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진화, 소비의 가치.
이전 글 : PART 1: CASE STUDY - BTS(방탄소년단)
- <<<세 줄 요약>>>
- 방탄소년단은 참신한 기획, 재능을 갖춘 아이돌, 행동하는 팬덤 세 개가 맞물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했다.
- 특히 미국 팬덤은 방탄소년단을 위한 대규모 프로모션 프로젝트를 진행, 그들의 성공에 기여했지만 보상은 당연히 없었다.
- 소비자가 자신의 소비에 대해 보상받는 세상은 가능하다
PART 2: 소비하는 것으로 돈을 버는 세계
소비,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재화나 서비스를 획득하고 그 값을 치르는 일. 생산과 함께 자본주의를 지탱하고 순환시키는 축. 기업(특히 B2C) 동력의 절대 원천인 소비에 대한 연구조사는 이 순간에도 숨가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인간을 완전하게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존재가 아닌, 불완전하게 합리적(bound rationality)이며 맥락적(contextual)으로 결정을 내린다는 행동경제학의 논리를 바탕으로 소비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면서 이 글을 시작한다.
개인이 가지는 다양한 수준의 욕망, 원초적인 것에서부터 자아실현을 위한 것까지 그야말로 돈으로 값이 매겨지는 모든 것을 구매하는 행위. 소비자는 경험과 지식에 따라 합리성을 포함하는 다양한 상품 평가 기준을 가지며, "최선"의 만족을 제공할 것으로 믿거나 실제로 제공하는 상품을 구매한다. 사회적 합의에 따라 인위적으로 만든 가치의 상징, 화폐를 매개로 소비자는 만족을 얻고 생산자는 이윤을 얻는다.
1. 소비자가 기업에게 말했다, "왜 자꾸 결혼 얘기만 나오면 말을 돌려?"
기업은 장기 생존을 위해 브랜드라는 이름으로 소비자와 계속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싶어한다. 따라서 기업은 소비자를 "충성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채널에서 당근을 내밀며 관심을 유도한다. 소비자는 촘촘하게 설계된 기업의 관계망에 편입되면서 상품의 값 이상을 기업에 지불하는 존재가 된다.
관계를 최초 형성하는 것에는 기업이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되지만, 일단 소비자가 "충성 고객"으로 전환되면 손해와 이득의 관계는 역전된다. 일정 주기의 구매 패턴을 갖는 충성 고객이 많아진다는 것은 당장의 매출 뿐 아니라 기업의 장기 생존 및 장기 성장과 관련된 거의 모든 지표의 향상을 의미한다. 소위 잘 나가는 기업이라면 응당 갖춰야 할 펀더멘털(fundamental)이다.
그러나 모든 소비자가 충성 고객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업은 경험적으로, 고객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자원을 사용하는 것이 "지지 않는 싸움"(손해보지 않는 거래)이며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필수임을 학습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가용예산과 그에 따른 마케팅 플랜의 최적성, 유효성일 뿐이다. 기업에게 지지 않는 싸움이라는 것은, 반대로 충성 고객에 해당하는 소비자에게는 득이 없거나 크지 않은 관계라는 말도 된다.
모객비용(Customer Acquisition Cost)은 기업에게 있어 "은혜 갚는 까치"와도 같다.
물론 충성 고객에 대한 인센티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부의 업계가 존재한다. 자신의 소비량에 합당한 보상과 대우를 요구하고, 손해보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돈 많고 까다로운" 고객, 이를테면 강남 사모님들을 주 매출원으로 하는 기업이라면, 확실한 인센티브로 대응하는 것이 당연지사. 하지만 일반적인 중산층 이하의 고객이 대상이라면? 충성 고객은 존재하지만, 뉘앙스로 따졌을 때 "충성 고객"이라기보다는 "단골 손님"에 가깝다. "인정"이라는 감정론으로 그 가치가 다소 가려지는 경우가 빈번한 그런 존재.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는 대개 어떤 브랜드에 대한 충성 고객이지만, 그 브랜드에 있어 우리가 얼마나 많은 가치를 지니는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우리는 생애 전체를 통틀어 인간관계에서, 학업에서, 회사에서 자신의 가치를 합당하게 평가받기를 원한다. 또 우리는 생애 전체를 통틀어 소비하는 Lifetime consumer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우리는 소비자로서의 자신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은 것을 기업에 요구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나라는 소비자가 행하는 소비가 얼마나 가치있고, 얼마나 기업과 경제 전체에 중요한 것인지를 자세하게 알 기회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기업이 끊임없이 당신의 가치를 계량화하고 평가하는 것과는 다르게 말이다.
