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미언은 다 고래다-시간은 누구 편인가?

고래가 부럽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것도 적당해야지, 너무 부러워하면 정신 건강에 안 좋을 거 같네요.

저도 솔직히 고래가 부럽기는 해요. 이제부터는 저 자신의 정신 건강을 위해 그냥 자신을 고래라고 합니다. 남들이 뭐라고 정의를 내리는 것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는 아닙니다. 고래지만 갓 태어난 새끼 고래라 치자는 겁니다. 잘 자란다면 어른 고래가 될 수도 있다는, 꿈꾸는 새끼 고래.

그 꿈을, 상상을 곁들여 한번 펼쳐봅시다. 새끼 고래가 어른 고래로 자라는 데는 크게 두 가지 변수가 작용하지 싶습니다. 하나는 시간 또 하나는 생태계.

새끼 고래가 어른 고래가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이곳 스팀잇 생태계보다 바다에 사는 현실 고래가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자본주의 불평등의 문제는 꽤나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이곳도 예외가 아닙니다. 저 개인으로도 오늘 재미난 일을 하나 겪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동안 받은 스팀달라를 스팀 파워로 바꾸었습니다. 얼마 되지는 않지만 대역폭 제한만이라도 벗어나고픈 마음에서요. 이 작업을 했더니 스팀파워가 30 이상으로 훌쩍 뛰어 좋아라 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려고 다시 보니 제게 임대해 주었던 15스파가 사라졌더군요.

그렇다면 저는 이제 젖을 뗀 새끼 고래가 되는 걸까요? 아무튼 하나씩 단계를 밟는 게 지금은 좋습니다. 시간만은 누구에게나 공평합니다. 시대를 관통하며, 빈부 차이에 상관없이 일관되게 흐릅니다.

저 역시 이 곳에서 오면서 빈손으로 왔습니다. 아직 한 달이 채 안 되었지만 제 지갑에 든 추정 자산이 70불 정도네요. 흐뭇합니다. 다른 사람과 견줄 필요가 없습니다. 저보다 많은 사람에 견주면 초라하지만 그나마 저보다 적은 사람 누군가에 견주면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할 테니까요. 저는 그저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써, 이 정도를 받을 수 있다는 건 앞으로도 많은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믿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는 나름 역동성은 있습니다. 대박을 터트릴 수 있는 가능성이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거지요. 자기 전에 글을 올렸는데 깨고 나서 유명해질 수 있는 가능성. 복권보다 더 나은 확률로 행운을 가져다주지만, 복권과 달리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행운. 실제 스팀잇에서 가끔 스타들이 탄생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첫 달에만 몇 백만 원을 벌었다거나 심지어 가입인사만 했는데도 크게 주목을 받고, 인기글로 올라가, 홈런이 되는 경우도 보이거든요. 아직 가입자 100만 명도 안 되는 플랫폼에서....

새끼가 자라, 어른 고래가 되는 데 두 번째로 고려할 부분이 생태계입니다. 스팀 블록체인보다 더 나은 플랫폼이 나온다면? 이 주제와 관련해서는 @dakfn님이 올린 다음 글을 보시면 도움이 될 듯합니다. ‘스팀잇을 능가하는 놈이 금방 나올 수 있을까? https://steemit.com/kr/@dakfn/ukie2’

그럼에도 스팀잇보다 진입 장벽은 낮고, 보상 체계는 월등히 좋으며, 좋은 글을 더 잘 대접하며, 스팸 같은 오염도가 없는 플랫폼이 나온다면?

답은 간단합니다. 바다를 기꺼이 옮기면 되지 않을까요. 이때는 덩치 큰 어른 고래보다 저희 같은 새끼 고래가 더 좋을 수도 있으리라 봅니다. 제 이야기의 결론, 빚이 없는 스티미언은 다 고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