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우울장애를 지닌 부모를 둔 자식들을 30년 넘게 추적 관찰한 연구입니다(1982년부터 2015년까지).1 최초 인터뷰로부터 2, 10, 20, 25, 30년 시점에서 다시금 인터뷰가 이루어졌습니다. 우울하지 않은 부모를 둔 자식들을 대조군으로 설정하여 주요우울장애가 발생할 확률을 상대적으로 비교하는 것이 가능했고,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두 집단 간에 정신질환 발병 빈도에서 어떤 차이가 나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장기간에 걸쳐 주요우울장애를 지닌 부모를 둔 자식들을 추적 관찰한 연구는 유일무이합니다.
자료분석에 포함된 인원은 총 147명이고, 주요우울장애를 지닌 부모를 둔 자녀가 103명(이하: 우울 집단), 우울한 부모를 두지 않은 통제 집단이 44명입니다. 성비나 인터뷰가 진행될 시점의 나이 등에서 집단 간 평균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인터뷰 시점의 평균 나이가 19.4세, 마지막 인터뷰 시점의 평균 나이가 47.4세입니다. wave 3(20년 시점), wave 4(25년 시점)에서 인터뷰를 완료한 비율에서도 두 집단 간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집단 간 사전 동질성이 확보되었으니 본격적으로 비교해 보겠단 얘깁니다.
평생유병율에 비추어 볼 때 우울 집단은 통제 집단에 비해 30년 시점에서 mood disorder와 anxiety disorder를 지녔을 가능성이 두 배 높았습니다. 주요우울장애를 지녔을 가능성은 약 세 배 높았고, 공포증은 2.47배 높았습니다. 물질 남용이나 물질 의존에서는 집단 간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약물 의존에서 p-value 0.09로 우울 집단이 약물에 더 의지하는 경향성을 보이기는 하네요.). 조현병은 발생 빈도가 낮아서 비교 분석이 불가능했습니다.
두 집단을 통틀어 주요우울장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나이는 평균 19.5세(표준편차=10.2세)였고, 13세 이전에 주요우울장애를 지니게 될 확률은 우울 집단이 통제 집단보다 열 배나 높았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네요.
후기 청소년기에 주요우울장애 발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20-40세, 40-60세로 구간을 나누어서 분석해 봅니다. 각각 20세 이전에 발병한 사람, 40세 이전에 발병한 사람을 빼고 분석해 보는 것이죠. 그랬더니 20-40세 구간에서는 우울 집단이 통제 집단보다 주요우울장애를 지닐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40-60세 구간에서는 이러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부모 중 한 사람이 주요우울장애를 지녔다 하더라도 40세를 넘기면 부모가 지녔던 주요우울장애의 영향력이 거의 없어진다고 해석해도 무방할 것 같네요.
우울 집단만 놓고 볼 때, 19세까지 한 번이라도 주요우울장애를 경험했던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20세 이후 주요우울장애가 재발할 가능성이 더 높았습니다(p=0.0013). 통제 집단에서는 재발율에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모가 주요우울장애를 지녔던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는 경우 그 자녀가 20세가 되기 전에 주요우울장애를 경험할 확률이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20세가 되기 전에 주요우울장애를 경험하는 경우 재발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 이 연구의 핵심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주요우울장애 발병에서의 성차도 확인되고 있는데요. 두 집단을 통틀어 65세까지의 누적 유병율을 살펴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네 배나 높습니다. 폐경 전기에 주요우울장애 유병율이 높아지는 것과도 관련 있겠습니다.
사회적 기능을 살펴볼까요. 우울 집단은 통제 집단에 비해 이혼이나 별거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았고, 자녀 수도 더 적었습니다. 외래 환자로서 치료 받은 비율도 더 높고, 전반적인 기능 수준이 더 낮았습니다. 다만 교육 수준, 고용 상태, 수입 등에서는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게 눈에 띄네요.
20년 시점에서 우울 집단이 심혈관 질환이나 신경근육 질환을 지닐 가능성이 더 높았던 데 반해 30년 시점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통제 집단에서도 각종 신체적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것과 관련 있겠습니다.
이 연구의 임상적 함의는 주요우울장애를 지닌 부모를 둔 청소년기 자녀에 대한 예방 프로그램이 절실하다는 것이고, 부모의 주요우울장애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요우울장애를 지닌 부모가 9회기의 대인관계 치료(interpersonal psychotherapy)를 받은 후 9개월 지난 시점에서 아이를 평가했을 때 통제 집단에 비해 유의하게 낮은 우울 점수가 나타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2
다음 편에서는 어떻게 이런 세대 간 전승이 발생하게 되는 것인지 공부해서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ref)
- Weissman, M. M., Wickramaratne, P., Gameroff, M. J., Warner, V., Pilowsky, D., Kohad, R. G., ... & Talati, A. (2016). Offspring of depressed parents: 30 years later.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173(10), 1024-1032.
- Swartz, H. A., Frank, E., Zuckoff, A., Cyranowski, J. M., Houck, P. R., Cheng, Y., ... & Shear, M. K. (2008). Brief interpersonal psychotherapy for depressed mothers whose children are receiving psychiatric treatment.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165(9), 1155-1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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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이 기대되네요
철학쪽에서는 시대 자체를 성과주의 사회가 만든 우울시대가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잡는다고 보는 것 같던데요.
집단이성? 밈?이 되면 십수년만에 유전자에 녹아들지 않을까 함부로 추측해 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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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대체로 사회와 같은 거시적 측면보다 미시적 측면에 집중하다 보니 아마도 가족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을 듯합니다. 양육이나 부부 간 갈등 등의 환경적 측면과 유전 및 뇌 기능 등과 같은 기질적 측면에 집중할 것 같아요. 기대에 부합하는 글을 쓰면 좋을 텐데.. 약간 부담도 되면서 동기부여가 되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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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스팀잇 생활 되세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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