CLV(Customer Lifetime Value), 기업이 당신에게 기대하는 소비자로서의 퍼포먼스.
image source : 7 WAYS FOR RETAILERS TO MAXIMIZE CUSTOMER LIFETIME VALUE ANALYSIS IN MARKETING AND BEYOND
흔히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를 연애에 많이 비유한다. 하지만 그건 최초 관계를 수립해 나갈 때의, 기업이 구애에 열을 올리는 시기의 짧은 이야기다. 대부분 맞아떨어진다. 접점을 늘리고, 자원 투입을 늘리고, (브랜드의) 존재가 소비자의 삶 속에서 당연한 것이 될 때까지 커뮤니케이션을 반복한다. 수동적 소비자를 전제하는 비유라 다소 유통기한이 지난 감이 있긴 하다. 아무튼 기업 입장에서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계일 것이므로, 결혼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자.
아직도 많은 기업에 있어서 이미 확보한 충성 고객은 마치 "공기"와 같이 당연한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 끊임없는 성장과 확대를 추구하는 젊은 기업이 쉽게 저지르는 실수이기도 하다. 충성 고객의 이탈은 기업이 절대적으로 피하고 싶어하는 리스크이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실행하는 건 언제나 기업이었다. 그리고 최선을 다 했지만 결국 고객이 이탈하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말로 충성 고객의 이탈은 기업의 관리에 의해서만 예방할 수 있는 걸까?
충성 고객이 자신의 "이탈"조차 안건으로 올리는 협상 테이블을 펼칠 수 있다면?
현재로선 불가능한 이야기다.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기업이 소비자를 관리한다"는 패러다임 위에서 설정되어 왔으며, 서로를 동등한 주체로서 명문화한 계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소비자와 "연애"와 "동거"까진 하고 싶지만, "결혼"은 애시당초 선택지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물론 기업을 연애광이라고만 비난할 수만은 없다. 애시당초 일대 다수, 그것도 다수가 수천에서 수만 단위의 큰 숫자일 때, 개별 계약을 세세하게 진행하는 건 "장사가 안 된다". 블록체인의 스마트 컨트랙트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미래의 고객 관리란 개별 고객과의 스마트 컨트랙트의 관리가 될 지도 모른다.
image source : Build Your First Ethereum Smart Contract with Solidity — Tutorial
이러한 아이디어는 누적 소비액을 기준으로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현행 "VIP 고객 혜택" 인센티브 시스템을 세부적인 수준에서 손쉽게 확장하고 적용할 수 있다. 블록체인을 이용함으로써 누릴 수 있는 "투명성"이라는 장점을 스마트 컨트랙트와 이어준다면, 개별 소비자가 현재 기업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를 수치화하고, 보상 기준을 다수의 합의에 따라 결정하여 보상을 지급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대규모로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자 할 때 기업은 혜택 산정 공식에서 신규 고객에게 가중치를 적용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소비자가 이익집단화하여, 혜택 산정을 위한 공식에 대해 협상을 벌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진다. 기존 고객을 역차별하는 기업의 액션에 대해, 사후적으로 고객들이 반발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그 수위를 협상하는 일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미국에 거주하는 BTS 팬덤이 BTS의 미국 진출을 위한 프로모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 스마트 컨트랙트로 기획사와 사전 협상을 벌이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보상은 적었겠지만, 그들에겐 보상의 수준보다는 보상 자체가 주어진다는 것, 더 많은 사람이 그들의 노고를 알게 된다는 것에서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팬덤이 주도하는 양질의 프로젝트가 계속된다면, 기획사 입장에서도 결코 나쁜 시나리오가 아니다.
