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Review#2] 한동일의 <라틴어 수업> 라틴어의 옷을 입은 자기 계발서

in bookreview •  7 years ago  (edited)

 

한동일의 <라틴어 수업> 라틴어의 옷을 입은 자기 계발서


 단어의 어원을 파악하면 그 단어의 함축적 의미를 명료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편견`이라는 뜻을 가진 Prejudice는 Pre(먼저) + jud는 judge에서(판단) + ice는 vice에서(악)으로 구성된다. 즉  '먼저 판단하는 것은 악'이라는 의미가 성립되어 편견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듯, 단어를 해체시켜 보면 별생각 없이 사용하고 있는 단어들의 그 본래 목적과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단어의 해부학적 시선은 지혜를 던져주기도 하고 단어 본래의 모습과 마주함으로써 큰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영어의 어원은 고대 로마 시대의 라틴어로 이루어진 것이 많다. 지금은 라틴어를 표준말로 사용하고 있는 나라는 없지만, 여전히 많은 곳에서는 라틴어로 쓰인 책을 읽고 공부하며 목적에 맞게끔 사용되고 있다. 일단 라틴어는 고매한 언어다. 동사 하나의 변화만 160가지가 된다고 한다. 심지어 남성, 여성, 중성까지 각각의 표현이 있고, 각 단어에 맞는 수많은 파생 단어들이 있다. 그래서 보통 사람이라면 공부할 엄두조차 못내는 것이 라틴어다. 국내에서 배울 곳도 마땅치 않고 외워야 할 것도 방대하기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한 가지 단어가 수많은 상황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여 쓰였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은 로마가 다양한 상황을 충분히 배려할 줄 아는 문화적 시선의 높이에 근거한다. 그들이 사용한 라틴어에 고스란히 녹아있었음은 명징하다. 결국 다름을 인정할 줄 알았고 그것을 존중한 것이다. 언어는 문화의 틀이자 한 국가가 가지고 있는 사고방식을 대표한다. 라틴어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은 역사 속 로마가 보여준 모습과 일치한다. 그래서일까? 고매한 라틴어를 표준어로 사용한 로마 제국은 다른 유럽 국가를 정복함에도 그들을 굴종시키고 강제하며 핍박하지 않았다. 정치는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정복당한 나라의 주민들도 참여가 가능했다. 실제로는 로마가 자신들을 점령했다는 사실조차 잘 몰랐다고 한다. 로마 역시 기술과 정치, 제도를 적극적으로 전파했으며 서로를 존중했다. 이것은 수평성을 전제로 하는 그레코로만 합리주의로 남아있다.

한동일의 <라틴어 수업>은 라틴어 공부를 위한 책이 아니다. 풍요로운 삶을 위한 지침서다. 저자의 경험과 생각, 따스한 말들이 책 곳곳에 펼쳐져 있다. "학문을 한다는 것은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앎의 창으로 인간과 삶을 바라보며 좀 더 나은 관점과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라는 저자의 이야기처럼, 한 나라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말하고 듣고 쓰기 위한 일차원적 행위가 아님을 주의해야 한다. 그것은 삶을 다양한 관점으로 조망하고 인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요구한다. 라틴어는 그저 훌륭한 요리를 위한 좋은 재료에 불과할 뿐이다.

이 책은 서강대학교 라틴어 수업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교실 밖으로 뛰쳐나오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텍스트의 한계는 분명해 보인다. 거칠게 포현하면 라틴어의 옷을 입은 자기 계발서라고 표현하면 무례한 것일까? 자기 계발서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적 한계성을 극복하지 못했다. 로마와 라틴어에 대한 내용을 조금 더 단단하고 넓은 스펙트럼으로 다듬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라틴어의 본고장 고대 로마는 기독교가 국교로 채택되기 전과 후로 극명하게 나뉜다. 로마와 기독교 사상은 본질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시선의 해체가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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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얼마전 이책 읽었습니다!

네 저는 라틴어에 좀 낚여서 다 읽고 나니 좀 허무하더라고요 ^^

그러셨군요ㅋㅋㅋ 전 원래 알고 읽어서...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