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티아고. 201709 여정의 기록.

in camino •  6 years ago  (edited)


까미노 데 산티아고란?

산티아고 순례길, 산티아고는 스페인어로 성 야고보를 뜻한다. 성 야고보 길은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 야고보가 복음을 전하려 걸었던 길이다. 9세기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성 야고보의 유해가 발견되고 성 야고보를 스페인의 수호성인으로 모시게 되면서 순례길이 생겼다고 한다. 

내가 걸은 길은 순례자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까미노 프란세스 루트이다.
프란세스는 프랑스의 피레네 산맥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출발해서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총 약 800KM ,피스테라 까지는 929 KM에 달하는 장거리 도보 순례이다. (자전거 순례 가능) 


※ 까미노 프란세스 루트 (<-------- 방향)

걸리는 시간은 개인차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하루에 2-30KM 를 걷는다고 가정했을 때 한달 남짓(30-40일)이 걸린다. 시간이 부족한 순례자들은 이길의 일부분을 몇년에 나누어 걷기도 한다. 보통 유럽권에 사는 유러피안들은 가까운 만큼 나누어 걷는것이 보편적인 반면, 우리와 같은 한국인들은 이동하는 데에만 장시간이 걸리므로 한번에 걷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성수기는 야고보 성인의 축일인 7월 25일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6-7월이 되겠다.
해서 사람이 많고 날씨도 뜨거운 극성수기를 살짝 피한 5월, 또는 8-9월 사이가 걷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라고 할수있다. 나는 마침 그 시기에 맞추어 9월에 걷는 일정으로 까미노를 걸었다.


나는 왜 까미노를 걸었나?


글쎄.. 사실 걷기전에도 그랬고 걷고 난 후인 지금도 그렇지만 내가 까미노 길을 걷겠다고 결심한데에는 딱히 이렇다할 이유가 없다. 몇년전 우연히 까미노 산티아고 길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나는 그때부터 막연하게 그 길을 그냥 걷고 싶었다. 그.냥.. 그나마 이유중 하나라고 할 것이 있다면 길 위에서 한달이라는 시간동안 혼자가 되어 걷게 된다면 나만의 시간에 온전히 집중할수 있을것만 같았다.
항상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 나의 인생이라는 것에 대해 사색하려 노력해왔지만 우리주변에는 방해요소들이 너무나도 많다. 홀로 있다 하더라도 스마트폰, 카톡, 각종 SNS들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내문제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그 길위에서는 그런것들에서 조금더 자유로워 질 수 있을 것 만 같았다. 하지만 그때는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중이었고, 당연히 나에게는 한달이라는 기간이 주어질 리 만무했다. 휴가를 아무리 쥐어짜내어 봐도 길어야 일주일, 겨우 일주일을 쪼개고 쪼개서 가까운 단기해외여행을 매번 아쉬워 하며 다녀오던게 다였으니까.
결국 이런저런 생각끝에 사표를 쓰게되었고, 나는 그토록 꿈꿔오던 타국에서 살아보는 경험을 해보기로 했다. 내겐 너무나 멀고도 막연한 로망이었던 유럽의 작은 섬 아일랜드로 워킹홀리데이를 가게 되면서 당연히 나의 버킷중에 하나인 까미노를 걷겠노라 다짐했고 그렇게 나의 까미노 걷기 준비는 사실상 아일랜드 생활을 하기전부터 찔끔찔끔 시작되었다. 급할 것은 없었다.
그렇게 나는 케리어 대신에 까미노길에서 쓰게 될 커다란 베낭을 짊어지고 아일랜드에 도착했고 이래저래 만만치 만은 않았던 8개월의 아일랜드 더블린 생활을 마무리한 후, 본격적으로 까미노를 걸을 준비를 했다. 다른사람들 처럼 한국에서 까미노만을 위해 유럽으로 넘어온 순례자는 아니었으므로 남들보단 조금 더 수월하게 까미노를 시작했고,적어도 장거리 비행 후 장거리 도보를 시작하지 않아도 되었으므로.. 심지어 에펠탑이 그리워 파리 인으로 들어가서 이틀동안 실컷 에펠을 눈과 마음에 담고 생장으로 향했다.
한편으로는 그래서 더 준비에 허술했다. 걸으면서 깨달은 사실인데 나는 정말 준비가 하나도 안되어있었던 것.... 한국인들끼리는 이미 까미노 커뮤니티까지 잘 갖추어져 교환되는 정보가 어마어마했다. 그치만 그 허술했던 시작이 첫 까미노의 매력이라고나 할까..☆


경험자가 말하는 까미노 필수! 준비물.

