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달의 뒷면을 걷다>는 1980년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대한민국의 '순정만화 붐'을 이끈 순정만화계의 거목 3인과 2024년을 살아가는 현대의 SF 장르 소설가들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탄생하였다.
소설이 근간으로 두고 있는 순정만화는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로, 1999년에 첫 연재를 시작하였지만 출판의 좌충우돌과 더불어 작가의 투병으로 인해 완결을 맺지 못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타의 순정만화들과 달리,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F적 요소가 가미되어 당시 큰 호응을 얻은 작품이었다.
이 같은 신선한 시도와 그에 따른 인기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당시 순정만화는 고정관념이 강한 장르였다. 세상 물정 모르는 여자아이들의 판타지 정도로 치부되곤 했다. 책 <달의 뒷면을 걷다>의 저자이자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의 오랜 팬이었던 전혜진 작가 역시 순정만화가 처한 현실을 통감하였다.
작품성에 비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순정만화의 위상을 알리고자, 직접 순정만화를 매개로 한 소설을 기획하고 집필하게 되었다는 저자. 소설을 읽기 전, 소설의 배경지식을 얻고자 찾아본 저자의 인터뷰를 읽으며 독자로서의 마음을 다잡았다.
책 <달의 뒷면을 걷다>의 출간 배경이 이리도 숭고할 줄이야. 어쩌면 나도 비슷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순정만화는 뻔한 장르라는 편견을. 반성의 시간을 건너 진지한 마음으로 책장을 펼친다. 작가의 진심을 어서 빨리, 온전히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