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zenzen25
춘자입니다.
집에서 지하철역까지는 보통 마을버스를 타고 다닙니다. 타는 시간이 매번 달라서 대여섯 명의 기사님들을 번갈아 만날 수 있습니다. 요즘 아침에 주로 마주치는 기사님은 승객들에게 상냥한 인사를 곧잘 건넵니다. 연세 있는 분들이 탑승할 때는 운전에 신경도 쓰고요. 그런데 불법주차된 차량만 보면 갑자기 불같이 화를 내며 쌍욕을 내지릅니다. 그때마다 저는 상처를 받는 것 같습니다. 차라리 모두에게 불친절하고 모두에게 욕을 하는 사람이 낫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장충동에서 20세기의 여름을 시작하며 우리는 감정노동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 공간에서만큼은 감정노동을 하지 않겠다고요. 놀이가 아니어도 좋으니 되도록 즐거운 감정노동을 하고 싶습니다. 세상에는 즐거운 노동도, 힘겨운 노동도 있잖아요. 기사님의 상냥한 인사말조차 혹시 힘겨운 감정노동은 아닐까 의심하게 되면 좀 슬퍼질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