까미노 경험자로써 무조건 필수준비물이라고 할수 있는 것들은 한치수 큰!!(중요) 신발, 스틱 , 상비약(맨소래담, 물집벤드, 소독약, 연고, 반창고 등...) 이 일단 내가 생각하는 필수준비물이다.
말 안듣고 발이 편하게 적당히 맞는 치수의 등산화를 신고 시작했다 발이 퉁퉁 붓고 각종 밴드 착용을 했을 때 신발이 작아져서 물집이 급속도로 생기고 말았다(말을 잘 듣자).  스틱은 특히 무릎보호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 스피드를 올려주는 부스터 역할을 한다. 의약품은 사전예방을 잘해서 탈이 없든, 탈이 생기고 나서 조치를 하든, 일단 몸이 아프면 걷는것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일정 전체에 자칠이 생기게 되므로 비싼 약국에 가서 울며 겨자먹기로 살 수 밖에 없는것들이니 할 수 있다면 한국에서 또는 미리 현지에서 싸게 구매해가는 것이 좋다. 스페인 전체적인 물가는 싼편이지만 약국은 아주 비싸다.
그리고 최대한 가볍게 줄인 베낭의 무게. 누구나 다 똑같이 느끼는 듯하지만 베낭의 무게는 우리의 욕심과 같다. 정말 그러하다. 나는 줄이고 줄여도 도저히 10kg 이상 내려가지 못해서 중간에 사고 버리고 사고 버리고를 무한 반복 했더랬다. 가장 이상적인 베낭무게는 7-8 kg가 적당하다. 어차피 물, 먹을것, 상비약 등등 케리가 불가피한것들이 생겨나면 1-2kg는 금방 불어난다.
나는 정작 필요한 건 하나도 안챙기고 심지어 경험자중의 한명이 아마도 지금의 내맘과 같은 맘으로  적어 놓은글을 읽어내려가면서도 무슨 오바야... 걍 대충하지뭐. 젊음으로 밀고나가자 뭐 이런 근거없는 패기로 시작했다가 된통 고생을 했더랬다. .. 버릴수도 없는 노트북 까지 짊어지고 갔으니 말 다했다고 볼 수 있다. ;;  
뒤에 자세히 얘기하겠지만 요약하자면 생전에 아픈적이 없는 무릎, 발목 등등이 차례차례 아작이 나고 물집이 발전체를 뒤엎고 심지어 식중독까지 걸려서 그야말로 개.고생을 했다. 그때는 그렇게 속상했었는데 지나고 보니 그마저 나의 까미노 중 하나의 소중한 경험이 되긴 했지만 말이다.

+ 한국인이 가장 두려워 하는 베드버그에 대해서.
나도 가기전에 베드버그가 제일로 무서웠다. 베드벅에 대해서만 얼마나 검색을 하고 갔던지...
그래서 남들이 말하는것처럼 가자마자 베드벅 퇴치제를 사서 뿌리고 다닐 요량이었는데 막상 가니까 파는곳도 잘 없고 사실 시도도 안했다. 정신없고 귀찮아서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굳이 비싼 돈 들여 사지말자. 짐이 되기도 하고 말이다.
베드버그는 정말 복불복이다. 왜냐하면 물릴사람은 약을 뿌리고 시트를 깔고 난리를 쳐도 물리게 되어있고, 안 물릴사람은 아~~무것도 안해도 안물리게 되어있다... 정말이다. 나는 다행히도 후자였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은 있었다. 
몇푼 아끼겠다고 심히 열악한 공립 알베르게에 묵게 된 날이 있는데 약간 불안하면서도 설마. 했는데, 어디서 튀어나온놈인지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에게 다가온 베드벅은 멍청한 베드벅이었다. 내 폰 화면위로 톡 하고 살포시 앉은것이다. 사실 베드벅이 어떻게 생긴지도 잘 몰랐는데 본능적으로 이건 베드벅이라는 것을 직감했고, 속으론 경악을 했지만 여기서 내가 튀어나간다면 저 조그만 놈이 내 침낭속 어딘가로 침투하는 대참사가 일어날 것이었기에 거의 반사적으로 맨손 엄지손가락으로 그놈을 압사시켜 버렸다.....ㅋㅋㅋㅋㅋㅋ
피인지 뭔지 약간 붉고 묽은 것과 함께 그놈은 압사하였고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스스로도 깜짝놀라서 몸을 부르르 떨면서 얼른 휴지로 닦아내고 화장실에가서 손을 10분간 박박 씻어댔던 기억이 난다. 혹여나 다른 놈이 도사리고 있을까봐 침낭과 침대를 뒤엎기를 반복하고 여기서 나가야하나 말아야하나를 수십번 고민하다가 어차피 너무 늦은시간이라 다른 알베 체크인이 불가능해서 겨우겨우 잠에들었는데 그날은 온몸이 베드벅에 물리는 악몽중에 악몽을
꾼 그날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으으...
아무튼 이런것이다. 나는 안물릴 운명이어서 그날 베드벅을 잡았던 것이다 ㅋㅋㅋㅋ 물릴 운명이었다면 그 베드벅놈은 나의 폰이 아닌 내 시야밖의 어딘가에 숨어있다가 나를 공격했겠지..! 아무튼 이렇다는 말! 웬만하면 너~~무 낡은 알베르게만 피하면 베드벅을 피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사실 실제로 물린사람들에게 들어본 바로는 실제로 박박 긁어대지만 않으면 그렇게 심하지 않다고 한다. 긁으면 급속히 번진다고 한다. 물린후에 긁지말고 약국가서 약을 타먹고 바르면 된다. 또는 그냥 놔두면 며칠후에 괜찮다진다고 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아무래도 외국인들)
물리기전에 괜한 공포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도 그중 한명이었지만 나중엔 그냥 물리면 물리지뭐 하고 극복함) 그러지 않아도 된다. 누군가는 나에게 장난스럽게 차라리 빨리 물려버리고 그 공포를 극복해 버려!! 라고 한 사람도 있었다. 뭐, 일리가 없지는 않은 말인데 그래도 굳.이. 물리고 싶진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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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을 가고 싶은 1인~
8년 전에 히말라야 트레킹을 했었는데, 산티아고는 이와 다른 길일거라 생각합니다.

산티아고만의 매력이 있지요 꼭 걸어보시길 바래요 :) 히말라야라니.. 버킷중 하나랍니다 저도 언젠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