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는 남자가 작업실을 열었다. 독립출판도 그림처럼 자신을 표현하는 한 방법인 것을 알게 되고는 작업실 한편에 작은 책방을 마련했다. 책을 만드는 방법을 배울 수 있고, 그냥 쉬어가거나 독립출판물을 구입할 수도 있는 공간이다. 강원도 유일의 독립서점, 물고기이발관을 찾았다.
“재미있는 상상을 담은 이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탄생했죠. 물고기가 이발관에 누워 이발하고 있는 모습 자체가 말이 안 되잖아요. 뭔가 거창한 의미를 담고 있는 건 아니고요.”
물고기이발관이 가진 뜻에 대한 책방 주인 김동길 씨의 설명이다. 그런데, 책방의 모습도 이름을 꼭 닮았다. 규모가 크지도, 거창하지도 않지만 어쩐지 재미있을 것 같은 묘한 분위기가 흐른다.
구경하고 구입하고 만들고
물고기이발관은 지난 2014년 11월, 강릉 교동택지의 한 건물 1층에 문을 열었다. 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책은 대부분 독립출판물이다. 주인장이 그림을 전공한 덕분에 그림과 연관된 독립출판물이 여럿 있고, 물고기이발관을 운영하면서 직접 출판한 그림책도 있다. 서점에서 만나 결혼까지 한 아내가 그린 일러스트를 모은 책이다. 엽서 형태의 책과 내지는 백지고 표지만 있는 책 등 독특한 형태의 독립출판물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서점 한 구석에는 김동길 씨가 직접 만든 아기 자기한 굿즈도 판매 준비를 마치고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독립출판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주인장을 통해 그 노하우를 배우는 것도 가능하다. 책방을 오픈한 후 정기적으로 독립출판 배우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것. 그 결과로 평소 자신이 쓰던 시를 책으로 엮어 낸 사람도 있고, 그림책을 펴낸 사람도 있다(그렇다. 위에서 언급한 그의 아내다). 물론 이 책들은 모두 물고기이발관에서 절찬리 판매 중이다. 정기적으로 진행하던 프로그램은 잠깐 쉬고 있지만, 배워보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언제든 주인장에게 이야기하면 된다. 또, 아직 정확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정규 프로그램 역시 곧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잠시 쉬다 갈 수 있는 책방
“그저 조용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서점입니다. 평범한 동네 책방 이지요.”
인터뷰를 하기 전, 주인장이 보내온 메일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그의 말대로 물고기이발관은, 어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조그맣고 조용한 동네서점이다. 하지만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이 있다.
특히, 그저 잠시 앉아 조용히 책을 보며 쉬어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 지역이라면 말이다. “이 동네에 카페나 밥집, 술집이 참 많아요. 하지만 책을 보며 조용히 앉아있을 곳은 많지 않죠. 카페에서 가능하지만, 매일 커피 값을 내는 것도 부담스럽잖아요. 대학과 대학원을 모두 강릉에서 다녀 이 동네에 터를 잡게 됐는데, 마음 편히 앉아서 책도 보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늘 있었어요. 서점이 바로 그런 공간이거든요.”
그래서 그는 물고기이발관이, 원하는 이라면 누구나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서점 중앙에 놓인 커다란 목재 테이블의 용도 중 하나가 그것이다. 서점 한편에 다양한 종류의 만화책을 가져다 진열해 놓은 것도 그런 의미다. 원한다면 누구나 언제든 읽고 갈 수 있도록.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데, 서점 구석에 물고기 모양의 작은 상자가 눈에 띄었다. 길냥이들이 쌀쌀한 밤, 잠시나마 몸을 누이고 쉬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집이라고 김동길 씨는 설명했다. 상자 입구에는 작은 사료 그릇과 물그릇이 놓여 있었다. “누구나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이라는 말이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주소 강릉시 교동 1898-6
전화번호 010-4243-2520
영업시간 12시~18시, 화요일과 토요일 휴무
홈페이지 blog.naver.com/donggil1984
글 김영리|사진 조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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