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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뼈저리게 깨달은 점
소위 사람들이 명작이라고 일컫는 책은 유명하고 인정받는
출판사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문득 보게 되어서 전에 읽었지만
다시 한번 읽어볼까 생각이 들었는데
저번에는 민음사 것으로 제대로 읽어서 다행이었지
표지가 예뻐서 그냥 빌려왔는데 처음 이걸로 위대한 개츠비를
접하는 거였으면 화날 뻔했다.
띄어쓰기도 제대로 안 되어있고 단어도 빠져있고 오타도 많고 엉망
읽으시려는 분들은 차라리
민음사나 문학동네 이런 곳에서 번역된 것을 읽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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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개츠비를 처음 읽고 난 후의 기억은 데이지는 정말 내가 그동안
책을 읽으면서 만났던 여자 주인공 중 손에 꼽히게 어마어마하게
나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그 생각밖에는 안 들었었다.
왜냐하면 그때는 어렸고 지독한 첫사랑을 앓고 났던 후라
내 눈에 사랑밖에는 안 보였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다시 나이를 좀 더 먹고 다시 읽어보니
물론 데이지는 여전히 나에게는 손에 꼽히는 어마 무시한
여자 주인공이었지만 이제는 그것만 보이기보다는
개츠비라는 사람의 위대함 그리고 그 당시의 시대 분위기
그리고 인간관계의 허무함과 씁쓸함,
여러 가지가 눈에 다시 들어오게 되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 또 읽게 되면 또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오려나?
솔직히 글을 써 내려간 느낌은 좀 별로인데 이 책이 담고자 하는 것이
그 시대상을 잘 담고 있고 인간의 삶의 씁쓸함의 모습을 너무 적나라하게
잘 담고 있어서 그 부분이 좋게 평가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물론 글의 문체가 얼마나 좋은지 여부는 원어로 읽지 않고
두 번 다 번역본으로 보기만 해서 감히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민음사의 책을 읽었을 때도 특별히 그런 느낌은 받지 못했기에
담고자 하는 내용과 보여주려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깊게 남은 것이라는 생각을 해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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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엄청나게 복잡한 내용의 책은 아니다.
시작은 서술자인 닉이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간단하게 언급하며
그 당시 시대상을 보여준다.
이스트 에그와 웨스트 에그의 차이도 여기서 보인다. 이스트 에그는
여자 주인공 데이지와 그녀의 남편 톰이 살고 있는 곳으로
그곳은 태생부터 부자인 사람들 흔히 말해서 금수저, 예전으로 따지면
귀족 가문 이런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고
웨스트 에그는 개츠비처럼 대는 깊지 않고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들이
거주하는 동네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사실 이 부분에서부터 데이지와 개츠비는 가는 길이 달랐다는 것을
잘 보여준 것 같다. 데이지는 그런 부와 명예들에 어렸을 때부터 노출되었고
뿌리 깊게 박혀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떠나서는 살 수 없고 당연히 본인과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그런 것들을 가지고 태어난 남편 톰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본능. 사람은 본디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고 자신이 주로 오래
노출되었던 것을 다시 찾아가게 되니까 말이다.
그러나 데이지의 남편 톰은 차 정비공의 아내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고
데이지도 그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중간중간 톰은 여자를 때리는
폭력적인 남자라는 모습도 보여주곤 한다. 이때 초입부 읽을 때만 해도
안돼 데이지 도망쳐... 이렇게 데이지도 안쓰럽게 생각했었지..
수많은 근거 없는 소문에 휩싸여 사는 개츠비의 저택에는 파티로 인해
사람들이 자주 북적북적하는 모습들.
그리고 개츠비의 옆집에 사는 닉만이 정식으로 개츠비의 파티에 초대되는
모습들. 그러면서 두 사람이 친해지고 닉이 데이지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개츠비와 만나게 해주는 모습들이 보인다.
원래 무척 가난한 집안에 살았던 개츠비는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집에서 나오게 되고 개츠비와 데이지는 개츠비가 군대에 있을 때
잠깐 만났던 것이고 개츠비가 연락이 잘 닿지 않자
데이지가 좌절하고 톰과 결혼하게 되었던 것. 그러나 개츠비는 데이지와
함께 하기 위해 금주법이 존재했던 그 당시에 몰래 술을 불법으로 팔면서
돈을 모았고 그 의외에도 다수의 불법적인 일들을 하며 데이지와 함께
하기 위해 지금의 자신의 저택도 사고 여러모로 데이지가
좋아할 만한 것들로 가득 채워놓았던 것.
(그냥 간략히. 더 자세한 내용은 책 읽는 재미를 위해서 생략합니다.)
그렇게 데이지와 개츠비는 틈틈이 다시 만나게 되고
결국에는 톰과도 대면하는 일이 생긴다.
