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그림 관련 책들을 읽어 왔지만, 감히 '무서운'이라는 형용사를 상상해 본 적은 없다. 왠지 그림이라고 하면 나를 위로해 주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무서운 그림이라는 표현은 어딘지 어색하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책은 당당히 그 이름에 '무서운'이라는 형용사를 더했다. 제목도 심플하게 <무서운 그림들>이다. 지금부터 책을 통해 무서운 그림들을 보여줄 것이라 선전포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어색했지만, 그 당당한 포부에 호기심이 잃었다. 그리고 여름이기도 하니까! 무서운 것에 끌리는 마음은 자연스러우리라.
저자 이원율 작가는 헤럴드경제의 기자이자, 미술 스토리텔러의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작품에 매료된 후 미술에 관련된 글을 쓰겠노라 다짐했다고 한다. 그 다짐의 대표작은 유명 미술 칼럼 '후암동 미술관'이다. 헤럴드경제에서 무려 누적 조회수 1,600만 회 이상의 성과를 올리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미술의 조예가 깊은 저자가 소개하는 무서운 그림이라니, 기대감이 더 증폭되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우리는 이 책이 미술을 다루는 예술서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공포 특집이나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은 화가의 작품이고, 작품에는 제각기 사연이 담겨있다.
전반적으로 아름답지만, 묘하게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가 섬뜩함을 더한다. 존 콜리어의 <릴리트>를 처음 보았을 때 들었던 감상이다. 계속 눈길이 가지만 다가서고 싶지 않은 느낌. 자신이 인물에 느낀 감정을 캔버스에 고스란히 옮겨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무서운 그림들>에 등장하는 그림들은 대개 이런 식이다. 이런 식으로 가까이서 보면 무언가 섬뜩한 그림들의 뒷배경을 설명하며 그림의 역사 및 화가의 삶을 설명한다. 심지어 어떤 그림은 그림 자체보다 역사적으로 무서운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경우도 있다. 오히려 그런 그림에서 저자의 의도가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가 말하고 싶었던 '무서운'이란, 그림 전반에 걸친 의미였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는 큰 그림에서 책 <무서운 그림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여느 미술 소재의 예술서처럼, 그림과 얽힌 스토리를 소개하는 책이었다. 다만 그 콘셉트를 독자의 구미가 당기도록 훌륭하게 설정한 것 같다. 흔한 이름보다는 확실히 강렬하고 오래 생각이 날 것 같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더 재밌는 독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번 여름, 교양과 흥미를 동시에 잡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