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관한 이야기 -정보, 저장, 생산으로서의 인쇄, 언어와 문자, 문자성, 글쓰기와 글읽기 : 열두 번째 글

in bookstory •  7 years ago 

우선 맛보기 글..

①<대소문자 구분에 의한 철자법은 거의 18C에야 자리잡는다-유럽>(16.10.6)
②<마침, 쉼, 물음, 느낌표 없는 글 13C에야 사라진다. 유럽>(16.10.5)
③<모음과 자음 구분기준은 자유, 입속의 자유. 걸리적거림 없는>(16.10.3)
④<고대 그리스는 페니키아 알파벳 쓰기법은 왜 따르지 않았을까?>(16.10.3)
⑤<초기 고대 그리스 문장, 짝수 줄의 알파벳은 물구나무를 섰다>(16.9.27)
⑥<12C까지 유럽은 묵독(默讀)하면 이상하게 쳐다봤다. 우리는?>(16.9.27)
⑦<알파벳문자만이 문명문자라고 한 자 둘. 루소와 맥루한. 이런..>
⑧<한글은 문자. 찌아찌아어는 언어. 같이 가보려 했는데>
⑨<글로는 말을 다 전하지 못하고, 말로는 뜻을 다 전하지 못한다>
⑩<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은 왜? 면죄부 대량 판매로 돈벌려고>
⑪<중국에서 유럽 전래. 종이, 화약, 나침반. 금속활자는 빼야>
⑫<한자, 표의문자는 옛 인쇄술 발전에는 불리. 독특한 에크리튀르>
⑬<먹, 벼루, 붓과는 달리 종이는 기원 후에 발명되었다. 음...>
⑭<양피지는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 수출 금지땜에 탄생했다>
⑮<진시황은 분서갱유 당시 종이책을 불태우지 않았다>

1.∼8.

가)
나)
a)∼d)

e) 로마자(라틴 문자)의 시작

로마자는 기원전 8, 7세기에 에트루리아 문자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에트루리아 문자는 그리스 문자에 기원을 두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이집트 상형문자, 고대 쐐기문자까지...

이태리의 페루자에서 지진이 난 무렵 페북 아래 글에서 에트루리아를 언급했다.
<황야설수야설(黃也說竪也說)의 작은 인문(人文) 카페(40)>(2106.8.26)
이탈리아 <페루자>의 지진에 붙여. 페루자.
-지진이 일어난 곳. 1832년, 1838년, 1854년에도 큰 지진 피해.
-바치(Baci)를 수출하는 회사(페루지나) 덕에 초콜렛으로 유명.
-에트루리아 도시국가인 12왕국 중 하나인 ‘페루시아’의 이름을 이음.
-에트루리아는 기원전 650년 경 이탈리아 반도의 가장 유력한 세력.

라틴어(Lingua Latīna)는 이탈리아 반도의 중부에 있는 고대 로마와 그 주변 지역 라티움(Latium)에 정착하여 살던 라티움 사람들이 쓰던 언어이다.
로마가 지중해를 정복하면서 라틴어는 지중해 전역과 유럽 지역의 상당 부분으로 퍼져나갔다. 오늘날 라틴어는 사어가 되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루마니아어 등 로망스어가 라틴어의 후손이다.
그 외 영어 등 다른 언어들도 라틴어에서 많은 어휘를 차용했다.

이건 로마어 즉 라틴어 얘기다.
로마자(Roman/Latin script) 얘기가 아니다.
로마어와 로마자는 엄연히 다르다.

다시 로마자(라틴 문자)로 들어가면..
오늘날 현대 알파벳의 기원은 라틴 알파벳이고,
라틴 알파벳의 기원은 그리스 알파벳이므로,
현대 알파벳의 기원을 찾기 위해서는 그리스 알파벳의 소리와 모양에 담긴 뜻을 탐색하는 것은 당연.

