자, 프로덕트 매니저, 영업사원, 데이터 분석가로 구성된 우리 팀은 드림팀(현실은 직장인)의 포스를 풍기며 공모전 준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뚜렷한 목표와 데드라인이 정해지자 속도가 붙었고 역시나 직장인의 업무 외 시간은 그 무엇보다 소중했기에 이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주말과 퇴근 이후 시간을 반납하고 공모전에 매진한 지 2주 후, Project Talent는 카이버팀에서 발표한 1차 서류 합격 5팀 사이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고 또다시 2주 후, 우리의 아이디어를 대회 무대에서 발표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렇게 다가온 1월 말의 또 다른 주말, 블록체인 새내기뻘인 나는 100여 명의 관중이 모인 삼성동의 한 컨벤션 홀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발표를 시작했다.
“한 사람의 재능이 빛을 발하기까지 얼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요?”
다음 이야기에서 계속…
블록체인 스타트업 도전기 #2. 뜻밖의 성과
https://steemit.com/blockchain/@project-talent/2
대단하십니다 ^^ 직장 다니시면서 따로 이렇게 준비하셨다니요.. 잘 되시기를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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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앞으로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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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세요! 저도 공부를 해야겠다 생각하면서도 백서가 생각보다 어려워서 차일피일 미뤘었는데 자극이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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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이 화이팅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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