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The Course of Love
- 알랭 드 보통 Alain de Botton
1부 낭만주의
사랑에 빠지고, 청혼을 하다.
그는 그녀를 꼭 끌어안는다. 둘 다 말이 없다. 서로를 안 지 6개월이 조금 넘었다.
지금 이 말을 꺼낼 계획은 아니었다.
하지만 … 그는 커스틴을 똑바로 쳐다보며 단도직입적으로,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그와 결혼해주겠냐고 묻는다.
언제라도 그녀가 준비되었다고 느낄 때, 굳이 소란을 떨 필요도 없이
그녀의 어머니와 몇몇 친구들만 초대해 조촐한 결혼식을 해도 좋으며,
물론 그녀가 원한다면 더 크게 식을 올릴 수도 있다고 덧붙인다.
중요한 것은 그가 어떤 조건도 바람도 없이 그녀를 사랑하고,
이제까지 그 무엇보다도 평생 그녀와 함께하기를 더 간절히 원한다는 것이다.
그에겐 이론적 근거 대신에 감정이, 충분한 느낌들이 있다.
그는 그녀의 시원한 이마와
윗입술이 항상 아랫입술보다 살짝 튀어나와있는 모습에
그녀와 절대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결혼에 대한 그의 확신을 떠받치는 진지한 생각은 사실상 전무하다.
역사 기록이 시작된 이후 대부분의 기간 동안 사람들은 논리적 이유로 결혼을 했다.
신부의 토지가 신랑의 토지와 붙어 있거나, 신랑의 가족이 번성하는 농가이거나,
신부의 아버지가 읍의 치안판사이거나, 지켜야 할 성이 있거나,
양가 부모 다 동일한 성서 해석을 따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토록 합리적인 결혼 제도에서
외로움, 강간, 간통, 폭력, 가혹함 등의 문밖으로 새어 나오는 비명이 생겨났다.
합리적 결혼은 어떤 진실한 관점에서도 전혀 합리적이지 않았으며,
편협하고, 속물적이고, 착취적이고 모욕적이었다.
이를 대체한 감정에 의거한 결혼이 그 존재 이유를 설명할 필요성을 면제받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결혼을 절실히 바라고,
본능에 압도되어 서로에게 빠져들고, 결혼이 옮음을 가슴으로 아느냐다.
현대는 '합리성', 그 불행의 촉매이자 회계적 요구에 물린 듯하다.
더 나아가 결혼이 경솔해 보일수록(예를 들어 만난 지 6주 만에, 둘 다 10대를 갓 넘겼을 때)
사실은 더 안전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외관상의 '무모함'이 과거의 이른바 현명한 결합이 유발했던 그 모든 오류와 비극의 평형추로 간주되는 것이다.
본능의 명성은 수 세기에 걸친 비합리적인 '합리성'에 반하여 나타난 집단 트라우마 반응의 유산이다.
만일 결혼이 실패한다면 그들의 인생은 함께 파멸할 것이다.
결혼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고, 동거만 하는것이 훨씬 안전하다고 암시하는 목소리들이 실용적인 관점에서는 옳다고 라비도 수긍하지만,
거기에는 위험의 정서적 호소력, 즉 줄거리에서 단 몇 번만 틀어져도 공멸을 피할 수 없는 경험 속으로 연인과 함께 뛰어드는 매력이 없다.
라비는 사랑의 이름으로 기꺼이 파멸도 하겠다는 자신의 태도를 헌신의 증거로 간주한다.
결혼했다는 것은 조심성, 보수적 경향, 소심함과 연관 지을 수 있지만,
결혼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더 무모하고 그래서 호소력이 더 큰 낭만적 제안이다.
사실 합리적이라 여겼던 결혼도, 낭만적 감정에 근거한 결혼도
두 사람이 함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다들 어렵다고 말하는 결혼의 첫 시작에
이 정도의 낭만조차 없다면, 정말 서로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사람이 아니면 안되겠다는 마음이 너무 커서
혹시 나중에 있을 불화에도
양심상 후회는 못할 것 같다는 무모한 생각이라도 들어야 가능하지 않을까요 ㅎㅎ
아직 해보지 않은, 책으로 배우는 결혼이라
스팀잇에 계신 많은 선배님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네요 :)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두번째 이야기는, 낭만적 의미의 청혼이 아닌 조금 다른 의미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0 : The Course of Love 책 소개]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1 : 청혼의 낭만]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2 : 청혼의 또 다른 얼굴]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3 : 결혼 후, 별것 아닌 일들!? (feat.토라짐)]
저도 아직 결혼을 안 해봐서 해드릴 이야기가 없...... 갑자기 어느 영화인지 드라마에서 한 여자의 대사가 기억나네요. 자기는 좋아하는 사람이랑은 결혼 안 할 거라고, 떨려서 한 집에서 어떻게 사냐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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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재밌는 대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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