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The Course of Love
- 알랭 드 보통 Alain de Botton
3부 아이들
1. 사랑의 가르침
아이들은 나이가 몇 배나 많은 사람들에게 예상치 못한 선생이 되어
ㅡ그들의 철저한 의존성, 자기중심주의, 연약함을 통해ㅡ 완전히 다른 종류의 사랑에 대한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한다.
이 사랑은 상호 호혜를 강렬히 원하지도 성급하게 후회하지도 않고,
타인을 위해 자아를 초월하는 것만을 진정한 목표로 한다.
아이들은 가장 순수한 형태의 사랑은 봉사라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친다.
우리는 타인이 우리에게 해줄 수 있는 것, 우리를 즐겁게 해주고 매혹하고 위로해주는 능력에 대한 보답으로 타인을 사랑하는 데에 익숙하다.
그러나 아기는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아이들은 그저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가 그들을 도와줄 위치에 있기 때문에 어떤 보답도 기대하지 않고 베푸는 법을 우리에게 가르친다.
2.사랑의 한계
라비와 커스틴은 에스터(딸)와 윌리엄(아들)을 대할 때 다정함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충분한 양육이 이뤄지지 않을 때, 부모가 냉담하고 위압적이고 신뢰할 수 없고 무서울 때,
아이들에게 인생은 결코 완전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한 두명의 어른에게 끝없이, 터무니없이 중요하다는 느낌을 누려본 적이 없다면
어느 누구도 자신이 빽빽하게 얽힌 삶의 문제를 풀어나갈 만큼 강해지길 바랄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신념이다.
바로 이 때문에 그들은 모든 질문에 친절하고 세심하게 답하고, 포옹으로 하루의 마침표를 찍고, 저녁에 긴 이야기를 읽어주고, 실수를 해도 쉬이 넘어간다.
그러나 각각의 아이가 다섯 살이 되자 보다 복잡하고 골치 아픈 현실이 눈앞에 펼쳐진다.
라비와 커스틴은 다정함의 완고한 한계에 직면하고는 놀라워한다.
“아빠가 한거야. 당장 고쳐내! 아빠 잘못이야!”
윌리엄은 눈물을 쏟기 시작하더니 아빠의 정강이를 발로 차려 한다.
그러나 아이의 행동은 아버지로서의 라비에게 바치는 왜곡된 헌사이기도 하다.
사람은 누군가의 곁에서 안전한 느낌을 받을 때에야 이 정도로 괴팍해질 수 있다.
아이가 떼를 쓰려면 먼저 주변 분위기가 충분히 호의적이어야 한다.
라비는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이렇게 까탈을 부린 적이 없었지만,
동시에 아버지에게서 진심으로 사랑을 받는다고 느껴본 적도 없었다.
라비와 커스틴이 몇 년 동안 심어준 그 모든 확신ㅡ’난 항상 네 편이야.’ㅡ은 훌륭히 성공을 거뒀다.
라비와 커스틴은 아이들의 분노를 목격하면서 자신들의 자제심과 인내심이 오랜 세월에 걸쳐 알게 모르게 얼마나 발전했는지 주목할 기회를 얻는다.
다소 온화한 편인 그들의 기질은 수십 년 동안 겪은 크고 작은 실망의 유산이고,
그들의 인내하는 사고방식은 강물이 깊은 협곡을 만들 듯 그들에게 어려움을 안겨준 수많은 사건에 깎이고 다듬어진 결과다.
가끔 라비는 대단히 힘든 부모로서의 모든 노력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그러나 인생은 결코 한 세대가 다른 세대의 좁은 어깨 위에 거는 그 모든 바람에 충분히 부응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곰곰이 생각한다.
부모가 아무리 겸손하게 부인하고 남들 앞에서 자신의 야망을 낮춘다해도
아이가 있다는 것은 완벽함을 맹렬히 추구하는 일이다.
그저 또 하나의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 특출한 완벽함의 표본을 창조하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평범함은 통계상 정상임에도 결코 초기의 목표가 되지 못한다.
그리하여 아이를 성인으로 만드는 데 너무 막대한 희생이 욕되고 만다.
부모는 인생의 황금기 중 상당한 시간을 아이에게 바쳐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통찰이다.
꽤 오래 미뤄왔던 아이들에 대한 정리입니다.
제겐 결혼도 미지의 세계이지만,
더욱 미지의 세계인 육아에 대한 내용이라 참 어려웠습니다.
꽤 내용이 많았던 아이들에 대한 부분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생각이 뭘까를 고민해 오다가 겨우 정리했네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오히려 제 자신이 '아이'였을 때의 모습과
부모님의 양육 방식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되더군요 :)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0 : The Course of Love 책 소개]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1 : 청혼의 낭만]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2 : 청혼의 또 다른 얼굴]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3 : 결혼 후, 별것 아닌 일들!? (feat.토라짐)]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4 : 아이들 part 1 또 다른 사랑]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5 : 아이들 part 2 부부 vs 부모]
Great works, I wish you suc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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