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 팥빙수 개시

in busy •  7 years ago 

DOOR2.png

1
올해는 얼리버드가 되어보자.
남보다 일찍 시작해서 선점 효과를 누려보자.
마케팅을 책 겉표지만 보고 배운 나는 호기롭게 주장했어요.
날씨만 받쳐준다면 순조로울 거라고 믿었고 그렇게 믿는 나를 모두 믿어 주었지요.
뭐, 매니저가 얘기하는데 안 믿겨도 믿는 척해야지 별수 있었겠어요.
그래서 "팥빙수 개시"라고 써 붙인 게 3월 말쯤이었죠.
벚꽃이 올라오다 되돌아갈 만큼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는데 손님들이 팥빙수를 찾을 리가 없죠.
그나마 따뜻한 날엔 어김없이 미세먼지가 태양광을 차단해 주는 바람에 사람들 발길이 뚝 끊어졌고요.
한 달 공치고 나서 알게 되었어요.
밀가루를 입력하면 결코 밥이 출력되지 않는다는 것을요.
날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니 이제야 팔리기 시작하네요.
지나고 나면 답은 항상 단순했어요.
"너 같으면 패딩 입고 다니면서 팥빙수 먹겠니?"
적어도 저는 안 먹을 것 같아요
파주는 특히 추웠죠.
강남에는 팥빙수를 일 년 내내 파는 가게도 있다지만, 똑같은 임진강 남쪽이라고 똑같이 장사가 잘 되라는 법은 없겠죠.
작년 5월 1일이 가게 개점 날이라서, 4월 매출은 예측 불가능했다는 핑계가 가장 그럴 듯해요.
게다가 저는 7월에 입사했으니 아몰랑이에요.
이제라도 팔리기 시작하니 면은 서네요.
울 가게는 과일 빙수 같은 것은 없고 오로지 팥빙수 한 가지에요.
작년 여름, 다른 메뉴를 제치고 매출 1위를 달성한 녀석이죠.
다른 가게들 2~3백만 원 짜리 눈꽃 빙수 기계 들여놓을 때 우리는 과감하게 옛날식 팥빙수를 선택했어요.
중고 주방용품 업소에 들러 중고 빙수 기계를 둘러 보았죠.
제법 괜찮은 빙수기를 발견해서 얼른 구매했어요.
다른 건 몰라도 일단 성능이 좋아야죠.
15만 원이었어요.
이 기계로 우리는 다른 경쟁 업소를 이겼어요.
물론 팥빙수에 한해서요.
다른 가게들은 우리가 얼마짜리 기계를 쓰고 있는지 모르고 있죠.
알면 까무러칠 거고, 모두 같은 거로 하겠다고 난리 칠지도 몰라요.
올해는 사실 다른 기계로 바꿀까 했어요.
그러나 구관이 명관이라고(자금 여력이 없기 때문에) 한 번 더 이 친구에게 맡기기로 했어요.
올해도 잘 부탁해 팥빙수야.
울 가게는 팥에 고구마를 넣고 직접 삶아서 빙수 팥을 만들어요.
캔으로 되어 있는 업소용 빙수 팥은 안 쓰고 있죠.
팥, 설탕, 고구마로만 만들어요.
손님 중 열의 아홉은 맛있는 팥빙수라고 말씀하시죠.
아주 가끔 우리 집 팥빙수를 먹으려고 일부러 찾아오시는 손님도 있어요.
얼음 알갱이 버석버석한 옛날식 팥빙수에요.

팥1.jpg

2
주말과 공휴일을 반납한 생활이 벌써 몇 년째임에도 크리스마스와 어린이날은 여전히 적응하기 힘드네요.
어린이날에 어린이들은 어린이답게 온종일 집에서 TV 시청과 게임을 해야 해요.^^;;
어린이날이었던 어제는 울 가게 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했어요.
손목이 아리고 발바닥이 화끈거렸지만, 기분은 최고였어요.
다 망해가던 가게를 살려냈다는 자부심도 조금 더 생겼고요.
조만간 자랑질 한 번 해야겠어요. ㅎㅎ
오늘 아침 비 오길래 폭망하는 줄 알았어요.
이 동네는 외진 곳이라 비나 눈이 오거나, 미세먼지 자욱한 날엔 인적이 끊기거든요.
오후에는 해가 떠서 다행이었어요.
내일 비가 그친다면 연휴 마지막 날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 듯합니다.
겉옷을 벗어 버리고 싶은, 따뜻하고 맑은 하늘을 기대합니다.
하늘아 하늘아 팥빙수 좀 팔자….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ort Order:  

팥빙수가 완전히 저의 침샘을 자극하네요^^
이제 혹독한 여름이 찾아오겠죠 ㅠㅠ
팥빙수 완전 대박 나기를 기원합니다.

