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는 오랜만에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공원의 한 벤치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 봤다. 그냥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지난 긴 시간의 군생활을 뛰어넘는 이루 말하지 못할 기운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어렴풋하게나마 일병5개월 차에 이별하게된 지현의 모습이 하늘의 구름 한켠에서 보이는 듯했다.
조용했던 공원에서 얼핏보아도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과 여성의 목소리가 현수의 귀에 들어왔다. 현수는 조심히 눈을 들어 두 사람을 응시했다. 따사로운 햇살아래서 연인은 망부석(望夫石)을 바라보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여자가 저 정도는 되야지 않겠어? 사랑하는 한 남자를 향한 마음이 저 정도는 돼야지”
현수는 가벼운 농담처럼 들리는 남자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기가 힘들었다. 남자의 말에 담긴 의미가 상대방 여자에게 어떻게 들릴지 잠시 생각해봤으나 쉽게 답을 찾기 힘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만큼 빠른 시간에 50대 중년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그 연인 옆에 서 있는 걸 현수는 발견했다.
덥수룩한 수염을 잘 다듬은 중년의 남성은 연인의 옆에 다가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남자의 귀를 향해 이야기했다.
“남자가 여자에게 얼마나 잘했으면 여자가 저렇게까지 기다릴까요?”
현수는 그 말을 듣는 동시에 무엇이라 말할 수 없는 느낌을 받았다.
남자은 그 말에 눈을 제대로 올려뜨지 못하고 황급히 여자의 손을 잡고 그 자리를 떠났다.
중년의 남성은 망부석을 잠시 응시하더니 갑자기 현수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현수 앞에 서더니 입을 열었다.
“당신은 어떤가요? 당신을 저 정도로 기다려줄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한 적이 있습니까?”
중년의 남성은 현수에게 이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Fiction_이 글은 소설입니다_This is a fi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