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소진이라고 번역되는 이 단어는 너무나 익숙한 단어가 되어버린 듯 하다. 나이를 가리지 않지만, 특히나 20대-40대 사이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듯 하다.
'나 번아웃이야'라는 표현은 심심찮게 보고 듣지만 어떻게 잘 해결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드물다. 그래서 HBR의 번아웃 아티클이 올라왔을 때 그렇게 반가웠다보다. 번아웃을 경험하고 있는 글쓴이로서, 이번만큼은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해 글을 읽고 피드백 해보았다.
번아웃은 개인의 관리 부족이 아닌 조직의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지만, 해결책은 개인적 차원에서의 원인과 조직적 차원에서의 원인을 구분하여 접근해야 한다. 개인적 차원의 원인은 정신적, 신체적 기력 소진, 소속감 상실에 따른 냉소적 태도, 자기 효능감 상실로 구분할 수 있다. 만약 기력 소진이 원인이라면 잠시 현실에서 물러서서 자기 자신의 상태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자기 자비"를 실천해야 한다. 반면 소속감 상실이 원인일 때는 집단 내 함께 소속한 다른 이들을 격려하는 등 상냥한 태도로 대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모두 자비로운 태도를 요구하지만 안을 향하느냐, 밖을 향하느냐의 차이다. 마지막으로 자기 효능감 상실이 원인일 경우에는 안팎으로 향하는 자비로운 태도 모두가 효과가 있다.
조직 차원에서 번아웃을 만드는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개개인에게서 자기 삶의 통제권을 빼앗는 행위 또는 구조다. 조직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개인의 의사가 반영된다고 느낄 때는 이런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없는 것은 대부분의 조직이 모든 개인의 의견을 매번 반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직 차원에서는 개인이 자신의 인간관계, 즉 자기 자신과 조직 내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를 재정립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오히려 좋은 솔루션이 된다. 이를테면 다른 직원을 도와주게끔 만든다거나, 개인 간에 조언을 주고 받는 시간을 만든다거나 하는 것이 있다.
이 내용을 접하고서 가장 혼란스러웠던 것은 번아웃이라는 문제의 책임은 조직에 있음을 적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개인이 "번아웃탈출"의 주체가 되는 점이었다. 잠시 불만스러운 마음이 들었으나, 세상 모든 조직이 개인 맞춤형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곧 이해가 됐다.
그렇다면 오히려 조직과 개인 사이의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닐까? 혹은, 번아웃이 근래에 회자되는 이유는, 중심이 되는 세대가 변하며 일어난 개인의 조직관/인생관/세계관의 변화가 번아웃이 사회적 문제현상으로 다뤄지는 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닐까?
글쓴이 본인으로 돌아가보자면, 글쓴이는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거나 자기 목소리를 옳은 방향으로 냈음에도 그것이 적절하게 다뤄지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크게 상실감을 느낀다. 애정을 많이 쏟는 조직일수록 그랬다. 애정이 많은만큼 정신적 에너지를 많이 쏟기에 '내가 목소리를 내봐야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회의적 사고 회로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엄청난 속도로 에너지가 소진된다. 이는 물론 조직 내에서 경험하는 자기 효능감에도 영향을 미치니 번아웃이 오지 않기가 어렵다.
모든 경우가 글쓴이와 같지는 않겠지만, 글쓴이와 비슷하게 자신이 몸담은 조직에 대한 연결고리를 지향하다 좌절됐을 때 번아웃이 심하게 오는 경우들을 자주 목격한다. 만약 이러한 가정이 사실이라면 흥미롭다. 우리 세대에서 개인주의가 심화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조직에 대한 소속감을 강하게 지향하고 있는 것이니까.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전에는 개인의 목소리를 죽이고 집단의 목소리를 따르는 전체주의가 소속감으로서 표현되었다면 이제는 개인의 존재감이 집단에 녹아드는 개인주의 방식의 소속감으로 변모되었다는 점 아닐까.
이 글을 정리하면서 번아웃에 대해 어떠한 솔루션을 제시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다시금 깨달았다. 아마 자기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타인을 위한 자비로운 태도로 대하는 것이 맥락에 따라 그 방법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 해결의 시작은 원인을 찾는 것에서부터기에 번아웃이라는 현상의 본질에 가까워지면 각자의 문제 해결책을 훨씬 쉽게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글쓴이는 이번을 계기로 번아웃 탈출 아이디어가 몇 가지 떠올랐으니, 아마 글을 읽고 있는 독자도 곧 그러할 것이다. 아직 감이 오지 않았다면, 이어질 글쓴이의 번아웃 탈출기가 조금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고 조심스럽게 말을 던져본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