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진골목

대구에서 여학교까지 나오신 시어머니에게 대구는 서울 다음가는 크고 완벽한 도시이고, 그 이외의 모든 곳은 시골 이었다. 내가 아무리 서울 토박이라 해도 막상 대구에 살아보기 전에는 동의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 오랜시간은 아니어도 대구 역시 살아볼 기회가 생기며 시어머니와 같은 의미는 아니라도 왜 그런 말씀을 하셨을지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번에 부산에서 올라오며 대구에서 며칠 지내기로 했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진골목 이다.
'길다'의 경상도 사투리 '질~다'에서 기원한 진골목은 고려시대부터 달성 서씨들의 집성촌 이었다. 군사, 행정의 거리였던 종로와 약령시장, 서문시장 등과도 가까이 있어 말 그대로 대구의 중심지라 할수 있다.

비록 지금이야 50m 남짓의 짧게 느껴지는 골목이지만, 여전히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다.

빼꼼히 보이는 [ 정소아과의원 ] 간판이 있는 건물은 1937년 지어진 2층 양옥으로 1947년 부터 의원을 개원해 지금까지 대를 이어가며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남일동 [ 패물폐지부인회 ]는 1907년 국채보상운동의 첫 번째 여성운동 조직이다. 반찬 줄이기, 쌀 한줌 덜어내기, 패물 없애기 등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시작한 운동인데, 남일동 109번지가 지금의 진골목 부근이다.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하고자 한다는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함이 없고, 남성들이 주도했던 사회에서 여성들의 소리를 내고자 했던 흔적이 남아있는 골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