오늘 좀 팔렸으니 올 여름에도 괜찮을 듯 합니다.
대박 기원!! 감사해요..^^

크으.. 저런 팥빙수가 정말 맛있죠..

빙고,,, 팥빙수 맛을 좀 아시는군요..

이제 시작이죠? 오월중순이면 여름되는 아열대 대한민국~!
낼 부터 해 짱짱할겁니다^^

아 감사합니다..
내일 팥빙수 100그릇 팔 거 같은데요...ㅎㅎ

사진속 팥빙수는
완전 맛날것 같아요^^

실제 진짜 맛있어요..
우리가 만들어서 그런 건 아니구요..^^

글에 땀과 따뜻함, 절실함이 묘하게 섞여 있네요~
읽는 동안 마치 새벽 라디오에 글을 올리신 사장님 같은 느낌^^
잘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음,,,, 매출이 절실하긴 합니다...ㅎㅎ
팥빙수 많이 팔아서 잘 될 겁니다..ㅎㅎ

한다리 건너 한다리... 이제나 저제나...
편하게 사는 사람 없는거 같아요! ^^ 여름 한철 잘 나보자구요! 홧팅!!

오옷,,, 홧팅입니다...
여름 한철 장사 잘 해 보즈아....

아, 팥빙수!!
안그래도 내일 산책 스케쥴에 빙수를 포함시켜 놓았는데, 이 글을 보니 잘 넣은 것 같습니다. ㅎㅎ
비주얼이 끝내주는 게 올해도 잘 되실 것 같습니다! ㅎ

트리님 기를 좀 받았으니 잘 되겠죠...
안되면 트리님 탓...ㅋ
아 팥빙수 팔아서 코인 사고 싶다...

ㅋㅋ 트리님..탓이라니...유니콘님...ㅋㅋ

2). 내일 비가 그치면 파란 하늘을 볼 수 있기를 ㅜㅜ

다시 까만 하늘이 오지는 않겠죠? ㅎㅎ

예 내일은 날씨가 좋으리라 예상됩니다...
조금 더워 주기라도 한다면,,, 대박!!

팥빙수는 오리지널이 맛있는거 같아요^^
피쉬님 카페 쪽에 종사하시는 구나 파주에요???^^

예,, 집도 직장도 파주에 있어요...
카페는 아니고 레스토랑임다.
머 커피도 팔고 몇가지 음료도 팔긴 하지만요..

팥, 설탕, 고구마로만 직접 만든 빙수팥이니 더 맛있을거 같고 다른 가게들을 이길 수 있을만하겠네요.

찾아가서 맛보고 싶네요 ㅎ

어린이날에 최대 매출 달성하신거 축하드려요~!
열심히 하시는만큼 더 잘 되실거에요~!

넵,, 더 잘 될 겁니다..
안되면 짤립니....ㅋ
필소굿님 축하에 힘입어 또 기록 경신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유피님 고생많으셨어요!
내일은 쉬실수 있으실지 모르겠네요.
저는 내일 처가 식구들과 식사도 있고 비오는 월요일이라 하루 가게를 쉬기로 결정했네요.
주말동안 많이 바쁘셨던 것 같던데 쉴 수 있을 때 푹쉬셔요!
고생하셨습니다~~

못 쉬고 일 끝나고 지금 집에 와서 노트북 켰습니다..^^
저에겐 광란의 3일이었네요...
그래도 나름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으니 기분은 좋습니다.
말씀 고마워요..^^

왜 겨울엔 팥빙수 파는 데가 이렇게 없는 거야? 라고 투덜대는 저같은 손님들만 있다면야~ ㅎㅎ
완전 완전 맛나보이는데 빙수만 먹기 위해 파주 가기는 너무 멀군요 ㅠㅠ
선점효과는 늦더라도 꼭 올터이니 이대로 쭉~ 가세요! ^^

겨울에 팥빙수 찾는 분들도 계시더군요..ㅎㅎ
저같은 사람은 이가 시려서...
오늘 좀 팔았으니 앞으로 잘될듯 하네요... ㅎㅎ

파주이고, 다른 가게'들'이라면 십중팔구 헤이리이겠네요...?

고구마까지 넣고 집적 삶은 팥에 저 찹쌀떡이면 맛은 보장되어 있겠네요 :D

맛이야 보장되어 있지만 헤이리는 아니에요..ㅎㅎ
예리한 넘겨 짚기에 잘못하면 심장 덜컹거립니다..ㅎㅎ

자랑만 하지 말고
한 그릇 대접도 하심이 ㅋ

광화님께야 한그릇이 아니라 10그릇이라도 대접해 드려야죠..ㅎㅎ

Congratulations @sadmt! You have completed some achievement on Steemit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Award for the number of comments

Click on any badge to view your own Board of Honor on SteemitBoard.

