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요즘 부엌에서 쓰는 칼이 잘 들지 않는다며 칼을 갈아줄 것을 요청했다. 산지 2년이 넘었지만 한 번도 갈지 않았기에 잘 들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고기는커녕 무조차도 잘 썰어지지 않는다고 투덜거렸다. 필자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외갓집은 산에서 나무를 하여 화목으로 삼았기에 낫을 갈아본 경험이 있다. 칼을 갈면서 여러 생각이 잔잔하게 스며든다. 군인들에게는 총검으로 쓰는 칼이 지급되지만 평상시에는 칼날을 갈아세우지 않는다. 훈련 중에 부주의하게 상해를 입힐 수 있기에 과일조차도 깎지 못하게 무디다. 그렇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중의 하나가 칼날을 갈아 종이라도 벨 정도로 날을 세워주는 일일게다. 그래야 적과 백병전이라도 벌이는 급박한 처지에서 자신의 목숨을 지켜주게 될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많이 죽는 사람은 군인이 아니라 민간인이다. 전쟁무기는 고사하고 전투가 벌어지는 지조차 모르고 있기에 쉽게 죽는다. 바울은 자신의 편지에서 제자들에게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처럼 철저하게 무장할 것을 비유로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바울이 말한 전쟁이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적군은 고사하고 위험한 일들조차 마주치지 않기에 성경에 있는 흔한 이야기로 넘겨버린다. 우리의 싸움은 눈에 보이는 세상이 아니라 영적인 싸움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적은 그리 만만하지 않으며 그 수효조차 엄청나게 많다. 게다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주변을 맴돌며 호시탐탐 틈을 엿보고 있다. 영적인 눈에 밝은 사도들은 사탄의 존재를 자세하게 밝히며 경고하고 있지만 우리의 무디어진 마음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일용할 양식이상의 재산에 욕심을 부리는 사람, 불황에 걱정과 불안으로 잠을 못 드는 사람, 돈과 불륜으로 사이가 벌어진 부부, 우울증이 심상치 않은 사람, 폭력을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 음란의 쾌락을 즐기는 사람, 일확천금에 눈이 멀어 복권과 도박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사람, 고수익이라면 펀드나 부동산, 다단계를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사람 등의 배후에는 사탄의 그림자가 어른거리지만 세상 사람은 물론 크리스천조차도 이들의 존재에 대해 무지하다. 결과는 머지않아 참담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믿음이 식어져 교회를 떠나며 단란한 가정이 파괴되고 알코올 중독자에 노숙자의 신세가 될 것이다. 물론 영혼이 팔려 사탄의 수중에 들어가며 소중한 생명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걱정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으며 하나님이 돌보는 자녀로서 오랜 신앙생활로 여태껏 평탄하게 살아왔는데 무엇을 염려하겠는가? 걱정하는 것은 믿음이 없는 자가 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상을 알리는 뉴스는 우리의 근거 없는 안심이 오래가지 않을 거라고 보도하고 있다. 재정적으로 풍족히 살아온 날들이 이젠 전에 없는 위협을 받을 거라고 말한다. 소수의 부자들을 제외하면 모두들 서민으로 혹은 빈곤층으로 떨어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평생 백수로 지내다 죽을지도 모르고, 직장에서 해고당한 중년들은 일용직을 찾아 칼바람이 휘도는 거리로 내몰리게 될 것이며, 예전에는 버젓한 점포의 주인이었지만 곧 퀵서비스를 하며 오토바이를 타는 이들이 친한 이웃임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비성경적인 축복만을 선포하는 교회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대출을 내어서라도 대형교회를 짓는 것이 선교의 전부라고 여긴 이들이 빚더미에서 도망치고 있다. 고난을 져야한다면 예수님의 명령이라도 거부하며 육체의 안락만이 기도제목의 전부이며 부자들의 하나님만을 받아들이는 이들이 점점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골 깊은 불황의 불똥이 교회에도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작 더 큰 문제는 지금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데 있다.
그런 삶의 위기가 오면 우리는 두려워하기보다 고마워해야 한다. 목숨이 위태로운 전쟁터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안락하고 배부르게 살다가 천국 문 앞에서 거절당하는 것보다, 위태롭고 힘들게 살더라도 천국에 들어간다면 더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게다가 우리가 마음을 당차게 먹는다면 위태롭고 어렵게 살지 않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이참에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을 받는 실력을 갖춘다면 인생을 반전하며 폼 나게 사는 일도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믿음의 칼날을 갈아야 할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말에 있는 게 아니고 능력에 있다. 영적인 능력을 받으면 통찰력과 분별력, 탁월한 아이디어가 생기며 하나님이 환경을 열어주시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산다면 이보다 기쁘고 신나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초자연적인 하나님의 능력을 모르고 살았다면 무딘 칼날을 갈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관념적이고 형식적인 신앙생활을 버리고 마음을 고쳐먹고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삶에 실천하는 일에 온몸과 마음을 바쳐야 할 일이다. 매일매일 끊임없이 기도함으로 믿음의 칼날을 가는 일에 습관을 들여야 하며 하나님의 뜻을 찾아 성경을 읽고 묵상하여야한다. 그래서 성령이 내안에 살아 숨 쉬며 인도하는 모습을 현장의 삶에서 피부에 생생히 느끼며 살아야한다. 인생의 위기가 왔어도 칼을 갈지 않는다면 이미 죽은 목숨이나 진배없다. 싸울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칼을 갈아 날카롭게 세우는 때가 왔다. 그래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자녀로서 능력 있는 제자가 되어 남은 인생을 귀하게 사용한다면 이보다 더 가슴 막히도록 좋은 일이 어디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