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기 피스톤의 회전질감은 어떠했을까?
이놈을 데려오기 직전 주로 몰고 다니던 차는 e53 x5 3.0 이었다. 직렬 6기통 m54엔진이 달려있었다.
bmw의 전매특허 직렬 6기통이고, 당시 세계최고의 6기통으로 뽑히던 m54였다.
느낌, 질감 이런 것들은 당연히 주관적인 것들이기 때문에 6기통 m54와의 차이점이 주로 느껴졌는데,
내가 느끼는 회전 질감은 오히려 삼팔이의 v8이 더 부드러웠다.
"아니 뭐라고! 실키 식스보다 부드럽다고!!"
라고 반문하실 분들이 많겠지만,
직접 몰아보고 느껴본 필자의 느낌은 정말 그랬다.
저속에서 엔진 헤드의 부품들이 촤르르 돌아가는 소리나, 회전 진동이 오히려 실키식스보다 더 부드러웠다.
진동 보다는 그 사운드의 질감이 더 부드러움을 배가시켰던 것 같다.
m54엔진은 가속시에 약간은 칼칼한 소리가 나면서 3000rpm이 넘어가면 앙칼진 소리가 나고
4000rpm이 넘어가면 토크가 쏟아져 나오면 스파르탄한 짜릿함을 전해주었다.
반면 삼팔이의 v8 m62 4400cc 엔진은 저알피엠부터 부드럽게 돌아가고 1500rpm 부터 두둑한 토크로 밀어부친다.
엔진 회전수를 높게 쓰지 않아도 충분히 가속이 되니 운전은 훨씬 편했다.
같은 v8이라도 머슬카의 v8과 럭셔리 세단의 v8은 그 성격이 다른 것이 분명했다.
어쨌든 고물 bmw매니아의 귀에는 99년식 v8엔진의 사운드가 더 내츄럴 하고 부드럽게 느껴졌으니
그 녀석은 사랑을 듬뿍 듬뿍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이다.
아 참 예전에 f02 750Li 를 몰아볼 기회가 일주일 정도 있었는데, 그 차는 4.4L v8 터보엔진.
당시 느꼈던 회전 질감보다 오히려 나의 삼팔이가 더 느낌이 좋은 것 같은 생각이 드는것은
역시 팔은 안으로 굽기 때문인걸까?
자연스럽고 풍부한 8기의 싸운드는 운전하는 내내 귀를 즐겁게 했다.
마치 잘 익은 오래된 마호가니 바디로 만든 59년식 깁슨 레스폴의 클린톤 사운드 같다고나 할까.
그 부드럽고 웅장하고 질감이 살아있는 듯한 사운드는 감히 59 레스폴에 비할 만 하다.
아니면 맥킨토시 앰프와 매칭이 잘 된 프로악 스피커에서 뿜어져 나오는 정제된 클래식 음악 소리 같다고 할까?
표현이 저질스럽고 조악하기 짝이 없지만, 감흥을 이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점 양해바랍니다.ㅎㅎ
어쨌든 오른발 끝으로 음악을 연주하며 고속도로를 질주했다.
v8엔진의 유류비는 유흥비라고 했던가.
지구상에 얼마 남지 않은 휘발유를 마구마구 태워가며 난 쾌락에 불타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