말도 안 된다? 그렇다. 말도 안 된다. 지금만 해도 기업이 해야 할 일은 차고 넘친다. 오히려, "냅둬도 알아서 해 주는 것에 굳이 돈을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 말도 안 되는 일들이 기술의 힘으로 어렵지 않게 되는 시기가 오고 있다. 그리고 언제까지 소비자들이 기업에게 좋은 일들을 "공짜로" 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의 기여를 다양하게 측정하고 주도권을 더 열어주는 것은 신생 기업들이 기존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여기까지의 이야기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결국 소비자 기여도를 "수치화"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기여도를 계산할 때, 누적 소비액을 제외하고 다른 무엇을 수치적으로 반영할 수 있을까? 이 글에서는 인플루언서로서의 소비자와 투자자로서의 소비자를 살펴볼 것이다.
2. 인플루언서(influencer)로서의 소비자
SNS는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당연한 것이 되었다. 특히 젊은 세대일 수록 SNS는 "당연한" 것인 듯 보인다(2017 상반기 대한민국 SNS 이용현황 인포그래픽). 그리고 이러한 SNS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의 "자기표현"은 자기 자신의 경험을 지인과의 네트워크에서 하나의 "화젯거리"로 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별한 경험과 거기서 오는 긍정적인 감정은 많은 경우 소비에서 오는 탓에, SNS 공간을 "자랑질 네트워크"로 비판하는 의견도 일리는 있는 셈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SNS 상에서 자신의 소비를 다양한 방법으로 증명하고 표현한다. 페이스북 이후 인스타그램 같은 시각매체 위주 SNS가 대세를 이루는 흐름 속, Youtube, Twitch 등 동영상 플랫폼이 등장했다. 방송 컨텐츠의 형태로 자기표현의 영역이 확장됨에 따라, 젊은 연령대일수록 여가활동으로 일반인 크리에이터의 개인방송 시청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이러한 개인 방송 생태계에서 "소비"로 얻은 "특별한 경험"이 주요 컨텐츠 중 하나인 점은 그다지 놀랍지 않은 부분이다. 소비로 얻은 경험이라는 소재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일련의 "대리체험" 및 "리뷰" 컨텐츠를 폭넓게 포함할 수 있다:
- 먹방
- 리액션 비디오
- 게임 방송 / 스트리밍
- 제품 리뷰 (전자기기, 장난감, etc)
SNS로 촉발된 자기표현의 물결은 소비라는 행위를 공유의 차원으로 확장시킨다. 사람들은 자신이 돈을 지불하고 얻은 경험을 적극적으로 인터넷 공간에 표현하고 공유함으로써 그 소비의 경험을 확장한다. 쉽게 말해, 사람들은 이제 구매한 상품, 서비스에서 오는 만족감 자체만을 위해 소비하지 않는다. 소비의 행위와 경험을 사진, 영상 컨텐츠로 제작, 공유함으로써 발생하는 사람들의 반응과 교류를 위해서도 소비한다. 그러한 반응과 교류를 수익화하는 이들이 전문 개인방송 제작자들이다.
트위치 개인방송 제작자 '김도',
많은 전업 개인방송 제작자들이 포진하고 있는 리액션 비디오 또는 게임 방송 분야를 예로 들어보자. 이 분야에서 만들어지는 방송 컨텐츠는 기업이 상업적 목적으로 제작한 시청각 미디어 상품(음악, 뮤직비디오, 게임, ...)의 2차 창작물에 해당된다. 당연하게도, 여기에는 저작권 이슈가 존재한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2차 창작에 대한 저작권료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가령 모든 위반 사례에 대해 대응할 인력이 없거나, 대응 비용이 손해액보다도 크다고 판단하거나, 아니면 대응하지 않음으로써 이득을 보는 부분이 있다거나.
유명 음악, 방송, 게임 등을 소재로 하는 2차 창작물을 주 컨텐츠로 삼는 개인방송 제작자들. 이들은 무급으로 게임을 홍보해 주는 유능한 소셜 마케터이면서, 기업 IP(지적재산) 이용에 대가를 치르지 않고 2차 창작으로 수익을 얻는 불법 방송 제작자이기도 하다. 어느 한 쪽만을 인정해야만 하는 문제가 아니다. 홍보 및 집객이라는 + 가치와 저작권의 무단 이용이라는 - 가치의 변동에 맞춰서 일 단위 또는 주 단위로 계약 내용을 갱신, 정산하는 동적 계약으로 정립되어야 하는 문제다.