To support your work, I also upvoted your post!
For more information about SteemitBoard, click here

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 STOP

Upvote this notification to help all Steemit users. Learn why here!

축하합니다
클래식한 부분이 대세일때도 있죠 ㅎㅎㅎ

저 같아도 옛날이 그리워 팥빙수 먹겠어요 ^^*

이런 컨셉도 좋아하는 분들이 계시더군요..ㅎㅎ
뭐든 맛있으면 장땡...

빙수의 계절이 오는군요.ㅎㅎ

빙수 좋아하시는군요... 기왕이면 옛날식으루다가...

맛있겟네요.. 이번여름 화팅^^

넵,,, 화이팅입니다. 팥빙수 가즈아...

아오... 밀가루를 입력하면 밥이 나오지 않는다... 라니 표현이 귀여워요^^ 저는 눈꽃빙수가 너무 맛있어서 아직은 그것만 먹어요. 미안요 필이핀 촌에 살다보니 신기술에 압도당한지 얼마 안되서 ㅋ 요새 너도나도 눈꽃빙수만 먹으니 곧 옛날 팥빙수가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하겠지요?

북키퍼님 표현을 빌리자면 흥,칫,뿡 입니다...ㅋㅋ
눈꽃빙수 따위 지구상에서 없어져야 합니다. ㅋㅋ
연식이 좀 되다보니 귀엽다는 말씀이 상당히 듣기 좋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  7 years ago (edited)

파주였다!!
어린이날 파주가려다 '북서울 꿈의 숲'에 간 거였는데..
그냥 파주로 갈 걸 그랬어요...
팥빙수 진짜 먹고 싶어지네요^_^

조금 더 더워지면 팥빙수없이 버티기 힘들겠죠...ㅎ
올 여름 많이 더워서 많이 팔렸으면 좋겠습니다.
파주에서 넉놓고 쭉 가다 보면 개성에 도착할지도 모르니 조심하세요..ㅎㅎ

빙수는 역시 팥빙수죠...
아이들은 딸기 빙수, 망고 빙수... 이런 거 먹고싶다고 하는데...
저와 아내는 항상 팥빙수 먹으려고 애들을 은근히 꼬십니다..^^
형님~ 팥빙수 대박 나길!
아~ 안그래도 오늘부터 서서히 덥더라고요. 금방 팥빙수 불티나게 팔리겠는데요~^^

저도 그래요.. 애들은 아무래도 팥빙수보다는 다른 빙수를 찾죠...ㅋ
오늘 팥빙수 좀 팔았습니다.ㅎㅎ
올 여름 여러분들의 응원으로 아무래도 대박날 듯 하네요..ㅎㅎ

여기도 스팀 달러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셔야 합니다!!! 강추입니다. 팥빙수는 제가 팥을 안 먹는 관계로 패스! 파스타 먹으러 가야징 ㅋㅋㅋ

파스타 드시러 오시는 건 좋은데 우리가게는 파스타 드시면 팥빙수를 절대 옵션으로 드셔야 합니다...ㅋㅋ

와..
드뎌 팥빙수의 계절입니다
정말 맛있는 여름 식품입니다 ㅎㅎㅎㅎ

저도 좋아하는데 소화가 잘 안된다는게 흠이긴해요 ^^;;
올여름 팥빙수 많이 드십시오..ㅎㅎ

계절이 앞당겨진다는 일찍 시작하신것은 잘 하신거 같네요.
옛날 팥빙수 대박날 거 같습니다^^

완전 대박나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팥빙수 한그릇씩 좌악 돌릴게요..ㅎㅎ

에고어린이날에 수고하셨어요.그래도 매상보면 신기하게도 기운이 팍팍 돋게되더라구요.아흑~~저도 한입 맛보구싶네요ㅠ

가게 하시나봐요...
매상의 마법을 경험해 보셨군요..ㅎㅎ

이제 팥빙수의 계절이 시작되는군요 ㅎㅎ
올해 여름에는 팥빙수 대박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대박을 기원하지만,, 날이 계속 춥긴하네요..ㅋㅋ

우선 담겨있는 그릇부터가 차별화 된 거 같은데요? ^^

내부가 비어있는 이중 스텐 용기입니다.ㅎㅎ
열전도를 최대한 차단하여 얼음이 덜 녹도록 고안되었죠..

여윽시 뭘 좀 아시는 분! 팥빙수는 옛날식 팥빙수가 최고 최고 따따봉이죠.

그렇죠!! 눈꽃빙수 따위는 아무도 사 먹으면 안됨...

올해도 더운 날씨로 팥빙수 대박나시길 기원합니다 ^^

고맙습니다. 덕분에 대박날 듯 합니당..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