개츠비는 닉, 조던 (닉과 잠시 잘 될 뻔한 인물), 톰, 데이지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데이지에게 톰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해달라고 하지만 결국 데이지는 그렇게 하지 못하게 되고
개츠비는 아마 이 순간 이미 깨닫지 않았을까 싶다.
자신은 결국 그렇게 데이지를 위해 돈을 모으고 부자가 되었지만
이미 처음 태어날 때부터 생긴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는 그런 절망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데이지와 개츠비가 먼저 차를 몰고 나가버리게 되는데
두 사람은 돌아가는 길에 정비공의 아내이자 톰의 정부인 여인을
차로 치게 되고 그 여인은 바로 즉사한다.
사실은 데이지가 운전했지만 개츠비는 자신이 운전한 것으로 하기로 하고
톰은 그것이 개츠비의 차라는 것을 이용해서 정비공에게
사실 아내와 바람을 피운 것도 개츠비이며
죽인 것도 개츠비라고 얘기를 한다.
데이지가 자신과 함께해 주리라는 전화를 기다리던 개츠비는
정비공에의 총에 맞아 죽게 되고 정비공도 자살한다.
닉은 장례식 내내 개츠비의 옆을 지키고 많은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는데
결국 개츠비를 찾아오는 것은 개츠비의 아버지뿐.
톰과 데이지도 아무 말도 안 하고 어딘가로 이사해버리고
파티를 꽉 채우며 즐기고 개츠비 험담을 하던 사람들
그리고 사업상 파트너들도 아무도 그의 장례식에 찾아오지 않는다.
기자들과 경찰들만 가득할 뿐.
개츠비의 아버지는 닉에게 개츠비가 어렸을 때 적어놓은 계획표를
보여주며 개츠비가 얼마나 야망과 꿈이 큰
인물이었는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던 인물이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닉이 스스로가 세상에 느낀 여러 가지 염증들을
언급하며 책은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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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간단하게 대략적인 줄거리만 담은 것이기에
책을 직접 읽어보시기를 추천한다.
책을 읽으면 정말 사람들의 무심함과 가증스러움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개츠비의 파티는 실컷 즐기면서
온갖 험담과 억측을 늘어놓는 사람들.
불법적인 사업에 함께하는 것이 필요해서 온갖 도움을
다 받아놓고 이제 와서 얽히기 싫으니 손을 떼는 사람들.
달콤한 말로 평생을 함께할 것처럼 얘기해놓고 남편에게 다시
돌아가버리며 장례식에도 오지 않는 데이지
물론 바람은 나쁜 것이지만 차라리
여지를 주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장례식에라도 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것도 본인이 차로
사람을 쳐서 죽게 만들어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데 말이다.
사실 데이지의 행동이 물론 좋게 말하면 현명하고 똑똑한 것이긴
했을 것이다. 데이지라는 인물은 너무나 속물적이고 현실적이니까.
그러나 그래서 그만큼 개츠비의 사랑이 위대해 보이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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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6-167.
데이지가 갑자기 팔짱을 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방금 한 말에만 푹 빠져 있었다. 아마도 그 불빛의 심오한 의미가 지금은 영원히 사라졌다고 여기는지도 모르겠다. 자신과 데이지를 갈라놓았던 광대한 거리에 비하면 그 불빛은 거의 데이지를 만지고 있다고 느낄 만큼 가까웠을 것이다. 달 가까이 있는 별처럼 말이다. 이제 그 불빛은 다시 부두에서 반짝이는 초록색 불빛으로 돌아와 있었다. 찬탄의 대상 하나가 줄어든 셈이다.
- 개츠비가 그 저택으로 이사 온 이유는 강 건너 맞은편에 데이지가 사는 곳이 보이기 때문이었다. 데이지가 사는 곳 멀리서 보이는 그 초록색 불빛을 개츠비는 항상 지켜보고 있었던 것. 데이지가 지금 이제 다시 자신의 곁에 있기 때문에 그 초록색 불빛이 자신에게 왔다고 믿겠지만 불빛이라는 자체가 우리가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이니 데이지는 개츠비가 이미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이 아니었을까.
p173.
무엇보다 뜨거운 열정으로 꿈틀대는 데이지 특유의 목소리는 그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아무리 오래 꿈꾸어도 질리지 않는 그 목소리는 영원히 죽지 않을 노래였다.
- 데이지의 목소리에 대해서 언급하는 부분이 꽤 나온다. 무척 매력적인 목소리인가 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기억에 선명하게 없는 것일지 모르겠으나 데이지의 외모에 대해서 언급하는 부분은 없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희한하다. 그러나 목소리를 언급하는 부분은 여러 번 봤다.
p212.
"넌 엄마한테 꿈이야. 작고 예쁜 꿈."
"응, 엄마."
아이는 조용히 동의했다.