그러한 계약은 이제까지 존재해 왔던 단순한 형태의 계약으로는 구현되기 힘들다. 다양한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지불금액 뿐 아니라 지불주체 또한 실시간으로 변경되는, 말 그대로 "스마트"한 계약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상품의 지명도가 매우 낮은 시기와 지명도가 매우 높은 시기에 따라 개인방송 제작자와 기업의 입장이 정반대가 되기 때문이다.
- 기업의 IP 지명도가 낮은 경우:
- 기업 : 방송으로 인한 기대 편익 높음 >>> High Motivation
- 방송제작자 : 방송으로 인한 기대 편익 낮음 >>> Low Motivation
- 기업의 IP 지명도가 높은 경우:
- 기업 : 방송으로 인한 기대 편익 낮음 >>> Low Motivation
- 방송제작자 : 방송으로 인한 기대 편익 높음 >>> High Motivation
따라서 제품의 지명도에 따른 두 집단의 기대수익은 대략 아래와 같은 그래프로 시각화할 수 있다. 여기서 방송제작자는 컨텐츠의 소재, 주제, 톤앤매너(tone and manner)를 포괄하는 일관된 "개성"을 확립하여 안정적인 구독자와 수익기반을 갖춘 부류로 한정한다. 따라서 이들이 지명도가 낮은 제품을 소재로 "개성"에 반하는 컨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기회비용을 따졌을 때 오히려 손해를 발생시킨다고 볼 수 있다.
green = 기업 / blue = 방송제작자(대형)
위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듯, IP를 보유한 기업과 개인방송 제작자의 이해는 계약의 개입 없이는 맞아떨어지기 힘든 듯 보인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개인방송 제작자가 일정 분량/회차의 홍보 영상을 제작자 본인의 채널에서 배포하고 기업은 그에 따른 금액을 지불하는 형태의 계약. 이러한 시도는 일반적으로 자본력이 있는 기업이 신제품을 홍보하고자 할 때 선택 가능한 방법이다.
이 방법은 얼마간의 비효율을 감수하는 방법이다. 구독자는 채널의 독특한 "개성"을 기대하며, 따라서 기대와 일치하지 않는 홍보성 컨텐츠에 대해 클릭하지 않을 뿐 아니라 아예 채널 구독을 끊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하여 기업은 홍보 효과의 누수(leakage)를 일부 감수해야 하며, 방송제작자는 일정수준 구독자 측면에서의 부정적인 피드백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형 개인방송 제작자가 아닌, 중소 규모의 "유명해지기를 원하는" 개인방송 제작자라면 어떨까? 이들은 대중적인 인지도가 다소 부족하지만 앞으로 폭발적으로 "뜰 것" 같은 컨텐츠를 찾고 있으며, 고정 수요를 지니는 구독자 층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새로운 시도에 대해 리스크가 적다. 따라서 중소 규모의 개인방송 제작자는 위와는 조금 다른 형태의 기대 편익 양상을 보인다고 볼 수 있다.
green = 기업 / blue = 방송제작자(중소)
이러한 맥락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 중소규모 개인방송 제작자들을 끌어들여 "소비자"이자 "인플루언서"로 성장시킨 게임 개발사 PUBG의 사례는 일독할 만 하다.
[GDC2018] "스트리머는 마케팅 툴이 아니다" 배틀그라운드의 커뮤니티 전략
위 사례는 방송제작 능력을 가진 잠재적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포섭, 높은 제품 이해도를 가진 소비자, 팬임과 동시에 "배틀그라운드 전문 방송제작자"로 성장시키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의 전략이다. 그래서 위와 같은 사례는 앞으로 기업들이 잠재적 인플루언서로서의 소비자 또는 잠재적 소비자로서의 인플루언서와 어떻게 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할 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청사진이 될 수 있다. 서로의 이해가 일치하는 방향으로 "함께" 성장하고 그 보상을 나누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비용과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PUBG의 사례는 그러나 윈-윈은 달성했을지언정, 구체적인 수익을 따져 나누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그 한계를 갖는다.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이 전세계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PUBG가 키운 방송제작자들은 방송으로 수익을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 게임 카테고리에서 활동하던 대형 방송제작자들이 배틀그라운드 인기에 편승해서 어떤 대가도 치르지 않고 얻는 수익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결국 무임승차의 문제는 피할 수 없다.