고대 로마 때 쓰이던 라틴 문자는 지금과 다른 점이 있었는데
예를 들면,
-J가 없고 I로 표기하다가 나중에 I를 아래로 길게 늘인 J를 발명하여 다르게 표기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JESU는 IESU(이에수, 예수)인 셈.
즉 단모음 I와 반모음 J가 구별되지 않는다.
-U를 V로 적는다. 그러니까 IESU는 IESV.
U는 AD 3세기 무렵 등장했다.
그 전에는 단모음 U와 반모음 V가 구별되지 않는다.

소문자가 없고 대문자만 있다.

로마자(라틴문자)에는 대문자가 있었다.
왜 로마자에게는 소문자가 없었나?

로마자의 소문자 도입은 기원후 800년 카롤링거 왕국때 이뤄졌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로마자는 그리스 알파벳을 도입했는데, 초기에 소문자 도입을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이건 잘못된 지적이다.
여타 다른 문자와 마찬가지로 라틴어 문자도 처음에는 돌이나 나무같이 딱딱한 재질에 기록됐고, 이런 재료들의 딱딱한 표면에 새기기 쉬운 직선을 많이 사용하는 대문자형이 먼저 발달했다.

이후 보다 부드러운 재질인 파피루스나 양피지가 기록 재료로 사용되면서 각 문자의 획수를 줄여서 빨리 쓸 수 있는 필기체로서의 소문자가 발전했다.

로마자도 소문자가 기원 전후에 발견된다.
기원후 5세기경에 하프 언셜(Half Uncial. 후술한다) 기반으로 제법 사용되었고,
기원후 800년에 그 본격적 사용 시대를 열었다고 보면 된다.

그래도 그리스와 로마 외의 유럽은 13세기까지 거의 대문자로만 글을 썼다.
그러니까 유럽에서 소문자가 완전히 정립된 것은 13세기 경이라는 말이다.

양피지나 파피루스에 펜으로 적다보면 가독성을 높이기 위하여 글씨체에 변형을 주는 수가 있는데, 그런 식으로 천천히 단계적으로 발명되었다.
그리고 유럽에서는 대소문자 구분에 따른 철자문법(綴字法, orthography)은 18세기나 되어야 정비된다.
물론 지역별로, 또 그 이전에도 특히 17세기 들어서서 이에 관한 많은 사례들이 발견되고 있으나 그래도 18세기에야 제대로 정리되고 자리 잡았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단어 사이의 띄어쓰기가 없다. 아...이거...
글자 이외의 어떤 표시가 없다. 물음표, 마침표, 느낌표, 쉼표 등이 없다.
단락 구분도 없다. 이것을 스크립티오 콘티누아(Scriptio continua)라고 한다.

이는 후술하겠지만 말(언어)로 소통하고, 책을 읽는 성독의 유습이다.
기원후 약 10세기까지도 흔한 일이었다.
13세기 되어서야 사라지기에.
그리스인들도 그랬다.

스크립티오 콘티누아 쓰기법이 ‘전통적인 우경법인지?’,
‘우회서나 좌횡서 일방으로만 가는 쓰기법인지?’.
또는 ‘섞여 있는지?’ 등과는 무관한 개념이다.

분명한 것은 글자들이 붙어 이어져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리스의 글쓰기법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다만 Scriptio continua는 이런 글쓰기를 부르는 이름이고 라틴어로 되어 있어 라틴어의 특성으로 아는게지.

그래서 스크립티오 콘티누아(Scriptio continua)라는 글쓰기법을 살펴보면

-거의 대문자로 글들이 남아 있다.
그래서 그리스 문자도 소문자가 있어도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고 얘기가 나오는 것이고,
로마자는 13세기까지도 대문자 중심의 쓰기법이 지속된 것이다.

-그리고 유럽에 묵독이 익숙해지는 시기가 12세기 정도라고 하는데,
그 이전의 성독의 시기 동안은 바로 이 글쓰기법과도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묵독의 대중화는 맞춤법을 필요로 하니, 띄어쓰기나 쉼표 등의 기호가 필요해진 것이다. 소리를 내어 읽는 성독의 시절에는 기호없이도 의미를 알아내기가 대체로 쉬웠으나, 묵독의 시절에는 어려워졌기에.

