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조식을 먹고 바로 해변가로 갔다.
오늘은 어제, 그제 보다는 구름이 조금 끼었다.
보라카이 도착한 날부터 오늘까지 비도 안오고 쾌적한 날씨에 감사하다.
바다는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을 보석으로 세공한듯 반짝거렸다.
선베드에 누워 ‘솔리튜드’를 읽기 시작했다.
지인에게 소개 받은 책인데 혼자 여행 온 사람에게 제 격인 책이다.
저자의 일지를 모은 형식이고 춥고 바람불며 비가 많이 오는 외딴 섬에서 오두막을 짓고 1년간 혼자 생활을 하는 이야기다.
극한의 상황에서 주인공이 겪는 감정의 변화에 대한 고찰이 인상적이다.
나와 대비되는 자연 환경에서 주인공이 지내는 모습을 상상하니 더위가 조금 가신다.
재작년 여행 갔을때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두번째 읽었다.
나에게 여행은 ‘자유’ 이다.
조르바의 자유를 동경하지만 평상시의 삶은 속박되기 마련이다.
국가에, 사회에, 직장에, 가족에.. 소속되고 역할이 주어지고 충실해야 한다.
안정과 행복을 위한 트레이드 오프라 볼 수 있지만 가끔은 더 손해를 보는거 아닌가 생각도 든다. 의식 조차 못하는 손해.
그래서 여행이 필요한 것 같다.
더욱이 최근 과학자들은 사실 인간은 ‘자유의지’가 없다고 하는 마당에
내게 주어진 선택의 기회가 무엇인지 내 의지로 차분히 생각할 시간을 가져봐야 하지 않겠나.
해가 지고 저녁을 먹기 위해 스테이션3 쪽으로 걸어갔다.
보라카이의 특색은 길다란 화이트 비치를 구역별로 나눈 스테이션에 있다.
내가 묵고 있는 호텔은 스테이션1이다.
여기는 배가 없는 탁트인 바다가 있고 상점이 별로 없어서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여행자에게 인기다.
그 아래로 중간 구역인 스테이션2가 있다.
이곳은 번화가와 연결되어 사람들로 언제나 붐비고 활기찬 곳이다.
저녁이면 항상 음악이 들리고 분위기 있는 바와 불쇼 공연이 펼쳐진다.
운이 좋으면 “let it go” 음악의 불쇼 버전을 볼 수 있을 거다.
Let it snow에서 갑자기 바닥의 모래를 집고 위로 던지는 창의적인? 연출도 감상할 수 있다.
스테이션3는 길다란 해변의 아래쪽으로 작은 숙소들이 많다.
왼쪽 멀리에 산이 보이고 바다에 배가 종종 떠 있어서 아무래도 스테이션1 보다는 뷰가 아쉽다.
이제 내일이면 떠나는 날이다.
출국 수속은 입국 만큼이나 고통의 시간이라고 한다.
입국의 고통은 보라카이의 아름다움으로 모두 씻겼지만.. 출국의 고통은..?
밤 바다 바로 앞에 쿠션을 깔고 앉아서 ‘말리부 선라이즈’ 칵테일을 마시며
이제 여행기를 마치고자 한다.
White beach에서..
18년 03월 0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