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진료를 받으며 든 생각

in busy •  6 years ago  (edited)

오늘 치과를 갔습니다. 얼마 전부터 음식을 먹으려고 하면 오른쪽 아래 제일 안쪽 어금니가 아프더라고요. 참고 먹다보면 아픈 게 가셔서 그러려니 하고 생각했는데 도저히 안되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미루고 미루던 치과진료를 오늘에야 가게 된 거죠. 1년 전쯤에 치과에서 떼운 곳이라 떼운 게 문제가 된 것이 아닌가 싶었더랍니다. 진료를 받으며 의사선생님에게 그렇게 말을 했고요. 근데 의사선생님이 혹 이를 심하게 가는 버릇이나 이를 꽉 다무는 습관 같은 것이 있냐고 물어보더군요. 그런 버릇은 전혀 없다고 생각하던 터라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 했죠. X-ray를 보여주는데 그 어금니에 금이 가고 전에 떼운 것이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과하게 많이 사용해서 그런 거 같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진료 내역을 보시더니 전에 사랑니를 뽑은 후 불편한 점이 없었냐고 물어보더군요. 기억을 더듬어보니 사랑니를 뽑고 나서 음식을 씹다가 오른쪽 위와 아래의 제일 안쪽 어금니가 부딫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이야기 했죠. 아마 그것 때문에 아래쪽 어금니에 금이 간 거 같다고하더군요. 약 7개월 전에 불현듯 잇몸 밖으로 외출한 사랑니를 뽑았었습니다.(https://steemit.com/kr/@zaedol/c52yu) 쓸모가 없는 것이니 하고 빼고 나서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생활을 했었죠. 가끔 위아래 어금니가 부딫혀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말이죠. 그렇게 생각한 사랑니 발치 덕에 어금니가 금니로 둔갑하게 되었습니다.
세상 살다보면 정말 아무 쓸모도 없고 존재감마저도 미미한데 그것의 부재로 인해 난감한 일들이 벌어질 때가 있지요. 혹은 반대로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 어떤 것 덕에 어려운 일을 무사히 해결해 낼 수 있을 때도 있고요. 늘 그럴수는 없을진 모르지만 작은 것, 존재감이 없는 것에도 세심하게 관심을 가지도록 해봐야 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직업적인 것이겠지만 수업 속 아이들을 생각하면서도 그런 생각이 미치게 되더군요. 특히 작년 거의 존재감이 없이 교실에 있던 한 아이가 올해 3월이 되자마자 대안학교로 가버린 일이 떠올랐습니다. 원래 존재감이 없었고 아이들과의 교류도 적었던지라 별로 크게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미인가 대안학교로 간 덕에 여러가지 학적처리를 하느라 6월까지 이런저런 행정업무들이 계속 저에게 주어졌습니다. 거기다 반의 아이들이 그 아이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각종 활동에서 그 아이의 부재를 느끼고 그 아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며 그 아이의 빈 자리라는 것을 느끼었죠. 작은 학교라 인원변동없이 학년이 올라가는지라 더 그랬던거 같습니다. 어쩌면 사랑니 같은 아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녁놀1.JPG

저녁놀2_1.JPG

우리집의 자랑거리(?)가 되어버린 부엌 쪽 창문으로 바라본 저녁놀입니다. 어쩌면 살아가는데 아무 의미도 없고 있어도 없어도 였던 이 풍경이 어느덧 삶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물론 스팀잇을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생각하지도 못 했을테죠.
오늘 치과 진료를 하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날씨도 더운데 다들 건강은 잘 챙기고 있으신가요? 부디 건강하고 시원한 여름보내고 있길 바랍니다. ^^

사족.
학창시절에 우리 신체기관 중 절대로 쓸모없는 기관은 없다며 맹장 역시 어떤 기능을 할 것이라고 어쩌면 앞으로 닥칠 우주 시대에 우주에서 생활하는데 도움을 주는 기관은 아닐까 라는 말을 하던 선생님이 있으셨죠. 맹장 수술을 할 때 신중해야 한다고 말이죠. 그냥 우스개 소리로 여겼는데 이 글을 쓰며 문득 떠오르네요. 근데 맹장이 하는 기능이 있는가요? 흠... ^^;;

대문.jpg

by @dorothy.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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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니 같은 아이. 매년 교실에 꼭 있지요. 지나고 나서 좀 더 잘해줄 걸 하는 후회가 남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ㅎ

그렇지요. 후회가 안 남게 해야 할 건데 말이죠. 남은 2학기 분발해 봐야 겠습니다. ^^

  ·  6 years ago (edited)

며칠전 ...오랜만에 노을가져 오셨네요..^^

그러게요. 오래간만이네요. ^^ 잘 지내시죠?

ㅎㅎ 재밌게 읽었습니다! 치과치료는 진짜 고생인거같아요 ㅠㅠ..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집이 부럽네요!

아마 가장 가기 싫은 병원 중 하나가 치과일 거라 생각합니다. 나이가 든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인지 늘 한껏 아픈 다음에야 겨우 가보게 되는 곳이지요. 미리미리 다녀서 초기에 간단히 치료해야 할텐데 말이죠. ^^;;; 부럽다고 하시니 감사합니다. ㅎㅎ

어금니가 생각보다 약한건지 금이 갔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되네요
저는 제가 사랑니같은 아이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ㅎㅎ
저학년 때는 조용히 지냈거든요

저 역시 존재감 없이 학교를 다닌 일인이지요. 그래서 교실에서 저 같은 아이를 보면 한편 반가우면서도 안타깝고 어떻게 그 아이가 다른 아이들 속에서 건강하게 관계 맺어지고 학창시절이 빛나는 추억으로 만들어줄 수 있을까 고민도 됩니다. 그러면서도 섣부르게 먼저 손 내밀지 못하기도 하고요. 어금니에 금이 잘 간다니 조심하셔요. 전 나름 이가 튼튼하다고 생각했는데 한순간이네요. ^^;;;

제가 보지 못 한 풍경도
듣지 못 한 이야기도 매일 생겨나고 지나가고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 거군요
그 안에 속해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봅니다

저 역시 누군가는 알지 못하는 이야기를 매일 만들어 내고 그 이야기를 먼지로 흩어내고 지내는 거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살아가다 저의 그 이야기를 알아주는 이를 만나면 너무 고맙게 느껴지지요. 아내가 그런 사람이었고요. 이젠 스팀잇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지요. 그리고 뜰님보다는 좁은 의미지만 그 안에 속해 있음이 감사하고요. 이렇게 찾아주시고 제 작은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

  ·  6 years ago (edited)

함께가자 우리 토끼를 깨워서 함께가는 거북이가 되어야 합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글귀를 여기서 보게 되네요 :) 우와 신기합니다. by 키만

신영복 선생님의 글귀를 참 좋아합니다. 심지어 저 글귀는 제가 맡은 반 급훈으로 내걸어 놓고 있지요. ^^;;
여행이야기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찾아주셔서 반갑습니다. 곧 찾아가 그동안 못 본 이야기를 봐야겠어요. ^^

날이 너무 덥습니다......덥다 ㅠ

너무너무 더운 날씨에 정말 진이 빠지는 거 같은 요즘이네요. ^^;;;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치과 치료 받으시면서 많은 생각을 하셨네요.
존재감은 없었지만 그것이 없어지고나면 빈자리를 느끼게 되는것 같아요.집안에서 저렇게 아름다운
노을 볼수 있다는것은 행운이네요^^

숙박 출장 중이라 집에서의 노을이 그립네요. ^^;;;
빈자리를 느끼기 전에 그 소중함을 알아채야 할 건데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