-아울러, 말을 전달하니 말의 신성이나 말의 우월한 권위를 생각하면 말에 빈틈이 없어야 하고 잡생각이 없어야 하니 당연히 글쓰기에서 글자 사이에 이물질이 들어가면 안된다는 생각이 자리잡아 왔던 것이다. 그러니 글자와 글자사이에 틈이 없는 글쓰기가 나온 것이다.

-게다가 글을 쓰기 위한 재료는 비싸다. 구하기도 어렵다. 양피지는 정말 비싸다. 그러니 비어 있는 글자 사이사이 공간은 한편으로는 낭비일 수 밖에. 코덱스(codex)의 대중화는 틈새 없는 글쓰기의 변화를 초래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틈새 없는 글쓰기는 기원후 약 13세기에 이르러 사라졌다.
무엇보다도 기독교의 언어로 라틴어가 전 유럽에 전파되고, 라틴어가 아닌 모국어 사용자들이 라틴어를 배우면서 무너지기 시작한다.

scriptio continua로 쓰인 텍스트는 단어와 단어를,
문장과 문장을 올바르게 분리해 읽을 때에만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있기 마련이다.
그리하여 중세 초기부터, 특히 구어체 라틴어의 영향이 유럽 남부 지역에 비해 극소했던 아일랜드와 영국을 중심으로 글의 가독성을 높이고 해석을 쉽게 하게 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들이 시도됐다.

또한 좀 더 넓은 시대 변수를 살펴보면,
당시의 정치적 상황이나 경제적 상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언어(말)의 권위의 약화, 십자군 전쟁과 카톨릭 권위의 약화, 코덱스(codex)와 금속활자 인쇄본의 대량 보급, 묵독의 대중화, 필기 도구의 발전, 근대의 여명....

이 모든 일들이 스크립티오 콘티누아(Scriptio continua)라는 글쓰기법의 점차적인 소멸에 기여하게 된 것이다.

....to be continued

목차

  1. 정보의 저장고
    가) DNA
    나) 대뇌피질
    다) 문자, 책, 도서관
  2. 뭘 더 알아볼 것인가? (이번 글)
  3. 정보의 저장 방법 - 소리 전달 이후의 글쓰기
    가) 어디에다 글을 썼을까?
    나) 책(冊, book)이란 낱말은 어디서?
    다) 책의 형태는?
  4. 정보의 대량 생산
    가) 인쇄 기술의 발전과 배경
    나) 종이와 인쇄술
  5. 인쇄가 역사적 의미를 가지려면 - 대량생산과 보급
  6. 무엇을 쓰고, 인쇄하나 - 언어와 문자의 구분
  7. 정리된 ‘언어’와 ‘문자’의 구분 기준과 ‘언어’의 외연
  8. 문자성과 문자의 우월성이란 실체인가 허상인가?
  9. 글쓰기와 글읽기가) 흥미있는 서두 열기
    나) 먼저 글쓰기
    a) 서론 (직전 글)
    b) 고대 그리스 글쓰기 시작 - 문자의 도입 (직전 글)
    c) 고대 그리스 알파벳의 글쓰기 - ‘물구나무 쓰기’부터 (직전 글)
    d) 고대 그리스 알파벳의 글쓰기 - 소몰이 쓰기법 (직전 글)
    e) 로마자(라틴 문자)의 시작 (이번 글)
    f) 로마자(라틴 문자)의 변화 - 소문자 등의 등장
    g) 로마자(라틴 문자)의 변화 - 오늘날의 글쓰기 시작
    h) 한자문화권의 우종서와 좌횡서
    다) 이어서 글읽기
    a) 글읽기와 관련된 몇 가지 개념
    b) 글읽기와 관련된 몇 가지 관점
    c) 성독과 묵독에 관한 맛보기 글
    d) 글읽기의 대상 – 문자의 종류
    e) 글읽기 – 성독
    f) 한자문화권의 글읽기
    g) 여담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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