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그리고 한파- 눈밭을 걸어가는 짐승 한마리를

in claudia •  3 years ago  (edited)

![폭설.jpg](https://cdn.steemitimages.com/DQmdgxF3KKpiNyxAYnBr8iGTZQG7eQNis5reStM8LDk8FJe/%ED%8F%AD%EC%

시동이 켜진 고속버스 안 작별의 입맞춤

너를 태운 버스가 천천히 떠나가는 걸 어쩌지 못해

고속터미널을 통채 안고

북한강변으로 돌아왔다

철로가 얼은 한밤의 경춘선은

자꾸만 지체되고

휴게소를 지나며 걸려오는 전화

그리고 자정이 넘어 잘 도착했다는 전화에

너를 떠나 보낸 고속터미널을 꿈 속에 내려놓고

나는 잠을 잤다

한 사람을 들어앉히고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

한 오억년 살자고 꼬드길 때

북한강은

폭설 그리고 한파에도 얼음을 가르며

춥고 배고픈 철새들을 불러모아

물고기를 내주었다

모든 것은 고스란히 제 자리지만

빙하가 녹아내리는 지각변동

너는 아는가, 같이 살자고

쿵쾅거리며 눈밭을 걸어가는 짐승 한 마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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