블록체인과 스마트 컨트랙트와 함께라면, 초기 참여한 방송제작자들은 보다 높은 기여도를 가진 소비자/인플루언서로서 그에 합당한 혜택 또는 보상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은 이들에게 저작권 이용료를 면제하고, 자신들의 제품으로 방송하길 원하는 후발주자에 대해 저작권 이용료를 요구할 수도 있다. 이러한 가치 역학관계는 블록체인에 기록된 가치 계산식에 의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계산되며 자동으로 지불될 것이다.
이것이 블록체인 시대에 우리가 충분히 그려볼 수 있는 세상의 단편이다.
3. 인베슈머(invesumer)를 넘어 다면적 이해관계자로
이 글의 맨 앞부분, 소비의 정의에서 필자는 이렇게 썼다.
소비자는 경험과 지식에 따라 합리성을 포함하는 다양한 상품 평가 기준을 가지며, "최선"의 만족을 제공할 것으로 믿거나 실제로 제공하는 상품을 구매한다.
하지만 이렇게 써도 맞는 말이 아닐까?
소비자는 경험과 지식에 따라 합리성을 포함하는 다양한 상품 평가 기준을 가지며, "최선"의 만족을 제공할 것으로 믿거나 실제로 제공하는 상품을 소비의 형태로 투자한다.
이 맥락에서 가장 적절한 단어는 인베슈머(invesumer, invest + consumer)를 들 수 있겠다. 프로슈머(prosumer)에 비해 아직까지 인지도가 높지는 않은 단어이지만, 조금씩 확실하게 그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대표적으로 크라우드 펀딩 분야를 들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이 막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할 때에 비해 그 열기는 다소 가라앉았지만, 조금씩 그 단점과 한계를 극복하며 보다 정교한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image source : “기업당 200만원 투자 한도 규제 풀어야”, 중앙선데이
최근 사례로 들 수 있는 것은 지분을 보상으로 받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으로, 국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1위 업체 '와디즈'가 2016년 1월 도입했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소액으로도 신생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 투자자가 기업(제품)에 애정을 갖고 적극적으로 입소문을 내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_와디즈 신혜성 대표 @“기업당 200만원 투자 한도 규제 풀어야”, 중앙선데이
현재까지 살펴본 내용을 종합해 보면, PUBG 사례에서와 같이 스트리밍을 통한 홍보활동과 같은 업무/노동 형태로 "투자"하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의 응용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 이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스타트업 창립멤버"가 얻는 특전과도 동일한 맥락에 있으면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소수의 인원이 아닌 불특정 다수에게 오픈하는 것이다.
오늘날 소비자는 단순히 물건만 구매하는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기업 또는 특정 제품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그 이해를 공유하는 다면적 이해관계자(multi-dimensional stakeholder)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 그들은 금전을 포함한 다양한 방식을 통해 사업적 가치를 누리고 또 기여하는 존재다. 그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아이돌을 위해서 자율적으로 마켓 프로모션을 벌이는 팬덤이고, 재미를 느끼는 게임을 플레이하고 그것을 영상 컨텐츠로 만들어 수익을 얻는 개인방송 제작자이며, 제품/서비스의 필요 또는 가치에 공감하고 투자를 결심하는 엔젤 투자자이기도 하다.
블록체인과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서, 이곳저곳에 분산된 소비자의 다면적인 가능성과 기여 활동은 보다 "한 눈에", 투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 간과되어 온 가치에 공감하는 기업이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우리의 세계는 더 흥미로운 것들로 가득하게 될 것이다. 소비자의 진화에 따라 활동 영역이 더 넓어지고 그것을 계량화하는 기준이 마련될 수록, 그들은 전통적인 프로젝트 이해관계자인 고위 임원, 투자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새로운 이해관계자로 부상할 수 있다.
프로젝트의 핵심 의사결정권자를 블록체인에서 계산되는 "기여도"를 기준으로 정하는 세계도 가능할 것이다. 이 경우 소비자들은 사업상의 주요 안건마다 다양한 규모와 형태로 이합집산하여, 기여도의 총합으로 실력행사를 하고자 할 것이다. 이 세상의 사업, 그리고 그것을 구성하는 프로젝트들이 점점 더 top-down이 아닌 bottom-up 방식을 따르게 될 수록, 그리고 블록체인이 그것을 가능하게 할 수록, 프로젝트 관리의 영역은 지금보다 더 다른 풍경과 새로운 도전을 직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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