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철은 언젠가 자신의 삶을 느리게 살았던 때를 회고했다.
‘아...그 땐, 내 삶에서 내가 가장 많이 생각했고, 가장 많이 책을 읽었던 때였지...’
물론, 동철은 지금 이 순간도 독서를 하고 깊게 생각하고 그것을 행동에 옮기는 것을 여전히 실행에 옮기고 있지만, 유독 과거 자신이 지각인생을 살던 그 순간들이 어렴풋하게 떠올랐다.
“동철아! 내가 좀 늦었네...미안해. 버스를 타고 오다가 어떤 생각을 하는데 나도 모르게 내릴 정류장을 지나쳐 버렸어.”
수영은 동철에게 당당하게 사과하고 피자가게 한 켠에서 수영을 기다리던 동철 앞에 앉았다.
“동철이 니가 소개해 준다던 책이 그 책이야? <<고민하는 힘>>...고민하면 힘이 생기나?”
약간의 웃음을 동철에게 던지며 수영이 물었다.
“수영이 너도 방금 고민을 하면서 왔잖아.”
“그렇긴하지..이상하게 요즘들어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어”
수영은 지난번 제니퍼솔트에 입사지원을 하면서 에세이로 작성해야했던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에 상당히 매료되어 있었다. 비록 입사지원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그 질문이 계속 수영의 머릿속을 멤돌고 있었던 것이다.
“수영이 너도 이 책 읽어봤지? 넌 어떤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아?”
“음..아무래도 난 요즘 연애에 관심이 있다보니, 연애 관련된 부분이 기억나. ‘왜 연인이 필요한가요?’라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행복해지고 싶어서’라는 대답을 한다고 하더라. 뭐,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고..나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고..그런데, 내가 타자에 의해 행복해진다는 것은 작가의 말대로 그 타자가 없어졌을 경우에는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 하더라고..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라는 생각이 아니라 나로인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하면 좋겠다는 생각..그리고 좀더 본연으로 돌아가서 내가 나를 먼저 사랑해야 타자도 사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자기애를 말하는 거야? 수영이 너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자기애?”
“응. 동철이 니 말대로 내가 나의 내면에 집중해서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궁극으로 타자를 사랑하는데는 한계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마치 자존감이 있어야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듯이..”
“난 2가지 주제가 마음에 와 닿았어. ‘믿는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을까?’와 ‘왜 죽어서는 안되는 것일까?’가 바로 그것이야.”
“믿음이라는 단어는 종교와도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성당에 다시는 것처럼..”
“수영이 니 말도 어느 정도는 저자가 언급하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어. ‘믿는 사람은 구원을 받는다’라는 말에 대해 고민하게 해주더라고.. 그 믿음은 과연 어떤 것을 믿을지에 대한 목표점을 찾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누구는 신을 믿고, 누구는 어떤 신념을 믿고..그런데 난 이런 생각이 들더라. 믿을 존재나 이념을 빨리 설정해버리고 믿어버리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고...다만, 무엇을 믿어야할지 몰라 방황하며 찾는 그 과정에서 깊게 생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영역일 것이라는...마치 그 과정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는 것처럼..”
“그럼, 죽음에 대한 내용에서 동철이 너는 무엇을 느꼈어?”
“저자의 생각과 비슷했던 것 같아. 우리가 매일 하루를 반복적으로 살지만, 어제는 오늘과 다른 하루거든, 그런데 요즘은 사회적으로 ‘빠름’이라는 문화가 팽배해 있다보니 하루의 소중함을 느끼기 힘들지. 수영이 너는 그래도 매일 일기를 쓰니까 조금이라도 하루의 소중함은 느끼겠다.”
“음..그렇긴하지..매일 일기를 쓰다보면 반복되는 느낌이 들다가도 24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지..그리고 현재 오성기업 회장님이 중환자실에서 3년 가까이 입원해 있는 걸 놓고 봐도 결국 인간에겐 ‘한정된 시간’이 주어져 있다는 점도 자각하게 되고..”
“수영이 니 말에 공감해. 저자의 말대로 정말 자신이 오늘 하루 숨쉬며 살아있다는 것을 진심으로 감사하고 살아있음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 나도 고민하게 되었어..”
“저자는 인간의 삶을 제대로 통찰하는 이야기를 하더라. 우리가 외면의 힘으로 생각하는 ‘지위, 학벌, 외모, 재산’은 인간이 최종적으로 살아갈 힘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지. 그런 외면의 힘보다는 ‘내면의 힘’ 즉, 나 자신의 내면에 깃드는 충족감과 삶의 의미를 느끼는 것...바로 그것이 한 인간이 삶을 사는데 매우 큰 힘을 준다고 저자는 말하더라. 난 이 말에 매우 격하게 공감했어”
동철은 수영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면의 힘..그리고 외면의 힘..결국 인간은 이 둘 중 어느 힘으로 자신을 가꿀지 결정해야하는 것이겠구나. 그래서 저자는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사색해서 각자의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나갈지에 대해 해답을 모색해보라고 이야기했던 것 같아..고민하는 그 과정 자체가 이미 해답을 얻어버렸을 수도 있는 것처럼..”
“동철이 니 말대로 답을 찾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답에 이르기 위한 분투가 중요하다는 말인 것 같네.”
수영의 말을 듣다가 동철은 잠시 잊혀졌던 기억을 떠올렸다.
“아! 맞다. 이 책!.. 내가 잠시 지각인생을 살던 그 힘겨운 시간에 <<고민하는 힘>>이라는 책을 사들고 이 저자의 강연회에 갔었어. 저자는 강연이 끝나고 사인회를 하기로 했는데, 예정된 강연시간을 넘기는 바람에 사인회를 못하고 강연이 마무리 됐거든? 그런데 이게 우연인지 필연인지..강연을 마치고 가운데 통로로 나가던 저자가 내가 있던 테이블 위에 있는 책을 보더니 내게 다가와 사인을 해주고 악수를 청했어. 그날부터 그 책을 천천히 숙독했었지.”
[Fiction_이 글은 소설입니다_This is a fiction]
책정보
제목: 고민하는 힘
원제: 腦む力 (고민력)
지은이: 강상중
옮긴이: 이경덕
펴낸곳: 사계절
출 간: 2009년03월24일
행복에 대한 얘기네요.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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