- 데이지의 딸에 대해서 나오는 부분도 적다. 작가는 그런 것들은 뒤로 미뤄놓고 싶었던 것이었을 듯싶다. 가정의 불화를 가져온 사랑의 소재로 놓기보다는 그 시대상을 더 보여주고 그 안에서 무참히 부서져간 개츠비의 꿈과 사랑과 사람들의 탐욕적인 면모를 더 부각시키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딸이 언급되는 부분도 두 부분 정도였는데. 이미 딸이 자신의 꿈이라고 언급한 부분에서 데이지는 개츠비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꾸준히 암시하고 있다.
p278.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는 언제나 어떤 결단을 요구하는 외침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자기 인생이 당장 그럴듯한 모습이 되어주길 바랐다. 결정은 다른 무언가가 내려주어야 했다 사랑, 돈, 혹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현실적인 것들이어야 했고 그것들은 모두 손만 뻗으면 되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
- 이것도 개츠비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부분. 이 부분 다음에 톰에 대해 바로 언급하는 부분이 나온다. 데이지가 이런 마음과 이런 상황에 처해있던 상황에서 톰이 나타났고 저것들을 자신에게 평생 줄 수 없는 개츠비보다는 톰을 선택한 것. 물론 개츠비는 사랑, 돈은 줄 수 있었지만 자기 인생을 그럴듯한 모습으로 만들어주기가 어렵고 의문의 여지가 없는 현실적인 것들을 온전히 제공해 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든 것 아니었을까. 명예라든지 존경이라든지 사회적 지위라든지 그런 것들 말이다.
p283.
"그 인간들은 다 썩어 빠졌어."
내 고함이 잔디밭을 건너갔다.
"너는 그 빌어먹을 인간들을 다 합친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사람이야."
- 닉이 개츠비에게 해준 말. 그리고 닉이 개츠비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를 가장 직설적으로 해준 말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개츠비에 대해서도 가장 뚜렷하게 말해 준 한 줄이 아닐까 싶다.
p296.
개츠비 자신도 전화가 올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화 따위 오든 말든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을 거라고 짐작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그는 그 옛날의 안온한 세계를 잃었고, 너무 오랫동안 단 하나의 꿈을 갖고 살았던 인생에 대해 비싼 값을 치렀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의미다.
- 데이지의 전화를 기다리다가 윌슨(정비공)의 총에 맞에 죽게 된 개츠비. 개츠비도 말은 데이지가 전화를 해주겠지라고 했으나 결국 그것은 닉에게 묻던 말이었다. 본인도 확신이 없었으며 닉에게 그렇다고 말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말이었기에. 마음이 아팠다.
p329.
그들, 톰과 데이지는 경박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모든 사물과 인간을 망가뜨려 놓고서 돈이나 엄청난 경박함, 그들을 한데 묶어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그 뒤로 숨었다. 그러고 나면 다른 사람이 그들이 만든 지저분한 쓰레기를 말끔하게 치우도록 만드는 그런 족속들이었다.
- 닉이 개츠비가 죽은 이후 톰과 데이지를 보며 언급한 부분이다. 책 초반에는 저렇게까지 표현하지는 않았으니 닉이 얼마나 경멸감이 생겼는지 알 수 있다.
p332-333.
그곳에 앉아 그 옛날의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다가, 집 잔교 끝에서 빛나는 개츠비가 데이지네 초록 불빛을 처음 발견했을 때 느꼈을 경이감을 생각했다. 그는 참으로 먼 길을 돌아 이 푸른 잔디밭에 이르렀다. 이제 그의 꿈은 손만 뻗으면 닿는 곳에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꿈이 어느새 그의 등 뒤로 지나쳐 버린 것을 알지 못했다. 뉴욕 너머의 광대한 불확실성 너머, 밤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미국의 어두운 들판 위로 영원히 사라져 버렸음을.
- 책의 정말 마지막 페이지에서 언급되는 부분. 사랑하는 한 여자를 위해 온 힘을 다해서 살아왔으나 결국 아무것도 갖지 못하고 사랑하는 그 여자를 지키며 떠난 쓸쓸한 개츠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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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츠비는 행복했을까. 데이지를 처음 만나고 데이지와 헤어져서
다시 데이지를 만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온갖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고
멀리 맞은편에 있는 데이지의 집을 바라만 보다가 결국 다시 만나게 되고
다시 가졌다 생각했지만 사실 처음부터 가지지 못했던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고 버림받고 죽음을 맞이하는 생 중에
개츠비는 얼마나 되는 기간 정도가 행복했을까?
어쩌면 개츠비 정도의 순수함과 열정을 지닌 사람이라면 그 모든
순간순간이 벅차고 행복하지 않았을까 싶기는 하지만
잘 모르겠다. 분명 데이지가 자신을 선택하지 않을 것을 아는 순간에도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기다리고 있던
것을 보면 인생에 틈틈이 찾아왔을 힘들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데이지를 떠올리며 행복했을까. 모르겠다 어렵다.
도대체 얼마나 사람을 사랑해야 저것이 가능한 것인지. 어렵다
이 부분은 처음에 책을 읽었을 때나 이번에 다시 읽었을 때나
변함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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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도 얼른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