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사토리얼리스트 맨

in book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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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거리를 걷다 보면, 더 이상 패션이 여성들의 전유물이 아님을 여실히 깨닫는다. 너무나도 다양한, 자신만의 개성을 한껏 뽐내는 남성들을 보면 절로 시선이 옮겨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옷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으로서, 패션이라는 단어는 나에게도 꽤 중요한 단어가 아닐 수 없다. 그렇기에 궁금했다. 조금 더 솔직하게, 사실은 남성에게서 패션을 배워보고 싶었다.

​책 <사토리얼리스트 맨>의 저자 스콧 슈만은 세계적인 패션 블로그의 운영자이자, 스트리트 패션 사진의 선구자라고 한다. 어떤 인물인지 궁금해서 찾아보았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멋의 소유자였다. 자신이 사진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책 <사토리얼리스트 맨>은 그 사진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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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마치 패션 화보집 같았다. 제복부터 스트리트 룩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화려한 옷의 세계에 빠져 후루룩 사진들을 훑어보았다. 그 후 다시 처음부터 천천히 책의 내용을 따라가보았는데, 가장 재미있었고 또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패션 아이템을 다루는 페이지였다. 남성들이 자주 착용하는 아이템들이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 등을 본인의 경험을 더해 한 줄 한 줄 써 내려간 설명문을 읽고 있으면 그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우아해지는 기분이 든다. '우아해지는 기분'이라는 표현이 핵심인데, 그 이유는 책 <사토리얼리스트 맨>을 읽으며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나의 패션관이 변화하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20살 초반, 내가 가장 패션에 미쳐있었던 시기였다. 매일 고군분투하며 '오늘 뭐 입지?'를 결정했던 것 같다. 똑같은 아이템을 반복해서 입고 나가는 것을 참을 수 없었고 매일의 내가 달라 보여야 한다는 사명감에 편안함보다는 독특함을 추구했다. 그러니 불편한 아이템들은 한두 번 입고 옷장에 처박아두기 일쑤였고 심지어는 한 번 입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옷을 사기도 했었다. 당시의 나는 패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특한 개성이라고 생각했었다.

​시간이 지나며, 편안한 멋이 진정한 멋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무리 화려하고 눈길을 사로잡아도 보는 사람마저 불편하게 만드는 옷은 결코 멋있다고 할 수 없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 이후로 옷을 과소비하는 습관을 많이 버릴 수 있었다. 계속 입을 것 같은 옷, 입을 수 있는 옷을 찾았다. 그럼에도 매일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에서는 벗어날 수 없었다. 이는 지금까지 이어져, 동네에 잠깐 나가는 일을 제외하고는 항상 다른 착장을 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니 한정된 예산 안에서 나는 질보다 양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책 <사토리얼리스트 맨> 중 다음의 문장이 있었다 :
돈이 없어서 제일 좋은 것으로 삽니다.

나는 이 문장이 퍽- 가슴에 꽂혔는데, 돈이 없어서 싼 것을 산다는 나의 신조와 정 반대의 문장이었기 때문이다. 돈이 없어서 가장 좋은 것을 산다니..., 그제야 책에서 아이템만큼이나 강조했던 것이 떠올랐다. 바로 '소재'였다.

​좋은 옷을 사는 과정은 단순히 좋은 아이템을 덥석 고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나에게 꼭 맞는 핏을 찾기 위한 수선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소재 또한 패션의 주요 요소라는 것을 간과하지 않는 것. 그간 나의 구매 행태를 돌아보았을 때, 결코 고려하지 않았던 영역들임에 틀림없었다. 그저 옷 자체의 독특함에만 초점을 두었지, 그 옷이 어떠한 기장과 핏으로 나와 매치될지, 옷의 소재가 어떤지 등에 대해서는 크게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내 방 옷장 속의 옷들을 떠올려 보았다. 딱히 좋은 소재가 없었다.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패셔너블하다는 느낌은 이 같은 디테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똑같은 흰 티셔츠를 입어도 누구는 후줄근하고 누구는 멋이 넘치는 이유는 자신에게 잘 맞는 핏과 훌륭한 소재의 차이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옷장 속 옷을 전부 버려버리고 싶은 욕망을 애써 누르며 이후 옷을 살 때면,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직접 가서 입고 만져보며, 나에게 맞는 옷을 사는 기쁨을 느껴보고 싶어졌다. 단 한 벌의 옷이라도 찰떡같은 한 벌이라면, 매일 그 옷을 입는다 해도 패셔너블할 수 있다는 진리를, 책 <사토리얼리스트 맨>을 통해 배운 것이다.

아트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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