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수
요즘은 밤낮이 바뀌어서 상당히 늦게 자는 편인데, 그 덕에 어제 현관 입구에서 물이 새어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이 터질 곳은 없었는데 이상하게 그 곳에만 물이 계속 고이고 있었다. 영하 16도의 위협에도 굳건히 그 어느 것도 동파시키지 않고 잘 견디고 있었는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건가.
아침부터 누수탐지하는 동네 가게에 연락을 했더니 온수를 잠그고서도 계속 물이 고이면 문제가 크다면서, 1시간 후에도 물이 계속 고이면 다시 연락 달라고 했는데... 1시간 후에도 내 바람과는 상관 없이 물이 계속 고이고 있었다.
결국 누수탐지를 하기로 했는데, 누수 탐지는 검사만으로 기본이 30만원이라고 한다. 거기다가 일이 커져서 공사라도 하게 된다면.. 돈 몇 백만원은 우습게 깨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네이버로 열심히 찾아봤더니 최소 100만원 이상부터 시작할꺼란 이야기들이...
물론 우리 집은 전세집이라 주인집에서 알아서 해줘야 하는 것이지만, 주인 집이 그런 것을 수월히 해주는 사람들이 아니라 다시 씨름할 생각을 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게다가 이 추위에 짐들을 다 들어내고 공사할 생각만 해도 마음이 답답했다. 이 엄동설한에.... 더군다나 집주인의 악명에 누수탐지를 하는 아저씨는 손을 흔들며 그 집은 수리하지 않겠다고 하는 바람에 돈은 우리가 미리 줄테니 일단 진행하자고 한 상태였고, 그 말은 곧 우리도 돈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이사를 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그건 사실, 너.무. 먼. 나라 이야기였다. 우리 동네 아파트 전세는 6-7억에 육박하는데... ㅜㅜ... 6-7억을 어느 세월에 모아서 아파트 전세라도 살 수 있을까 싶더라. 물론 난 아파트를 싫어하지만, 싫어하기 이전에 들어가지도 못한다.
물론 목마른 놈은 나니까, 쿨하게 수리하면 되겠지만... 얼마 전에 냉장고가 갑자기 사망하는 바람에 냉장고 구입에 이미 지출이 꽤 된 상태에서 다시 돈 몇 백을 들여야 된다고 생각하니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아주 당연하게 든 생각. 비트코인.
이익만 났었어도... 물리지만 않았어도...
생활금과 상관 없이 여유 자금을 넣어놨던 것인데, 그 여유 자금을 이렇게 갑자기 쓸 일이 생기다니....
#그래도 다행이다
아래층에서도 물이 샌다고 집주인한테 연락이 갔다. 방향이 우리 집 위치가 아니길래 원인이 우리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하던 때, 마침 방문한 누수탐지 아저씨랑 같이 옆집에 가보았더니(옆집은 빈집 상태).. 다행히 문제는 옆집이었다. 하수관이 얼어서 얼지 말라고 틀어놓은 물이 역류하는 상태였고 그것이 옆집, 아래집에 다 민폐를 끼치는 상태였던 것이다.
무거운 누수탐지 장비를 가지고 온 아저씨는 그것을 알려주고서는 짜증을 내면서 가셨다. 그 가운데에서도 감탄이 되었던 것은 전문가는 전문가라는 것이다. 딱 훑어보더니 바로 원인과 이유를 설명해주시며 시크하게 물을 잠그고 보일러를 올려놓고 가셨다. 차라리 물이 터지는 것이 낫다며 물을 틀어놓지 말라는 말과 함께...
당분간은 물이 계속 새어나올 것 같아서 계속 현관에서 물을 훔쳐내야 한다.
#근데 우울하다.
내가 너무 우울할 때에는 눈물이 날 때가 있는데, 오늘 갑자기 눈물이 왈칵 났다. 일이 다 좋게 끝났는데도 눈물이 났다. 너무 당황스러운 상황.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문제는 돈이었던 것 같다.
7억짜리 전세집에 들어갈 수 없는 내 현실. (물론, 주변 지역은 더 싼 지역도 있겠지만... 난 이 곳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다른 동네로 간다는 것은 상상해본 적이 없다.) 비트코인에 물려 여유돈이 없는 바람에 당장 돈 100만원에 걱정이 되는 현실.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는 있는걸까 하는 생각. 그와 동시에 기가 막히게 다시 하락한 비트코인 시세까지.
#초심자의 행운
'초심자의 행운'을 아주 보기 좋게 제대로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정말 초심자의 행운이 있었고, 그로 인해 큰 투자를 하고 물리기까지 하는 이 일련의 과정들. 물론 언젠가 한 번은 경험할 수 밖에 없는 일이었겠지만... 정말 과거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얼마나 들던지... 과거로 돌아가도 똑같은 실수를 또 반복하겠지만.
비트코인의 시세를 쳐다보면서 다시 꽃 피는 춘삼월은 돌아올 것인가 싶었다. 그러고 나니 더 우울해졌던 것 같다.
투자는 여유자금을 남겨두고, 운용해도 부담이 없는 선에서, 손실과 이익의 범주를 확실히 잡아놓고 움직여야 한다는 것. 이렇게 뼈 아프게 배워간다. (난 알고 있었다. 실천을 못 했을 뿐. ㅜㅜ)
하긴, 생각해보니 어쩌면 옆 집 고인 물을 내가 혼자 퍼내서 더 우울했던 것 같다. 주인집이 해야 하는데, 감기에 걸렸다고 못오겠다고 하니... 목 마른 놈이 우물을 팔 수 밖에... 손이 시려운 것을 참고 일단 고인 물을 퍼내고 나니 더 우울해졌던 것 같다.
#먹으면 나아질까?
롯데백화점 돌솥비빔밥을 좋아하는 나는, 얼마전 윤식당을 보기 시작하면서 그 돌솥비빔밥이 정말 너무너무너무 먹고 싶었더랬다. 오늘 같은 날 먹으러 가면 왠지 기분이 다시 좋아질 것 같긴 한데, 문제는 우울함이 더 커서 거기까지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도 저녁은 밖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하루 종일 신경쓰느라 엄마도 힘들었는지 외식을 하자고 하시니 오늘은 어찌되었든 매식을 해야 하는 것이다. 점심도 맘스터치 햄버거로 때웠는데....
먹고 오면 나아지겠지. 먹고 와서 잠을 좀 자야겠다. 어제 고이는 물을 계속 치우느라 거의 밤을 샜는데 그래서 더 우울할지도 모른거니까. 우울할 때는 일단 잘 먹고 잘 자야 한다. 아니면 재미난 드라마, 예능을 보던가.
아, 비트코인을 하면서 참고하는 스팀잇 유저들이 있는데, 그 중 한 분은 아이돌 동영상을 보면서 멘탈 수련을 한다고 하는데... 나도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아이콘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며 다시 기분을 업시켜야겠다.
#아이콘, iKON / '사랑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