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팔이를 인수하고

in bmw •  7 years ago  (edited)

삼팔이를 인수하자마자 서울에서 청주까지 고속도로를 달렸다. 만감이 교차했는데 어렸을때부터 갖고 싶었던 차를 갖게 되었다는 기쁨과 동시에 아직도 손 봐야 할 곳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e38이라는 차는 나에게 추억과 경외의 대상이었다. 2002년 나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했다. 시골에서 상경한 촌놈은 생활비에 항상 쪼들렸고 경제난을 타개하고자 이리저리 과외 알바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대치동, 목동, 분당, 평창동 등 닥치는 대로 부르기만 하면 과외를 하러 다녔다.

어느날 평창동 언덕길을 올라가는데 담이 높은 집 앞에 늘씬하고 광이나는 세단이 한 대 주차되어 있었다. 어찌나 멋있고 기품있어 보이는지 한참을 서서 그 차를 바라보았다. 그때는 차를 모르던 시절이었지만 선명히 기억나는건 bmw 마크와 740이라는 숫자. 우리 아부지의 진녹색 기아 크레도스와 비교하면 외계에서 온 기계 같아서 경외감이 들기도 했다. 그 후로 e38은 내 해마 어딘가 깊은 곳에 강렬한 사진으로 찍혔고 생업에 바쁜 나는 서랍속에 그 사진을 고이 간직한 채로 다시는 서랍을 열어보지 않았다.

시간은 흘러 2017년이 되었고 해마속 사진을 찍은지 무려 15년이나 지났다. 코찔찔이 상경 촌놈은 마취과 전문의가 되었고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아들 둘을 가진 평범한 애아빠가 되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떠오른 추억은 눈앞에 선명히 떠올랐고, 검정색 e38을 15년 후에 갖게 되었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가난한 시절을 잘 견딘 과거의 나에게 주는 미래의 선물이랄까.

기존 타고있던 f10 528i와는 같은 브랜드가 맞나 싶을 정도로 주행감의 차이가 컸다. 일단 핸들의 무거움이 더 심하고 유압식 스티어링 고유의 부드럽고 일정하고 정밀한 움직임이 마음에 들었다.

브레이크도 많이 달랐다. 처음엔 거의 브레이크가 듣지 않는 듯 하지만 깊이 밟을 수록 강한 제동이 리니어하게 들어온다. 마치 자연흡기 엔진의 토크 분출처럼 처음엔 약하고 갈수록 강해지는 것이다. 최근에 제주도에서 렌터카로 탔던 신형k5의 답력과는 정 반대의 움직임인데 내가 현대기아차를 가장 싫어하는 이유중 하나가 바로 브레이크 답력의 문제이다. 초반에 너무 강력한 브레이크가 걸려서 살살 밟으려고 해도 차가 앞으로 쏟아지려고 한다. 문제는 강하게 밟아도 잘 서지 앉는다는것이다...... 전형적인 싸구려 승차감인데 누구에게는 브레이크가 살살 밟아도 확 잡아준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튼 삼팔이의 리니어하고 부드러운 브레이킹은 고속도로 주행 내내 만족스럽고 또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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